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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니클:jita-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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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안 번역자 : 95353296_32.jpg Johannes Frost Jita 4-4

지타 4-4

jita4-4.jpg

1부

나는 저녁 9시가 넘어서 터미널에 도착했어. 대부분 셔틀들의 운행간격이 15분에서 30분으로 바뀌었거든. 사람들은 한데 모여서 기다리다가, 끝없이 펼쳐진 우주를 향해 서로 나가려고 애쓰고 있었어. 술집들과 자판기, 가상 현실 부스는 건물이 들어설 수 있는 모든 골목마다 가득 메워져 있고, 차가운 형광 불빛만 발하고 있었지. 이런 비싼 유흥 시설은 전부 똑같은 회색 벽에서 사람들이 빠르고 간편하게 도망치도록 돕겠지. 조명 아래의 모든 사람들은 창백하고 핏기 없는 흡혈귀들처럼 보여. 뭐, 편의상 난 그렇게 불러.

이 사람들을 본다면 너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할 거야. 곧 모든 것이 진정되는 밤이군. 지타 4-4 는 아마 우주에서 가장 바쁜 중심지고, 특히 캡슐리어들에게 더 그럴 거야. 하지만 이곳조차도 밤에는 잠자러 가는 인간의 활동주기가 최우선이야. 그럼 한 밤중엔 떠나는 셔틀이 줄어드냐고? 맞아, 이 시간엔 스테이션이 숨을 고르는 거야. 스테이션이 숨쉬는 건 안에 있는 우리 모두가 숨쉬는 거니까.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스테이션의 활동이란 게 하나부터 열까지 사람들이 움직이는 거니까.

한 가지 규칙이 있다면, 여기서는 잠자는 게 불가능해. 스테이션에서 국경의 깊은 곳까지 마구잡이로 돌아다니느라 지친 나에게는 아주 유감스러운 규칙이지. 사실 나는 내 나이보다 훨씬 어리게 생겼어. 어, 너무 따지려고 들진 말고. 난 지금 3일동안 잠을 못 자서 내 나이보다 훨씬 늙어 보여. 나는 내가 지금 어디 있는지도 깜빡하고, 기어오르는 유혹적인 졸음에 거의 넘어갈 뻔 했어.

어쨌든, 칼다리령 우주에 있을 때는 난 최대한 버텨야 해. 왜냐면 엄청난 수의 스테이션 직원들과 보안 관계자, 그리고 ‘안내 도우미’가 항상 상기시켜주기 때문이지.

“부인, 1번 터미널에서는 수면이 불가능합니다.”

진짜 깜빡했어도 그 소리를 들어야 해. 또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피해 갈 정도로 작정하고 무방비 상태로 기대고 졸아도 들어야 되고, 일부러 걸리고 싶어도 그렇고, 음… 가축들도 졸고 있으면 들어야 될 거야.

만약 잠을 자면 그들은 임시 스테이션 출입증에 뭔가 붙여놔. 그건 처음이자 마지막인 경고지. 두 번째로 잠들게 되면, 그 들은 말없이 시간을 재. 10분 안에 일어나면 그냥 두 번 잔 것, 10분 넘기거나 또 졸면 세 번 잔 거야. 농담이냐고? 왜 그런 미친 짓을 하겠냐고? 뭐, 모든 것에는 규범과 그에 따른 수치와 한도가 있으니까. 어, 정확히 어디까지 말했지?

아 그래, 3. 카운트가 3이 되면, 부랑죄가 적용 돼. 위반자는 아무런 설명 없이 거칠고 빠르게 제거되지. 부랑자들은 그들의 권리를 확인하는 것도 허락이 안돼. 왜냐면 직원들은 철저히 규범에 따라 행동하거든.

내 기억에 10년 전쯤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걸렸었어. 그 때는 확실한 부랑자 타입이 있었지. Sooth Sayer 주사 자국이 있는 음침한 민마타인과 딱 봐도 노숙자인 똥 냄새 나는 사람들. 그런데 사실 고위직처럼 보이는 칼다리 회사원들도 자주 걸렸어. 여기 규칙이 그들 생각이랑 달랐던 거지. 왜냐면 법에 걸렸던 회사원들 대부분은 Lonetrek이나 다른 리젼에 있다가 여기에 처음 와봤거든. 자기를 날라다 준 사람들의 연봉의 3배는 족히 넘는 양복을 걸치고, 디자이너 라벨이 박힌 궁둥짝을 흔들며 혼란스럽게 걸어 다니는 사람들 말이야.

나는 여기가 칼다리라는 걸 기억하려고 여기에 왔어. 그리고 잠 좀 깨려고 온 거기도 하고.

맞아, 여기에 즐길 거리가 있기 때문이야. 하지만 그것보다 차가운 시멘트 길과 새벽까지 돌아다니는 사람들에 대한 내 혐오때문에 여기에 있는 거겠지. 저 밖에도 뱀파이어들이 있어. 생활 주기나 뭐 그런 것 때문이겠지.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냐면, 음, 지금은 그냥 졸고 싶지 않아서라고 하자. 사실 밖에서 누가 날 기다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내가 임시 스테이션 출입증이 없거든.

너도 알다시피, 우리가 하나씩 가지고 있어야 되는 것 말이야. Otro Gariushi는 19번이었지. 회람판에 적힌 시민 번호의 첫 자리 말야. 그래, Otro Gariushi, 네가 생각하는 그 사람 맞아.2)


내가 먼저 가는 곳은 식당 구역이야. 제일 중요한 곳이지. 터미널 1의 입구에 자리 잡은 곳인데, 크기가 마인드 클래시3) 경기장의 4배쯤 될 거야. 원래 그 목적으로 계획된 곳이 아니지만, 그냥 지나치기 힘든 곳이지. 네가 본 적 없는 36평방 킬로미터 크기의 미식의 성지야.

사람들은 거기 가려고 여기 와.

네가 원하는 모든 게 여기 있어. 빠르고 질 낮은(사실 여기엔 진짜로 fast and nasty라는 이름을 가진 가게가 2개 있어.) 민마타 빵수프부터, 2층 특별석에서 먹는 최고로 훌륭한 저녁 메뉴까지 말이야.

지타만큼 생기 넘치는 곳이 없어.

점프 드라이브는 놀라운 변화를 만들었어. 놀라운 속도와 효율로 세상을 재창조하는데 일조했지. 여기 지타에 서있으면, 난 우리가 이 기술의 더 근본적인 의미에 가까워졌다는 것을 느껴.

이걸 왜 말하냐면, 여기서 다른 사람들의 흔적이 느껴지거든. 그건 갓 잡은 생선의 소금 냄새와 비슷한 거야. 아마 그 냄새보다 몇 시간 정도 묵은 것 같은 냄새겠다. 수많은 사람들이 셀 수 없이 많은 행성들의 하늘을 아래에 두고, 아무것도 없는 곳으로 헤엄쳐 올라가는 거야. 그 냄새를 따라가면 거기가 어디인지 아는 척 할 수 있지. 어느 행성인지, 어느 대륙인지, 어느 지역인지. 나는 거기가 Urlen 성계에 있는 행성의 북극 어딘가에 있는 지역이라고 생각해. 맑게 빛나는 별들이 펼쳐진, 행성의 자기장이 만든 최면에 걸린 것 같은 환상적인 보라색 하늘이 있는 곳이라고 말이야. 대규모 어장으로 완벽한, 값싼 땅이 있는 곳이지. 상권이랑 가깝고, 분명 내 생각보다 더 값 쌀 거야. 정신나간 CONCORD가 캡슐리어들이 원하는 곳 아무데나 추출기를 박도록 허락했겠지. 내가 누군지 잠시 잊기 위해서, 맑은 얼음물이 흐르는 강을 생각해야겠어. 이번 달의 가장 수익성이 좋은 인공적인 부유함으로 가득 찬 강을.

이제 생선을 생각해야겠다. 원래 눈이 멀어서 뭔가 어두운 운명을 향해 맹렬히 미끄러져가는 생선을. 생선은 피할 수 없는, 탁하고 차가운 끝을 향해서 가지. 아마 그물 같은 것일 텐데, 로맨틱한 건 절대 아닐 거야. 이 인공적인 강은 확실한 목적에 의해 지어져 있고, 강물은 결국 수족관으로 이어져 있지. 칼다리인은 이 시스템을 아주 효율적으로 만들었어. 너는 왜 그들이 이 짓을 “낚시”라고 하는지 이해가 안 갈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중요한 점은 이제 10분정도 지나면 이 강은 창고에 도달할 거야. 진짜 강 끝에다가 박아둔 창고 말야. (우린 아직 Urlen의 어업을 이야기 중이야.)

20분 정도 지나면, 물고기들은 프레이터에 실리고, 그리고 나서는 아마도 무지막지하게 큰 생명유지 용액이 담긴 플라스틱 용기에서 몇 시간 정도 헤엄쳐 돌아다니면서, 누가 점심 주기를 기다리겠지. 아마 프레이터가 좀 빠르게 가속하면 빙빙 돌던 우리의 물고기 친구들 중 몇 마리는 벽에 머리를 들이박고 죽겠지. 우주 엘리베이터에서도 몇 마리 죽을 테고.

또 10분이 지나면, 스테이션에 도착할 거야. (최고의 운송업자라면 무조건 쓰는 사이노 같은 걸 통해서 말야.)

그 다음에는… 지금까지 물고기 친구들은 죽고, 실리고, 보내지고, 워프하고, 도킹했어. 그리고 전부 점프 드라이브를 통해서 벌어진 여행이지.

좀 지나면, 군침 도는 냄새가 나고, 소테를 만들고 있고, 구슬을 꿰어서 만든 테라스가 있는 곳에서 일하는 최고의 갈렌테 주방장 앞에 물고기들이 놓여질 거야. 거기의 바로 아래에서 싸구려 빵과 양념들이 섞인 것을 지나쳐서 말야. 나는 여기서 수많은 다른 행성들에서 온 서로 다른 원자들이 지금 여기서 부딪쳐 대는지 머리 속에 그려보려고 노력 중이야. 우주적 스케일로, 그 어떤 곳보다 지타는 인류 역사상 서로 다른 원자들이 서로 부딪치는 곳일 거야. 점프 드라이브, 사이노, 동위원소들 때문이겠지. 너도 나중에 한 번 생각해 봐.

왜냐면 뭔가가 만들어 지는 것을 인식하는 건 중요한 일이거든.

갈렌테가 어떤지 알고 싶으면 여기로 오면 돼. 거대 기업의 자본력이 궁금하면, 여기 와보면 되는 거지. 이 모든 공간이 음식들로 가득 차 있어. 사람들이 갈렌테 음식을 즐겨 찾는 이후로 말이야. 만약 네가 온 우주에 흩어져 사는 사람들에게 정치나 법 따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면, 다시 생각해 보는 게 좋아. 오늘 저녁 메뉴. 그게 모든 사람들 머릿속에 박힌 최우선이라고 생각해.

갈렌테 식품 공급 사업의 대단한 업적 중 하나는 그들의 경쟁자들을 천천히, 전부 흡수해 버린 거야. 갈렌테 국영 언론사의 영향력은 모든 제국령 우주의 세세한 곳까지 널리 깔려있어. 갈렌테는 이걸 이용한 거지. 그래, 진부한 수법이지. 하지만 효과는 끝내줬어. 칼다리 기업의 경영방침과는 다르지. 그리고 그런 방식은 칼다리령 우주와 그 주변에서 장사할 때, 확실한 장점이 있었어. 모든 게 쓰레기로 변하는 ‘전쟁’을 서로 하는 중인데도 말이야.

나는 그들의 경제적 성공이 단순히 그들의 고객에게 사기치는 수준이 아니라고 확신해. 오히려 더 근본적인 얼굴이 없고, 불쾌한 것이지. 이 곳은 갈렌테의 적인, 칼다리 경제 연합체 본거지야. 이런 곳에서 살아남으려면 얼굴 없는 무언가가 돼야 하지. 완전이 그 본래의 개성을 버려야만 해. 시스템 그 자체가 돼야 하고, 잘 먹히는 것 그 자체가 돼야 해.

그게 사람들이 갈렌테 음식이 다양하다고 말하는 이유야. 뭔가 좀 더 어두운 면이 숨겨져 있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사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을 안 해. 사람들은 그냥 갈렌테인들이 세상 곳곳의 요리법의 장점만 따와서, 그들의 방식대로 잘 섞어 만들었다고 하지. 문제의 핵심을 알아도, 그 핵심이 뭔지 구별을 못한다는 거야.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은 내가 아무도 정확히 모르는 걸 떠든다고 하지. (과장되게 말하면, 상표는 완벽히 단순하지만, 변호사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해.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회사 주주들이 서로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는 걸 잘 몰라.) 갈렌테의 경제 모델은 모든 기업을 공공재로 돌린 다음, 계속 상표만 바꾸고 새로운 것이라고 영원히 우려먹는 거야. 많은 경제학자들은 갈렌테의 이상한 방식(칼다리에게는 더 이상한 방식이지.)을 흥미로운 주제로 여겨. 내가 아까 갈렌테는 칼다리인의 방식과 다르다고 한 게 바로 이 말이야. 사람들은 그걸로 만들어낸 성과를 너무 간과하고 있어.

지타 4-4와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그냥 칼다리 로고가 박힌 식당에서 밥을 먹는 걸 충분하다고 생각해. 실상은 갈렌테 사장이 굴리는, 갈렌테 식당인데 말이야. 사람들은 그냥 모든 종류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이 수많은 음식점들 중에서 좀 특이한 걸 먹어볼 수 있다는 걸로 만족하는 거지. 모두가 어떻게 굴러가는지는 알지만, 뿌리 깊게 박힌 무관심이 만연한 거지.

절인 아마르 생선(Amarrian Rockjaw) 좀 먹어봐.

그냥 생선같아 보이는 이 물고기는 아마르 고문실과 약간 닮아있지. 단 맛보다는 살점의 신선한 짠맛이 나거든. Dieurelli에 가면 달달한 견과류와 과일 맛이 나는 소스를 얹은 아츄라 새고기와 함께 나오기도 해. 누가 먹든 간에, 그 음식은 명백한 아마르 요리야. 칼다리인과 아마르인이 결혼한 것 같은, 맛있는 요리지. 고위직 회사원들이 접대할 때 주로 먹는데, 먹을 때 딸꾹질을 하면 안 되는 고급 점심 요리야. (물론 만만한 고객이면 딸꾹질 해도 되겠지만.)

더럽게 비싼 2층 테라스의 점심에서 살짝 내려오면, 성운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통로가 있어. Rockjaw 생선이랑 험난한 모험을 떠날 수 있는 곳이지. Pmokka 라는 민마타 Brutor 부족의 푸드 트럭으로 가보자. Khari 전통 오븐으로 구운 고기를 조심스럽게 꼬치에서 빼낸 다음, 부드러운 부분만 잘라낸 Pator 스테이크를 팔아. 새까맣게 푹 찔려있는 원래의 모습과는 달리 핏기가 흐르고, 생기가 넘치는 음식이지.

사실, 몇몇 음식은 뭔가 할 말이 있는 것처럼 생겼어. 이 Pator 스테이크는 “나는 딱 봐도 민마타야.”라고 하는 것 같지.

하지만 모든 식당들에는 둥그렇고 번쩍이는 칼다리 로고가 박혀있고, 계산대에는 예쁜 Civire 여자애들이 서있어. 반면에 주방에 들어가면, 거의 대부분 갈렌테 주방장이 소리를 질러대며 음식을 만들고 있지. Pmokka 뿐만이 아냐, Diurelli도 그래.

조금만 주의를 가지고 커튼 뒤편을 보면 여긴 다 그래.

칼다리는 갈렌테 노동력을 착취한다고 좋아하고, 갈렌테는 칼다리 문화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지. 아마르랑 민마타? 걔네는 여기에 좆도 없어. 걔들은 그냥 유령이야. 친구처럼 있는 듯 없는 듯 춤추는 애들이랑, 칼다리를 그냥 북쪽의 적이라고 생각하는 애들이야.

싸고 빠르게 먹을 수 있는 곳으로 가보자.(그리고 난 Pator 스테이크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 그건 바로 QuafeSnack이지. 너도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여기 음식은 제일 밑바닥이야. Quafe는 뭔가를 숨겨두지 않아. QuafeSnacks Premium, QuafeSnacks Premium Ultra, 그리고 Quafe Deluxe, Quafe Deluxe Premium, 또 Quafe Elite restaurants가 여기 온 사방에 깔려있어. 이 프랜차이즈 천국에 있다 보면, 왜 Quafe만 존나게 많은지 묻고 싶은 생각도 없어질 걸.

여기서 주문하고 음식을 기다리는 가족들을 보면, 난 삐뚤어지고, 괴상한 즐거움을 느껴. 여기 음식 대부분은 엄청나게 싸지만, 의자도 없고 테이블도 없어. 음식을 먹으려고 몰려온 사람들은 음식을 사서,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복도 등 뭐 아무 데나 널려있는 테이블에서 먹어. 대기 줄은 주린 배를 참으며 시간 죽이는 사람들로 가득 차있지.

이건 다 계획된 거야.

음식이 담긴 봉지에는 짤막한 뉴스와 기온, 탑승장의 정보와 스테이션의 공지사항 같은 게 홀로그램으로 나타나. 봉지 옆쪽에는 어김없이 Quafe 상표가 박혀있어. 만족과 즐거움을 대량생산한 것 같지.

그냥 다 섞어버려서 또 다른 billboard4)가 되는 게 나을 텐데 말이야.

그래. 여기선 거의 모든 걸 할 수 있지. 자는 거 빼고.

아무튼 장난으로라도 잘 생각 없어. 잠들면 곧 그 친구들을 달려오겠지. 진부한 경고를 알리면서.

행복하게 꿈꾸는 동안, 나는 그들에게 용서를 빌고, 이유를 설명하고 있을 거야. 그리고 걔들은 내가 뭔지 알아차릴 거고. 사람들 사이에서 신분을 숨긴 채로 몰래 혼자 돌아다니다가 그렇게 들켜버리면, 걔들은 그냥 총을 쏴버려.

특히 캡슐리어가 걸리면, 그 것 말고는 없더라고.

만약 걔들이 날 깨워서, 또 그 경고 나부랭이를 말하려고 하다가, 음, 뭔 일이 일어날까?

누가 알아? 혹시 내가 나나이트 바이러스 덩어리일 수도 있고, 투명 스파이 드론으로 무장하고 있을 수도 있고, 생물학적으로 오염되었을 수도 있어.

뭐, 만약에 말야…

…난 여기에 돈이 썩어날 정도로 많고, 누군가에게 원한을 산 어떤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러 왔어. 그런데 만약 내가 그냥 그 놈들한테 걸어가서, 쾅, 빵빵, 푸슝푸슝. 다 죽어나가겠지. 난 가까운 클론 저장소에서 깨어나서 웃겠지만.

내 생각엔 일을 하다 생기는 문제들은 내가 다 감당할 수 있어.

어쨌든, 캡슐리어가 ‘기준잡이(baseliner)’들과 엮여서 좋을 건 하나도 없어(네가 생각하는 것 보다 더 짜증나는 거야. 자기들이 하는 짓을 줄잡기(b-lining)라고 하더군). 걔들도 캡슐리어랑 엮이기 싫어하고.

게다가, 내 장비들이랑 그 친구들 무기는 별반 차이가 없어. 나는 무력을 행사할 타당한 권리가 없다는 정도가 다르겠지.

숨었다 들킨 놈. 그걸로 충분해. 죽여버리는 건 완전히 합법적이지.

난 잠들면 그들이 무조건 날 잡으러 온다는 걸 알아. 내가 겪기 싫은 위험한 놀이지. 내가 들은 소문을 못 믿는 사람들도 있을 거야. 기회주의적 양아치들이 아무도 신경 안 쓰는 나 같은 사람한테 들이닥치는 것 말이야.

내가 되먹지 않은 허세를 부린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난 그들보다도 더, 그들이 뭘 무서워하는지 정확히 알아. 이건 큰 의미가 있지. 나는 그들의 대응 방식을 알고, 그들이 안전한 곳으로 돌아가는 시간도 알고, 주의를 끄는 법도 알지. 슬프게도 그 놈들은 별다른 방법이 없을 거야. 나한텐 쉬운 일이지만. 일하는 동안 내 신경을 좀 긁는 것뿐이지. 인간의 생활 리듬을 탓하라지.

내가 여기서 뭘 하는지로 다시 주제를 바꾸지. 술 냄새(아마르산 발효 밀로 만든 것 같은데… 지금 할 말은 아니겠다.) 풍기는 Brutor 부족 두 놈을 따라 반 지하 깊은 곳으로 가고 있어. 어, 정확히 말하면 냄새를 따라가는 중이지. 여기선 Matari 부족(난 이 단어가 좋더라.)에 대해 알 수 있지.

더 정확히는, 난 뭔가를 사야 해.

까놓고 말하자면 마약이야. 좀 희귀한 거고, 요즘 들어 꽤 싸졌지. 아, ‘요즘’이란 건 웜홀이 열린 다음이야.

이상하지? 이런 게 분명 나돌고 있는데 사람들은 불평 한마디, 공식적인 이의제기조차 안 해.

C3-FTM (풀네임은 C3-fullero-tris-methanodicarboxylic acid인데, 이게 진짜 궁금해?). 난 2층 테라스가 딸린 음식점에서 몰래 이걸 파는 사람한테 간 적이 있어. 왜 이걸 이런 데서 조금씩 몰래 파는지 진짜 이상하다고 생각했었지. 거기 들어가려고 먹어야 되는 음식값이 더 비쌌다고. 분명히 거기엔 공급과 수요에 따른 복잡한 이해관계가 있겠지, 뭐.

이제 나는 그냥 두 Brutor 친구들을 쫓아서 민마타 밀수업자를 찾으면 돼. 그러면 난 곧 존나 큰 마약 상자를 찾아내겠지. 내가 정체를 숨기고 물건을 사려고 먹어야 했던 음식값만큼 내면 그걸 다 살 수 있을 거야.

진지하게 말하는데, 이 방법은 잡힐 일도 없어.

민마타 두 놈을 쫓아 정체불명의 목적지를 향해 어두운 통로를 지나가다가, 벽에서 건조하고 큰 목소리가 튀어나오는 걸 들었어. 그건 스테이션의 시끄러운 중심부에서도 잘 들릴 만큼 또렷했지. 그 두 명의 Brutor 친구들은 어디선가 날 보고 있었고, 내가 뭔가 말하기를 기다리고 있었지. 그들은 이런 종류의 장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고 있었겠지만, 내가 하는 말은 못 알아먹었어. 그래서 난 “걱정할 건 없는데요.”하는 뜻으로 어깨를 으쓱한 다음, 좀 천천히 어두운 복도를 향해 걸어 들어갔어.

이 친구들이 이만큼 빨리 알아챌 줄은 몰랐어. 아마 내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빡빡하게 사업을 굴리나 봐. 나는 처음에 나 같은 사람을 만날 줄은 몰랐거든. 최소한 캡슐리어들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지.

거의 다 온 거 같아.


이건 장사의 한 부분이야. 그들이 사람들을 분류하고, 확인하고, 말 거는 방식이고… 네가 생각하는 게 맞아. 그들이 설치해둔 스피커에서 소리가 나기 시작했어. 엄청나게 많은 초-통신체(meta-stream)가 밀집돼서 생기는 정교한 정전기로 혼란스러운 백색 소음이 섞인 소리가 들렸지. 잠깐 동안 들리는, 별로 거슬리지는 않은 삑 소리였어. 여기는 온갖 종류의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 곳이야. 시신경 연결체(Neurovisual)를 통해 보이는 VIP들만 쓸 수 있는 엘리베이터들, 보안 통신 라인, 물론 광고도 많지. 지금 여기에서 몇 킬로미터 내의 모든 식당, 편의 시설 광고 등등, 심지어는 그 가격도 광고랑 같이 흘러 들어와.

이건 기준잡이들한테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고, 또 여기서 뭔가 깜빡하지 않는 방법이기도 해.

내가 왜 Brutor 놈들에게 이 연결체에 대해 설명하고 싶지 않았는지도 이제 알겠지.

“저건? 오, 4.6밀짜리 신발 광고네. 옆에 지도에는 25개의 가장 빠른 길도 보여주고 있고.”

이렇게 말하니, 이 친구들은 그냥 날 한 번 보고, 바로 오른쪽의 나선형 계단으로 내려오라고 짧게 말했어. 조금 전까지 뭐가 있는지 생각하고 있던 스테이션 바닥으로 추락하는 것처럼 가팔랐지. 나는 내가 진공으로 가득한 바깥까지 얼마나 가까운지 궁금해졌어. 환풍구가 작게 웅웅거리는 소리 말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그건 이따금 어두컴컴한 이 지하 미궁에 뜨거운 공기를 불어대며 달그락거렸지. 생각하기 참 좋은 장소야. 몇 분 뒤에 난 문 앞에 도착했어. 문 안 쪽에 그 두 놈이 서있었지.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들은 나를 향해 돌아섰어. 뭐, 그럴 필요까지야. 내가 왔다는 것 정도는 나도 안다고.

더 안쪽을 보니, 수수한 옷을 입은 Vherokior 여자가 책상 뒤에 앉아있었어. 책상에 달린 골동품 서랍은 볼 베어링을 돌리는 소리 비슷한 게 나고 있었지. 그녀의 주위를 책장이 둘러싸고 있었고, 그 안에는 온갖 종류의 약 상자가 가득 차있었어. 그리고 내가 보기엔 좀 이상하게 생긴 무기도 있었고.

나는 당황스러움을 억제하려고 노력했지만, 순간적으로 동요했지.

그녀는 내가 당황한 것을 알아차리고, 웃으며 연필을 내려놨어. 그녀는 일반인처럼 옷을 입고 있었지만, 이 이상한, 돈과 영향력이 있고 사기 당하기 딱 좋을 것 같은, 그 곳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어.

“네, 우리가 좀 옛날 방식으로 장사하죠.” 그녀가 자신의 곧게 뻗은 긴 머리를 훑으며 말했어. 장신구 하나 없는 Vherokior 족 스타일이었지. (고무밴드로 머리를 묶긴 했지만.)

“서류 작업은 아직도 필수거든요.” 어디서 베낀 허세를 들이 대는군. 난 조금 짜증이 나기 시작했어. 뭐, 그렇게 나쁜 건 아냐. 긴장감은 아드레날린이고, 아드레날린은 좋거든. 잠이 안오니까.

“C3-FTM 찾아요?” 그녀는 바로 본론으로 넘어갔고, 난 끄덕였지.

“물론 있지요.”

“가격은?” 그녀는 내가 묻고 싶지 않았던 걸 물어봐서, 난 그냥 조용히 있었지. 무슨 뜻인지는 그녀도 알았을 거야.

“요즘엔 좀 비싼데.”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고, 난 그걸 보고 있었어. “왜인지 궁금한 거 같은데요?” 그녀가 말했어.

“내가 궁금하다고 말해주길 바라는 것 같은데.” 난 그녀에게 말했어.

“우린 아마 서로 도움을 줄 수 있을 거 같은데. 들어와요.” 그녀는 들어오라고 손짓하며 말했어.

나는 그녀를 따라서 방 뒤편에 있는 방으로 들어갔어. 서늘한 파란색 조명이 모든 통로의 구석을 비추도록 정교하게 설계된, 칼다리 강철제 동굴의 복도를 따라 들어갔어. (여긴 칼다리니까, 난 이걸 꼭 칼다리제라고 말하고 싶었어.) 그녀를 따라가자, 천정에 박힌 터렛 비스무리한 것들이 빨간색 조준 레이저를 그물마냥 뿌리며 나를 겨누고 있었지.

그게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C3랑 관계 있는 건가?” 나는 그 골동품을 가리키며 말했어. Vherokior 여자는 어깨너머로 나를 힐끗 보더니, 입고 있던 더러운 로브를 벗었어. 그녀는 흰색과 검은색이 섞인 캡슐용 전신 슈트를 입고 있었는데, 분명 그건 YC111년도 스타일5) 이었어.

“물론이죠. 여기에서 은밀하게 이야기해야 해요. 알겠죠?“

난 싫은데.

우리는 복도 끝까지 갔고, 다른 문 앞에서 멈춰 섰어. 그녀는 이상하다는 눈으로 날 봤지. 그녀는 뭔가를 털어놓고 싶어 보였어. 나는 여기 문 뒤에 뭔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뭐 지금까지 본 것만도 충분했어.

“집으로 돌아왔군요, 정확히는 회사겠죠.” 그녀가 조용히 말했어. 그녀는 우리가 있는 이 이상한 방을 쳐다보면서, 내 망설임을 알아챈 것처럼 조용히 말했어. 그렇지만 그녀는 눈 앞의 모든 게 뭔가 연습했지만, 연습한대로 되지 않는 것처럼 말했지. 그녀는 날 알고 있는 듯 했어.

“여기 내 집 아냐.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난 여기에 없어요. 왜냐면…” 그녀는 우리가 들어온 문이 닫힐 때까지 기다리다가 말했어. “난 여기 있어요. 왜냐면, 저는 Sabik을 알거든요. 본 적도 있어요..”

나를 둘러싼 이 방은 라운지 같은 것이지만, 누군가의 침실로도 쓰이는 것 같았어. (그녀 말고, 다른 남자.) 방에는 푹 들어간 중심이 있었고, 거기에는 크고 둥그런, 보라색과 파란색이 들어간 너무 많은 쿠션들이 있었어. 그녀는 그 곳으로 향하는 계단의 모서리쯤에 가서 멈춰 섰지. 아마 그녀는 내가 그 쿠션들이 있는 소파에 앉을 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난 그냥 서있었어. 그녀는 날 방의 구석에 있는 선반으로 안내했어. 거기엔 내가 알아볼 수 있는 것들이 있었지. 다양한 색깔로 빛나는 작은 버튼들로 장식된 은색 패널이었어.

말이 별로 없는 친구로군. 뭐 내 맘에는 들지만, 굳이 그걸 말하려고 하지는 않았어. (그녀가 언젠가는 말할 테니까.) 패널 위에 각 색깔들은 4가지 종류로 정렬되어 있었고(‘합성(Synth)’, ‘일반(Standard)’, ‘증강된(Improved)’, ‘강한(Strong)’의 4종류더라.), 아주 예쁘게 줄 맞춰 있었지.

나는 최대한 합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싶었어. 그래서 만약 그녀가 권하면…

“합성품이요?”그녀는 어느새 내 바로 뒤에 와서 말했어. 그녀는 내 얼굴 구석구석을 쳐다보더니, 패널에 손을 올렸어. 패널의 옅은 하늘색이 점점 검게 변하더니, 짙은 바다색이 되더군. 그건 Blue Pill이었어. 6)

“NOH 사의 물건은 아직 안 써봤어요?” 그녀가 물었어. 나는 싫다고 고개를 저었지. “이리 와요.” 그녀가 손짓했어. 그녀는 패널의 파란색 버튼에서 손을 때고, 따듯해 보이는 오렌지 버튼에 손을 올리더군. 나는 이 방의 구조를 다시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었지. 그녀가 꺼낸 건 Mindflood였어. (Blue Pill과 같은 신체 강화제. 참조.) 그녀의 나머지 4개의 손은 매끄럽게 튀어나온 혹 같은 것에 올려져 있었고, 다른 부분은 완전히 평편했지. 나는 저 밖에 있는 스테이션 경비들이 들이닥치지 않기를 빌었고, 그녀도 그렇게 생각하기를 빌었어. 나는 그녀가 그걸 누르는 것을 보고 있었고, 화학물질이 작은 노즐을 통해 뿜어져 나오는 소리를 들었어.

“꽤 강하지만, 합법적인 거에요.”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팔목을 문지르더니 소파로 걸어갔어. 아이고, 그건 약 분사 버튼이었어. NOH 사의 Blue Pill은 다른 것처럼 하늘색이었지만, 맨 위 쪽에 작게 NOH 로고가 박혀 있었어. “흥미롭군.” 그냥 흥미로운 척 하면서 말한 거야.

그녀는 소파 구석으로 천천히 걸어가더니, 소파의 등받이 위에 앉았어. 난 그렇게 앉는 사람은 처음 봤어. 난 약간 어지러움을 느껴서, 소파 중간쯤에 앉았어. 딱 그녀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곳에 말이야. 여긴 멍청할 정도로 쿠션이 많군. 애기들 놀이장에 온 것 같아. 나는 쿠션 몇 개를 발로 차서 밀어냈어.

“편안히 있어요.” 그녀가 말했어.

“뭔가 이상한 걸 여기에 설치했네.” 난 진짜로 그게 뭔지 고민하다 물어봤어. “좀 딱딱한 것이군.”

난 소파에 반쯤 누워서 거기에 빠져들고 있었어. 쿠션 천국, 뭐라고 해야 될까? 쿠션민주주의? 어쨌든 이 쿠션보다는 NOH 사의 신의 손으로 만든 약에 취했었던 것 같아. 아, 고마워요 NOH.

“C3에 대해 좀 물어볼게요.” Vherokior 여자가 멍하게 말했어.

아까 저 여자가 물어본 Sabik이 뭔지 궁금해졌지만, 그게 뭔지 곧 알 것 같다는 느낌이 왔지.

그녀는 나에게 돌아섰어. 별로 돌려 말할 생각은 없어 보이더군. “정확히 뭐요?” 나는 물어봤어.

“저는 물건을 팔아요.” 그녀가 말했어. “기초적인 것 이상으로 알 필요는 없겠지만, C3는 좀 흥미로워서요.”

뭐? 난 말하기도 짜증났어. 그 놈에 Sabik이 뭔지 알려면 한참 걸리겠군.

그녀는 뭔가 큰 비밀인 양, 비밀스러운 얼굴이었지. 내가 뭐라고 말해야 될지도 모르겠더군.

난 그녀에게 캡슐리어가 된지 얼마냐 지났나고 물어봤어. 3년이라더군. 내 생각 보다는 꽤 오래 묵은 친구였지.

나는 그녀에게 C3가 진짜 마약은 아니라고 설명했어. 뽕 같은 거 안 올라온다고. 강화제 비슷한 거라고 말야. 그래도 어떻게 쓰는지는 알아야 되고, 효과가 그렇게 굉장한 것은 아니라고 했어. 사실 몇몇 상황이 아니면 거의 쓸모가 없다고도 말했지.

그녀는 그 몇몇 상황이 뭐냐고 물어보더군.

나는 그녀에게 캡슐 밖에 있는 것을 상상해보라고 했어. “밖에서 하는 일들은 그렇게 복잡한 게 아니야. 누군가를 만날 수도 있고, 진짜 레스토랑에 가서 맛난 걸 먹을 수도 있고, 아마도 진짜 침대에서 잠을 잘 수도 있겠지.”

“물론 상상하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해. 그렇지만 우리 모두 캡슐 밖에 있는걸.”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어. 내가 계속 말을 돌리니까, 궁금한 걸 참지 못하고 있었지. 난 그녀에게 ‘좀 참아봐’란 표정을 지으며 자리를 바꿔 앉았고, 쿠션 하나를 걷어 찼어. 그녀는 쿠션이 구석으로 굴러가는 걸 보고 있었는데, 약 기운이 심하게 올라오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

기억이 계속 올라와서 그걸 잊어버리고 싶거나, 점프 프레이터를 운전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거야. 그리고 어떤 상황인지 더 정확히 알고 싶으면, 예시를 몇 가지를 던져보라고.”

그녀는 만약 자신이 기억을 선택적으로 하고 싶어도 도움이 되냐고 물었어. 다른 장소, 다른 기억의 조각들이 잘 구분되도록 돕냐고. (나 아냐. 이거 이 여자가 말한 거야.) 난 끄덕였어.

C3는 그걸 도울 수 있다고 말해줬지.

그녀는 정말로 그 효과에 대해 신기해했어. 그래도 그렇게 사용 될 수 있거나, 사용되어 왔는지는 난 알려줄 수 없었어.

C3로 인한 모든 결과는 전부 예측 불가능은 아니었지만, 꽤 놀라운 효과지. 일단, 난 아직도 밖에 있는 캡슐리어들(총 5명, 2명은 비무장)이 그냥 장식인지 아닌지 의심하고 있지는 않아. 저렇게 많은 숫자의 인간들이, 너무 아무렇지 않게 밖에 있다는 게 뭔가 숨기고 있다고 생각되지도 않았거든.

정확히 뭘 하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더라고. 하지만 그녀가 말한 Sabik은 흥미로운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했어. 뭐, 혹시라도 그냥 생각 없이 한 말에 내가 너무 과장되게 반응했을지도 모르지.

기억의 한 부분 때문에 -내 기억 말이야- 이걸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일지도. 한 부분, 그냥 한 부분 때문에.

물론, 내 기억의 한 부분에는 5년 정도 전에 있었던 Sahtogas와 Mabnen 주변에서 자행된 블러드 레이더 사건이 있어. 장대한 계획을 가진 부적절한 단체가 일으킨 사건.7) 하지만 우리가 일으킨 그 사건들 중 잘 알려진 것들은 그 목적이 너무 변질되어 있었고, 결국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영향을 줬어. 네가 뭘 생각하는지 알겠는데, 난 피 안마셔. 난 빌어먹을 Literal와 Omir놈들이 내 엉덩이를 봐준다고 기뻐하지 않아. 피는 자기들끼리 쳐 빨아대라지. 8)

“아까 당신이 말한 Sabik.” 나는 신경질을 내며 말했어. “무슨 의미지?”

너무 궁금한 나머지, 말이 그냥 입 밖으로 튀어나오더라고.

그녀는 팔을 살짝 올려서 고쳐 앉았어. 답변을 생각하는 것 치고는 너무 오랜 시간동안 조용히 있더라고. 바로 답해주기에는 꽤나 중요한 이야기인가 보지. 그녀는 몸을 앞으로 뻗어서 손을 들었어. 내가 파악하지 못한 어떤 남자가 나타나더니, 그녀에게 조그만 강철 박스를 건네주었지. 박스 안에는 내가 알고 있던 것보다 조금 더 최신의 것이고… 음, 더 큰 튜브 같은 게 있었어.

튜브는 예전엔 밀리미터 두께였지만, 요즘에는 아주, 아주 작은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것이 보통이야. (난 예전 것만 본 적이 있어.) 그녀는 7리터가 넘어 보이는 양이 든 튜브를 잡고 있었지. 그녀는 폭탄을 터뜨릴 것 같이, 잔인한 얼굴로 웃으며 날 보고 있었어. 그 무게 때문에, 그녀의 가녀린 팔은 후들후들 떨리고 있었지.

네가 어떻게 보든 간에, 이건 좆 같은 상황이지.

“뭐긴요, 생일 축하죠.”

아마 내가 너무 많이 빼먹었나 봐. 아니면 아마 너에게 충분히 설명을 못했겠지. 넌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정확히 모르고, 여기서 뭐가 일어난지도 모를 거고, 어쩌면 넌 캡슐리어가 뭔지 모를지도 몰라. 그렇게 조금 아는 걸로는, 뭐가 다음에 일어날 지도 모를 거고.

흠, 맞아, 네가 못 알아듣도록 의도한 거야. 하지만 이건 내가 시작하는 방식이고, 애초에 너한테 많은 정보를 주려고 하지 않았던 거지. 지금부터는 진짜로 캡슐리어가 되려고 원하는 사람이나, 그 친구들보다 더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좋은 시작점이야. 깊은 끝으로 가라앉으며, 이 모든 일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 말이야. 지타 4-4는 시작하기 좋은 장소지. 여기는 널 혼란에 빠트리려고 설계된 장소야. 지금까지 내가 말한 것을 이해하기 시작한다면, 넌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이해하는 것은 그렇게 쉽지만은 않을 거야. 왜냐면 나한테도 쉽지가 않거든.

2부

캡슐리어의 시대가 도래하기 전, 지타 4-4가 심지어 존재하지도 않았을 때부터 시작하자. 그 당시, 내 친구들 몇 명은 내가 그들의 클론기술과 캡슐에 부적합하다는 것을 알려주었어. 새로운 기술들이 만들어졌고, 나는 그 기술의 2세대야. 첫 번째로 그 기술을 받아들인 사람들은 꽤 많은 관심을 받아서, 나는 YC106까지 1년 기다린 다음에 캡슐리어가 됐거든. 9)

진짜 캡슐리어(egger)가 된 직후 몇 시간을 기억하지는 않아. 몇 년이 지난 후에도 그럴 필요 없어. 네가 많은 것을 달성한 다음에도, 최고로 진보된 이 기술에 의해 남겨진 최초의 흔적을 기억할 필요가 없어. 나조차도 그랬고.

물론, 모든 사람이 나처럼 생각하지는 않을 거야. 일부는 슬픔(pathetic)과 끔찍함(eerie)을 구분해내는 명료함으로 자신의 졸업식을 기억해 낼 수 있고, 그 중 대부분은 그들의 ‘최초’를 뻔한 이야기로 잘 설명할 수 있을 거야. 해군에 이런 사람들 몇 명이 있지.

요점은, 넌 절대 기억하지 않는다는 거야. 왜냐면 넌 이 개 같은 캡슐에 타서 할 일이나, 가능 한 일에 대해 감사하지 않으니까. 아직까지는 말이야. 넌 아마도 교육관들이 잘했다고 네 머리를 쓰다듬어 준 것과 첫 번째 워프와 싸움으로 흥분한 것이 기억나겠지. 근데, 그건 큰 그림의 구석에 있는 좆만한 것에 불과해. 시간이 지나면 네 마음속에는 뭔가가 자라겠지. 네 대가리가 정상적인 축에 속한다면, 너는 늦든 빠르든 중요한 것이 뭔지 알아채기 시작할 거야.

첫 번째로 알아야 할 것은, 캡슐리어는 한 나라만큼의 부와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는 거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영토를 가질 수 있다는 거지.

캡슐리어들 중 많은 사람들은 벌써 그걸 실천하고 있어. 엄청나게 많아진 캡슐리어들은 제국의 우주 밖에 식민지를 건설하고, 그 식민지를 통치하고 운영하는 회사와 연합을 만들었어. 물론 4대 제국은 완전히 그들의 숫자를 적게 파악하고 있는 건 아냐. 그들은 거대한 함대도 가지고 있고, 자신들에게 충성하는 다른 캡슐리어들도 데리고 있지. 그들의 애국심은 그들에게 제공되는 것들이 급격하게 줄어도 떨어지거나 하지 않지. 몇몇의 캡슐리어들은 CONCORD가 다른 캡슐리어들로부터 보호해주지 않는 외우주의 끝없는 어둠을 무서워해. 그런 친구들은 사람들 -내 사람들- 이 절대 외우주의 놈들을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걸 걱정해.

넌센스야.

우리의 주장은 결국에는 시작할, 캡슐리어들의 활발한 외우주 개척을 이끌 거야. 뭐, 지금은 아주 작은 규모지만. 두 번째로 알아야 할 것은, 캡슐리어는 죽을 수도 있다는 거야. 불멸자가 아니란 거지.

캡슐리어들 중 대부분은 이런 사실을 받아들이길 거부해. 하지만 이건 꽤 명백한 사실이라고. 일반적인 캡슐리어의 재클론화(re-cloning)는 정신 전송 기술(mind-state transfer technology)에 의존하게 돼. 의식을 고도로 통제된 환경에서 다른 환경으로 옮기는 기술이지. 예를 들자면, 캡슐(‘알’)의 A 신체에서 클론 시설의 B 신체(‘plan B’를 위한)로 옮기는 것 말이야.

내 말 중에서 인상적인 구절은 고도로 통제된 환경이야. 그 환경은 그냥 아무 곳이 아냐. 너의 뇌에 박혀있는 스캐너는 매일 밤 모든 기억과 모든 인성적 결점을 저장해. 왜인 줄 알아? 네 캡슐이 언젠간 박살 날 것이기 때문이지.

누군가 캡슐이 실제로 얼마나 박살나기 쉬운지 알아냈기 때문이야.

박살난 다음 네가 깨어나게 되는 클론 저장시설은 어떨까?

네가 깨어난 클론 저장시설은 각 분야에서 최고로 검증된 인물들로 둘러싸여있어. 이 투명인간 보모들은 우주 엘리트들이 다시 태어나는걸 총괄해. 이 사람들의 직업은 우주에서 비할 바 없이 중요해. 너를 감시하고 지켜보는 건 아무 데서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 그들은 진짜 경호원들이야. 만약 그룹의 CEO가 이 시설에서 깨어났다면, 그의 경호원들은 이미 실패했다는 뜻이고, 흰색 가운을 입은 사람들에게 가장 신성한 경호 계획이 넘어가지. 분명, 캡슐리어들 중 누구도 그걸 달갑게 받아들이지는 않아. 우리는 종종 우리가 모든 걸 이해하는 정도가 아주 빈약한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거든.

왜냐고? 왜냐면 이 흰색 가운을 입은 사람들은 너랑 나를 완전히 끔찍하게 만들어 버릴 수 있거든.

내 생각에는 캡슐리어들이 클로닝 시설(Cloning vats)을 우리가 가진 가장 크고, 강력한 함선에 설치하기 시작한 이유가 클론 보급과 보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인 것 같아.

그러한 장치를 설치할 수 있든 말든, 너의 안전은 명백히 외부의 위협에 놓여있지. 별로 통제되지 않은 환경을 사용해서, 클론 시설의 문제로부터 벗어난 완전한 불멸자가 되려는 생각은 하지마. 네 계획은 좆도 쓸모가 없을 테니까. 우리 중 대부분은 여전히 누가 만들었는지도 궁금해하지 않고, 그냥 주는 대로 받아먹으면서 이 시스템을 신뢰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직접 겪어보면 알겠지.

세 번째는 우리의 캡슐이 박살나는 순간에 일어나지. 너의 뇌는 스캔돼서 너의 캡슐을 통해 시설로 전송 돼.

세 번째로 알아야 할 것은, 캡슐리어는 데이터화될 수 있다는 거야. 아마 아주 짧은 순간, 그 반 정도 되는 순간보다 더 짧아서 우리가 알아챌 수 없는 순간, 마치 심장 박동의 사이쯤에서 광속으로 날아다닐 때는 우리는 단순히 0과 1로 이루어진 데이터 쪼가리야. 이 중요한 순간은 그 아무도 인식할 수가 없는 순간이야. 이게 바로 우리 중 극소수가 감사하고 있는 것이지.

바로 정보체(informorph)의 발견이야.

난 아직 궁금한 게 있긴 해. 만약 우리가 그냥 밖에서 살면서 영원히 다른 클론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만약 우리가 우주 밖에서 살면서, 그 외부와 우주의 사이에 더 빛나고 멋진 세계를 건설하면 어떨까?

1)
인게임 닉네임 권장
2)
Otro Gariushi는 단편 크로니클 Ruthless 의 주인공이자 칼다리 대기업 Ishukone의 CEO
3)
이브 세계에서 유명한 게임. 크로니클 마인드 클래시 참조.
4)
점프 게이트 옆마다 떠있는, 바운티 탑 플레이어 라던지, 최근의 이슈 같은 것이 나오는 전광판
5)
이브 표준시(EVE standard time). 111 YC에는 지타 4-4 스테이션 앞 기념비를 캡슐리어들이 박살냄.
6)
스테로이드 같은 캡슐리어용 신체 강화제. 효과가 강한 것은 불법이다. Blue Pill 항목 참조.
7)
블러드 레이더가 자행한 끔찍한 화학테러. 자세한 사항은 EVE 연표참조.
8)
Literal과 Omir는 블러드 레이더의 분파. 자세한 사항은 블러드 레이더(Blood Raider Covenant) 참조. 또한 화자가 어렴풋이 눈치 챘지만 계속 캐묻는 Sabik은 블러드 레이더의 근원이 된 고대 종교(Sani Sabik).
9)
캡슐리어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한 것은 공식적으로 YC105. 자세한 사항은 EVE 연표 참조
크로니클/jita-4-4.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21/04/15 21:06 저자 Muro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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