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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안 번역자 : 헥사크론 | One man too many |
새로운 몸을 얻은 피어 앙크루는 점차 감각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길 수 있었다. 비록 그가 이 몸을 직접 통제하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익숙하게 근육을 움직일 수 있었다. 점차 감각이 돌아오자 그는 자신의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창문이 하나도 없는 하얀색 방 안. 가구라고는 자신이 지금 누워 있는 의료용 탁자 뿐이었다. 뭔가 침울한 표정의 종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방은 졸리아 항성계의 펜드 보험사 정거장에 위치해 있었다. 펜드 보험사의 임원이자 대주주인 그에게는, 해당 회사가 소유한 모든 정거장에 거주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고, 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부와 자원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최첨단 기술을 쉽게 활용할 수 있었고, 종이 가운을 입혀주는 동안 그는 다시 한 번 이 정신 이동 기술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해당 기술을 사용하기 시작한 지는 약 몇 주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것은 그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크게 삶을 바꿔놓았다. 더 이상 지루한 우주 여행을 할 필요도 없었고, 우범 지역을 지나가느라 시간을 잡아먹을 필요도 없었다. 그저 그는 자신이 방문하는 장소에 클론을 미리 준비해서 그것들을 정신 이동 장치에 연결시킨 다음, 세계를 눈 깜박할 사이에 횡단하면 되었다. 이젠 알레니아 V에서 임원 회의를 가진 후, 오후에는 마세라 행성에서 서핑을 즐기고, 아카보이넷 II에서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오호, 인생은 아름다워'….라고 앙크루는 노래했다.
거주구로 들어온 앙크루는 옷을 갈아 입기 시작했는데, 문득 종이 나타나 본 정거장의 경찰국장인 질라인 가라트가 방문했다고 알려주었다. 그는 이 중년 여성을 전에서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의 기억에 그녀는 성실하고도 부지런한 경찰 공무원이었다. 접견실로 들어가기 전 그는 마지막으로 외모를 다듬었다.
“바쁘실 텐데 귀찮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가라트는 형식적인 인사를 건넨 뒤 곧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임원님께서 여기 도착…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달려왔습니다”
이 새로운 여행 방식에 관해 그녀는 약간 혼란스러워 하는 듯이 보였다.
“임원님께서 꼭 아셔야 할 일이 생겨서요. 하지만 우선, 혹시 어디에서 오셨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시자몬드 항성계에서 왔습니다. 거기서 밤을 보냈지요”
앙크루는 진심으로 대답했다.
“대체 무슨 일입니까?”
“지난 밤 파파도르 의원이 살해당했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임원님께서 그를 살해하신 것 같습니다”
“저요?”
앙크루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웃음을 터트렸다.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암살이 연회 도중에 일어났거든요. 저희가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그 때 당시 임원님께서는 의원과 함께 계셨고, 수 백명의 사람들이 이를 목격했습니다. 임원님께서 어제 시자본드에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 줄 누군가가 있습니까?”
“아니오”
앙크루는 천천히 대답했다. 사업계나 정치계에서 벌어지는 각종 속임수에는 익숙한 그였지만 이런 일은 난생 처음 겪는 일이었다.
“아니오, 저는 어젯밤 혼자 있었습니다. 연회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주십시오. 어떻게 의원이 살해당했습니까?”
“DNA 독극물로 살해당했습니다. 임원님의 모습을 한 살인자가 특정 유전자 구조에서만 활성화되는 독극물을 가지고 있었던 겁니다. 이 경우에는 파파도르의 유전자이죠. 이것은 오늘날 자주 쓰이는 살해 수법 중 하나입니다. 제가 여기 연회 장면을 촬영한 영상 자료를 가지고 있습니다만, 혹시 보시겠습니까?”
앙크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영상 자료를 틀자, 최소 300명 가량의 손님이 자리에 앉아 점심을 먹고 있는 넓은 홀이 등장했다. 문득 화면이 특정 테이블로 옮겨지더니 점점 확대되기 시작했다. 거기에는 앙크루처럼 똑같이 생긴 어느 사람이 파파도르 의원과 함께 앉아 있었다. 그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얘기를 하거나 음식을 먹고 있었고, 모든 것이 완벽하게 정상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의원이 두 손으로 자신의 목을 움켜 잡더니, 얼굴이 새빨개진 채 테이블 위로 풀썩 쓰러졌다. 뒤이어 소란이 일어났고, 가라트는 이 지점에서 화면을 꺼버렸다.
“뭔가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하셨습니까?”
가라트 경찰국장이 물어보았다.
“확실히 임원님이 맞습니까?”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던 앙크루는 즉시 대답하지 않았다.
“그런 것 같은데요”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하지만 뭔가…뭔가 이상한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볼 수 있을까요?”
두 번째 영상 시청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무 것도 알아내지 못했고, 문득 앙크루는 가라트가 자신을 점점 불안한 표정으로 바라본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 순간, 어떤 깨달음이 그를 강타했다.
“맞아요! 저기 있는 사람은 왼손으로 음식을 먹고 있습니다. 저도 왼손잡이이긴 하지만 여전히 오른손으로 밥을 먹죠”
가라트는 마침내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맞습니다. 저희는 이미 그 점을 파악하고 있었지요. 대화 패턴이나 손짓 그리고 표정에 있어서 기타 다른 이상한 점들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하여 볼 때 저희들은 이것이 클론 사칭범이라고 결론내렸습니다. 매우 전문적인 방법을 쓰긴 했지만 충분히 완벽하진 않았지요”
“그러니까, 당신은 이미 저게 사칭범이라는 걸 알고 있었단 말입니까?”
앙크루가 물었다.
“물론이죠. 하지만 전 진실을 밝히기 이전에 당신의 반응을 측정하기를 원했습니다. 만약 저희가 당신을 범인으로 지목했다면…지금보다 좀 더 폭력적인 수단을 사용했겠죠. 실례지만, 혹시 암살 배후에 대해 뭔가 가지고 계신 정보가 있습니까? 대충 짐작되는 인물이라도?”
앙크루는 자리에 않아 자신의 전자 태블릿을 문질렀다. 그와 파파도르는 별로 친한 사이가 아니었으나, 합중국을 상대로 어떤 사업을 벌이기 시작하면서부터 긴밀한 협력 관계가 형성되어 왔다. 그는 생각이 마음대로 흐르도록 내버려 두었다. 위험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만약 떠돌아 다니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대체 누가 그런 일을 벌였는지 모르겠군요, 국장님”
마침내 그가 대답했다.
“하지만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싶습니다”
그는 입가에 엷은 미소를 지은 다음, 자신의 종을 불러 경찰국장을 현관까지 배웅하도록 지시했다.
“그렇죠. 이건 꽤 재밌는 일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