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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의 짧은 이야기는 120년전 조브와 칼다리가 조우했을 때에 대하여 묘사한다.
히라키 피코탄 중위는 칼다리 크루저 오카리오니에 있는 자신의 숙소에서 이제 막 면도한 얼굴을 철제 거울에 비춰 본다. 청결함, 몇 주 만에 처음으로 이 젊은 중위는 잊고 있었던 흥분의 감정에 몸을 떤다. 피코탄의 아버지는 갈렌테 연방과의 전쟁에서 싸웠고 그의 흥미진진한 전쟁 이야기들은 어린 십 대 소년 피코탄의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전쟁은 15년이나 지속되었고 이 동안 해군에 있었던 피코탄에게 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은 하나도 일어나지 않았다. 닦고, 조이고, 잠자기가 해군 생활에 있어서 전부인 것만 같았다. 그러나 약 2달 전 새로운 종족이 칼다리에 접촉했다. 피코탄은 이들이 인류로부터 기원된 종족이라는 것 이외에는 거의 아는 게 없었다. 첫 번째 접촉 이후에 오카리오니함은 새로운 종족이 자신들을 소개한 국경지방으로 이동할 것을 명령받았다. 평탄하지 않았던 며칠간의 이동 끝에 이제 드디어 함정은 목적지에 가까워졌다, 새로운 종족이 몰고 있는 함정과 접촉할 장소에.
피코탄은 몇 번이나 자신의 옷매무새를 바로잡고는 숙소를 나섰다. 난간을 걷고 있는 동안 그는 다시 한번 이 의문점 투성이인 임무에 대하여 생각했다. 거기에는 너무나 많은 변수와 의문점들이 있었다. 왜 오카리오니함이 이 위험지역으로 오기 전에 이슈콘 기업의 군 조선소에서 2주 동안이나 정박해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창고 B에는 어떠한 장치가 들어있는 채로 잠겨 있는 걸까? 왜 부함장인 자신조차도 모르는 비밀들이 오고 가는 것일까? 피코탄은 이러한 상황에 대하여 기분이 좋지 않았고, 또 많은 선원들도 말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러한 생각들에 언짢은 채로 그는 함교에 다다랐다.
오우리예 함장은 함교 위 지휘석에 앉아서 접선 장소로 향하는 마지막 방향 조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피코탄은 함장석 왼쪽, 약간은 뒤쪽에 위치한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상황이 어떻게 됩니까, 함장님?” 그가 물었다.
“우리는 20분 내에 접선하게 될 걸세,” 오우리예 함장이 대답했다. 둘은 잠시 침묵 속에 잠긴 채 있었고 마침내 오우리예 함장이 입을 열었다.
“이제 우리는 곧 접선하게 될 것이고 자네에게도 우리의 임무에 대하여 알려줄 수 있게 되었군.”
피코탄은 이제야 자신들이 이곳에 온 이유를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함장은 긴 침묵을 깨고 다시 입을 열기까지 일분여간의 시간이 흘렀다.
“우리에게 접촉한 종족은 자신들 스스로를 조브라고 부른다네. 나도 그것 외에는 아는 것이 없지만 상부에서 얘기하길 이들은 매우 진보된 종족인 듯하다더군. 우리가 이곳에 오게 된 이유는 정보를 교환하기 위함일세. 조브인은 정보를 얻는 것이 그들 삶에 있어서 최고의 목적이고, 또 이것에 대하여 후하게 사례한다고 하는 것 같더군,”
오우리예는 잠시 킬킬거리며 웃고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우리는 그들에게 여러가지 정보를 줄 것이라네 : 사회 문제들에 대한 자료, 역사적인 사실들, 항로표, 그리고 심지어 군정보까지,”
오우리예 함장은 마지막 단어를 말할 때 눈에 띄게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상부에서는 그 대가로 얻는 것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더군…” 함장은 말꼬리를 늘였다.
“우리가 대가로 무엇을 얻습니까?” 피코탄이 물었다.
“나도 확실하게는 모르네, 중위. 확실히는 몰라. 그것은 함정을 조종하거나 통신하는 어떤 장치라는 것 밖에는.”
피코탄은 생각에 잠긴 채로 자신의 목을 문질렀다. 수술한 이후로 여전히 뻐근했다. 이슈콘에 정박해 있을 때 오우리예 함장은 피코탄에게 원활한 임무수행을 위해서 임플란트를 주입하도록 권장했었다.
“함장님, 우리가 그들에게 넘기는 자료들이 창고 B안에 담겨있습니까?”
피코탄은 함장에게 물었다.
“아니야, 그… 장치는 우리가 조브인으로부터 대가로 받을 것이야.”
오우리예는 대답했다.
“네? 우리가 이미 그것을 얻은 것이라고요? 이해가 안갑니다, 함장님.”
피코탄은 혼란스러운 듯 대답했다.
“우리는 그것의 부분을 얻었지. 조브인은 나머지 부분을 가지고 와서 어떻게 그 장치가 작동하는지를 보여줄걸세.” 오우리예가 대답했다.
피코탄은 잠시 가만히 있다가 물었다.
“제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말입니다, 함장님, 왜 우리 스스로가 조브인을 만나러 가야 하는지 입니다.”
“무슨 뜻이지?” 오우리예 함장이 물었다.
“제가 생각하기로는 이 조브인들과의 관계는 외교부에서 맡아야 하는 것이지 군이 개입할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저는 왜 외교부가 이 문제를 다루지 않는지가…”
“우리는 이곳에 칼다리국의 공식적인 대표로서 온 것이 아니라네. 우리는 이슈콘 기업의 CEO 라토 모모리요타로부터 직접 명령을 받은 거라네. 이 임무는, 이 교환은 이슈콘 기업의 사업에 국한된 일이지. 상부는 우리가 이 일을 독자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것에 확신하고 있네.”
오우리예가 설명했다.
“우리의 상부라면 이슈콘 기업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함장님?”
“그렇네, 중위.”
오우리예가 대답했다.
“그러나 그러한 사실이 이 임무의 중요성이나 의미를 깎아내리지는 않지.”
그들이 만나려고 하는 함정은 이제 뚜렷하게 레이더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들의 함정은 그다지 커보이지 않는걸,”
피코탄은 주의깊게 지켜보았다. 확실히 그들의 함정은 오카리오니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칼다리 프리깃함보다 약간 큰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들의 함정은 무뎌 보였고 초록색, 갈색, 회색의 번쩍이는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것은 지어졌다기 보다는 깎아 만든 듯한 느낌을 주는 이상한 모습이었다.
통신장교가 손을 흔들며 “조브인 함정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라고 외쳤다. “이쪽으로 넘어 온다고 합니다.”
“알았네.” 오우리예가 말했다. “중위, 자네의 임무를 알고 있겠지.”
“네, 함장님,” 피코탄은 긴장한 채로 대답했다. 그는 네 명의 병사와 함께 셔틀 격실로 향했다.
“행동을 조심해서 해야돼.” 피코탄이 말했다.
“이들은 칼다리국의 손님들이며 우리들 개개인은 지금부터 사절단의 역할을 하는 것이니까.”
피코탄은 속으로 ‘칼다리가 아니라면 적어도 이슈콘 기업으로서 말이지’라고 덧붙였다.
조브인들의 함정과 같은 색깔의 셔틀이 배 안으로 들어왔다. 3명의 작은 사람들이 셔틀에서 내렸다. 그들은 옅은 갈색과 회색으로 된 가운 같은 제복을 입고 있었다. 그들은 분명 인간이었지만 무언가 이상해 보였다. 그들의 피부는 희끄무레한 노란색으로 속이 들여다 보일 것만 같이 투명했고, 실제로도 혈관이 뚜렷하게 비쳤다. 그들의 머리는 비정상적으로 컸고, 그에 반해 그들의 몸은 마르고 허약해 보였다. 세 사람은 피코탄을 향해 걸어왔고, 그 중 한 명이 피코탄 앞으로 나서서 입을 열었다.
“반갑습니다, 칼다리의 장교님. 저는 조브의 아누라고 하며 이 둘은 저의 수행인 예드와 엘라스라고 합니다,”
그 조브인은 외국인이라는 것을 거의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 칼다리어를 완벽하게 구사했고, 그의 몸짓은 가볍고 품위 있었다. 피코탄은 그들이 어디서 이렇게 칼다리어를 완벽하게 배웠는지 궁금했다.
피코탄은 자신도 모르게 조브인들의 창백하고 노란 빛을 띄는 눈을 쳐다보고 있다가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네.. 오카리오니호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아.. 저는 히라키 피코탄 중위라고 합니다. 저를 따라오시죠.”
그는 조브인들의 탐색하는 듯한 눈빛으로부터 몸을 돌려 갑판 쪽으로 향했다. 조브인들은 피코탄을 따라 오면서 모든 단어가 모음으로만 이루어진 듯한 이상한 언어로 말을 했다. 함교로 돌아와 피코탄은 조브인들에게 함장을 소개했다. 오우리예 함장은 피코탄과 달리 조브인들과 대화하는데 그다지 긴장되어 보이지 않았다. 피코탄은 함장이 그들과 얘기하는 동안 처음으로 그들이 먼 성계의 외계인이 아닌 인간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심지어 그들은 함장의 농담에 예의 바르게 웃기까지 하는 등 인간사회의 일반적인 예절에 대해서도 완벽히 이해하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대화는 업무 쪽으로 돌아섰고 조브인들은 그들이 받을 정보에 대해서 물었다.
“피코탄 중위, 내 선실에 가서 상자를 가져오게.”
오우리예 함장은 피코탄에게 명령하며 보안카드를 넘겨주었다.
“그것을 함교로 가져오게나.”
“네, 함장님.”
피코탄은 대답을 하고 네 명의 병사들과 함장의 선실로 향했다. 그가 함교를 나설 때 한 조브인이 함장에게 이렇게 묻는 것을 들었다.
“그는 준비가 되었습니까, 함장님?”
그리고 오우리예가 대답했다.
“네, 준비가 되었습니다.”
피코탄은 잠시 멈춰 섰다가는 다시 걸으며 그가 방금 들은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보았다. '그들이 내 얘기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상자는 길이 1m, 넓이와 높이 50cm로 그다지 크지는 않았지만 놀라울 만큼 무거웠다. 피코탄은 보안카드로 상자의 고정장치를 해제했고 네 명의 병사들은 상자를 함교로 옮기느라 진땀을 뺐다. 피코탄은 오우리예에게 보안카드를 넘겨주었고 함장은 상자에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잠금 장치가 커다란 금속음을 내며 해제되었고 오우리예 함장이 뒤로 물러서며 조브인들에게 상자 안을 보도록 권했다.
아누는 상자를 열고 안에 있는 자료들을 꺼내어 그의 부하들에게 건네주었다. 부하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물품 목록을 하나하나 지워나가며 물건들을 확인했다. 조브인들은 물품이 빠짐 없이 들어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이제 내용물들을 세심하게 검사하기 시작했다. 자료 디스크를 자신들의 소형 컴퓨터에 삽입하고 내용을 수초 안에 검토한 후에 다른 자료로 넘어가는 그들의 일 처리 속도는 놀라우리만치 빨랐다. 그들이 홀로그램을 빠른 속도로 돌려보았기 때문에 칼다리인들은 혼란스러웠다. 몇 분이 지나서 조브인들은 갑자기 하던 일을 중단하더니 흥분한 채로 서로 대화를 나눴다. 그들이 본 것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상자 안에는 우리가 협상했던 것들이 들어 있군요. 이것을 저희 셔틀로 옮겨주시겠습니까?”
아누가 오우리예 함장에게 부탁했다.
“먼저 우리가 협상했던 것들이 모두 맞는지 확인하는게 어떨까요.”
오우리예 함장은 약간 빈정거리는 투로 대답하며 ‘우리’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피코탄은 아누가 대답을 하기 전에 잠시 멈칫거리는 것을 알아챘다.
“물론이죠, 함장님. 거래는 거래니까요. 모든 것이 계획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죠?”
“네, 그렇습니다.”
오우리예 함장은 피코탄 중위를 쳐다보며 대답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창고 B의 문은 용접해서 봉해져 있어 여는데 몇 분이 소요되었다. 피코탄은 흥분으로 긴장되는 동시에 두려움을 느꼈다. 그는 언제나 자신의 주변상황에 대한 이해와 통제능력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이 상황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고, 이 ‘아는 것 없음’을 두려워했다. 피코탄은 예비 장교 교육 시 한 훈육관이 하던 말이 생각났다.
“항상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날 것을 예상하라. 그러면 모든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은 즐거움으로 바뀔 것이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현재 상황에서 이 말은 그다지 그를 안정시켜 주지 못했다.
창고 B의 안은 차갑고 어두운 빛을 발했다. 갑판에는 4, 5미터 가량의 검은 금속 물체가 놓여져 있었다. 그것으로부터 나온 수많은 관과 줄이 창고의 벽면에 연결되어 있었다. 그 물건은 조브인들의 함정이나 셔틀과 같은 이상하게 깎여진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조브인들은 물건으로 다가가 빠르게 검사를 했다.
“이것은 캡슐입니다,”
아누가 칼다리인들에게 말했다.
“이것은 배를 조종하는데 사용되지요. 이것이 있으면 아무리 큰 배도 몇몇의 인원으로 조종이 가능합니다. 프리깃함 같은 것은 심지어 단 한 명으로도 조종이 가능하지요.”
“어떻게 그러한 일이 가능하다는 겁니까?”
오우리예가, 아누가 말한 것에 다른 칼다리인들처럼 놀란 것이 아니라면, 의심스러운듯한 태도로 물었다.
“배의 조종장치는 캡슐 안에 있습니다. 그것을 통해서 조종사의 뇌는 배의 각 부분과 연결됩니다. 캡슐은 마치 거대한 컴퓨터 같은 것으로, 그 중심에 조종사가 있어 모든 것을 통제하는 겁니다.”
아누가 대답했다.
“하지만 어떻게 한 사람이 배의 모든 것을 조종할 수 있다는 거죠?”
오우리예가 다시 물었다.
“네, 그것에 대해서 말하려고 했습니다. 제가 말씀 드린 대로 조종사는 진화된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역할이 조종사로 하여금 매우 빠른 처리속도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죠. 조종사는 보통 5에서 10명이 할 일을 혼자서도 쉽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또한 조종사가 자신의 환경을 더 잘 이해하고, 선원들 사이의 소통에서 일어나는 비효율적인 문제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죠. 결국 조종사는 더 나은 지휘관이 되는 것입니다.”
아누는 생각에 잠긴 칼다리인들 앞에서 자신의 설명을 마쳤다.
“그렇다면 단점은 무엇이 있습니까?”
피코탄이 물었다.
“언제나 부작용은 있기 마련이죠.”
“이 경우는 예외입니다. 중위님,”
아누가 대답했다.
“캡슐은 배의 통제 능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는 반면 선원의 수는 줄였죠. 당신도 알다시피 배를 운용하는데 드는 가장 큰 비용은 선원들을 훈련시키는 것 아닙니까. 그 비용이 이제 훨씬 절감되는 겁니다. 우리 조브인은 인구가 많지 않지만 이 캡슐 덕분에 대규모의 함대를 운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캡슐의 조종장치는 어떻습니까? 누가 이것을 조종하죠?”
오우리예는 이 캡슐에 대해 최대한 많은 지식을 얻으려는 듯 의욕적으로 물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누가 대답했다.
“조종장치는 반드시 뉴럴 임플란트가 필요하죠.”
피코탄은 자신의 목 뒤에 새롭게 장착한 임플란트를 만져보며 무언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왜 이렇게 큰 구조물입니까? 단순한 뉴럴 의자 정도의 크기로 만들 수는 없습니까?”
오우리예가 물었다.
“이 캡슐의 뉴럴 장비들은 당신들이 아는 것보다 훨씬 정교하고 진보된 것들입니다, 함장님. 그것들은 효과적인 활용을 위하여 사용자가 최적화된 안정상태에 있어야 하죠. 캡슐은 액체로 차 있고 이 안에서 조종사는 모든 외부의 방해요소와 차단되는 동시에 보호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이제 조브의 수행인 한 명이 캡슐의 블루프린트를 홀로그램으로 띄우고 아누가 그것을 보며 캡슐의 구조에 대해서 설명했다.
“또한, 캡슐은 매우 견고한 방어구로 둘러싸여 있어 조종사를 더욱 보호할 수 있죠. 우리 조브인들은 불필요한 방해 받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피코탄은 아누가 마지막 말을 할 때 눈에 띄게 열정적인 어조였음에 신경이 쓰였다.
“그렇다면 이것을 작동시킬 수 있습니까?”
자신의 궁금증에 대하여 만족한 대답을 얻은 오우리예 함장은 이제 직접 작동하는 것을 보길 원했다.
“네, 그쪽의 기술자들이 저희들의 지시에 따라 캡슐을 만들고 함정에 연결한다면 말이죠.”
“당신은 그러니까 이 캡슐이 배를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이죠?”
오우리예 함장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네, 이 함정의 통제장치도 쉽게 장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오직 시범을 보이기 위한 목적임을 알기 바랍니다.”
아누가 대답했다. 조브인들은 캡슐의 여러 조종장치들을 작동하기 시작했고, 하나씩 빛과 낮은 소리를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침내 아누가 칼다리인들에게 돌아서 말했다.
“캡슐은 이제 작동 가능하고 시험해보실 수 있습니다.”
조브인들과 오우리예 함장의 눈이 피코탄에게 향했다. 피코탄은 마치 쥐덫에 걸린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는 이제 오우리예가 제안한 뉴럴 임플란트가 무엇인지 알았다. 그는 자신이 이렇게 되도록 조종당한 것이며 이제 거절하기가 불가능 하다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왜 이런 속임수를? 왜 그들은 단순히 그에게 임플란트를 장착하도록 명령하지 않았을까?
“저는, 어… 저보고 이 안에 들어가라는 말씀입니까, 선장님?”
피코탄은 자신의 추측이 틀렸기를 바라면서 더듬거리며 물었다.
“그렇네, 피코탄 중위. 자네는 칼다리 인으로써 처음으로 이 캡슐을 시험해볼 수 있는 영광을 얻었네.”
오우리예가 대답했다.
“자네는 영광스럽지 않은 건가?” ‘
아, 영광스럽습니다. 함장님. 매우 그렇습니다.’라고 피코탄은 중얼거렸다. 두 명의 조브인 수행원들이 그의 옆에 와서 섰다. 피코탄의 몸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이제 그는 아누의 옆에 섰고, 아누는 그의 손을 피코탄의 목 뒤로 가져갔다. 아누는 뉴럴 임플란트를 손으로 확인하고는 이제 피코탄의 얼굴을 훑어보았다. 피코탄은 그와 시선을 마주칠 수 없었다.
“움직이시면 안됩니다,”
아누가 그에게 말했다.
“우리가 당신을 캡슐에 연결시켜야 하니까요.”
피코탄은 너무 얼어있어서 대답조차 할 수 없었다. 한 조브인이 여러 관이 묶여 있는 고무 덮개를 그의 머리위로 가져가 그의 눈과 귀를 덮었다. 또 다른 조브인은 튜브를 그의 콧속으로 집어넣었다. 마침내 그는 그의 뉴럴 선이 연결되었음을 느꼈다.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목소리가 들려왔다. 피코탄은 어떤 손이 그를 잡아 끄는 것을 느꼈고, 그는 들어 올려지는 것을 느꼈으며, 마침내 액체 속으로 집어삼켜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액체 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자신의 코로 숨을 쉴 수 있었다. 그는 보지도 못하고 들을 수도 없었다. 그가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이 차갑고 끈적거리는 액체 뿐이었다. 그는 캡슐 안에 들어간 것이다! 피코탄은 천천히 손을 들어 캡슐의 내부 벽면을 만져보았다. 그것은 매우 부드러웠고 피코탄은 거기서 갈라진 틈이나 이음새, 그밖에 어떤 장치도 찾을 수 없었다. 캡슐은 단단하게 닫혀 있었고 안에서는 어떤 방법으로도 열 수 없는듯 했다. 피코탄은 밀실공포증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는 공황에 빠져 있었고 소리지르며 달아나고 싶은 기분이 사로잡혔다. 그러나 그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이 끈적거리는 액체 때문에 그는 빠르게 움직일 수 없었으며, 그가 입을 열자 이상한 맛의 액체가 입안을 가득 채웠다. 그는 다시 숨을 쉬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액체를 삼켰다. 그는 자신을 진정시키려 애썼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채로 견디는 시간이 영원처럼 느껴지자 다시 절망에 빠지고 말았다. 그는 예전에 사람들이 사고로 생매장 당한 일에 대하여 읽은 적이 있었다. 그에게 있어서는 이 물건, 이 캡슐 또한 자신을 생매장시키는 수중 무덤인 것처럼만 느껴졌다. ‘이걸로 끝인가?’ 피코탄은 생각했다. ‘기계가 오작동을 일으켜서 그들이 나를 꺼낼 수 없게 된거야!’
그리고는 갑자기 밝은 빛과 소리가 그의 눈과 귀로 빠르게 빨려 들어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몇 초 후에 빛의 밝기가 줄어들었고 피코탄의 시각이 회복됐지만 모든 것이 너무도 조용하기만 했다. 그리고는 그가 볼 수 있게된 광경에 그는 경악하고 말았다. 그는 오카리오니호를 바깥으로부터 3자의 시점으로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마치 자신이 함정에서 100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우주에 떠있는 것과 같았다.
“제 목소리가 들립니까?”
소리가 들렸다. 아누였다. 피코탄은 본능적으로 대답하려고 했으나 그의 입은 다시 액체로 가득차 몇번인가 기침을 해야 했다. ‘여보세요?’ 그는 생각했다.
“네, 피코탄 중위님,”
아누가 대답했다.
“우리는 들을 수 있습니다. 이 시범 캡슐의 통신 회선은 자동적으로 열려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당신이 회선을 열지, 말지를 결정하지만요. 우리는 당신의 경과를 지켜보는 중이지요. 함정이 보입니까?”
“네,”
피코탄은 대답했다, 아니 단순히 대답을 생각했다.
“네, 배가 보입니다. 그러나 누구의 눈으로 이것을 보고 있는 겁니까?”
“당신은 카메라 드론을 통하여 함정을 보고 있는 중입니다. 움직인다고 생각해 보세요. 오른쪽으로 움직인다고 생각해보세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피코탄이 움직인다고 생각을 하자 카메라가 그의 생각대로 움직여 그를 놀라게 했다. 그는 생각나는 대로 배 주위를 둘러보거나 가까이 들여다 보았다. 피코탄은 자신이 어떠한 것을 해봐도 함정의 자신의 시야 정 중앙에 위치함을 알아챘다. 이 새로운 감각에 익숙해짐에 따라 그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도 나아짐을 느꼈다. 그가 집중하면 그는 마치 함정과 자신이 하나인 것처럼 오카리오니호를 느낄 수도 있었다. 뱃속에서는 엔진의 진동이, 피부에서는 자기장이, 그리고 자신의 내부에서 승무원들이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그 기분은 매우 신선한 것이었다.
잠시 후에 다시 아누의 목소리가 들렸다.
“매우 잘 하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오디오 합성장치를 작동시키겠습니다.”
“오디오 합성장치요? 그게 무엇이죠?”
피코탄은 생각했다.
“아시다시피 우주공간에는 소리가 없습니다만, 사람들은 가능한 모든 감각을 사용하길 원하죠. 그래서 우리는 소리를 더했습니다. 컴퓨터가 삼차원적인 소리를 재현시켜서 가령 전투 시에도 소리를 인식 할 수 있게 만든거죠.”
수초 후에 피코탄은 오디오 합성장치가 작동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추진계의 낮은 웅웅거림과 항로 교정 보조장치의 바람이 새는 듯한 소리를 들었다. 다시 아누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오디오 장치를 시험해 보겠습니다.”
갑자기 미사일 발사대 중 한 곳에서 미사일이 발사되었다. 그것은 함정으로부터 장중하게 날아 피코탄의 오른쪽 시야를 넘어 사라졌다. 피코탄은 시야를 돌려 그것이 배로부터 멀어져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리고는 조브인의 함정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부서지는듯한 소리와 함께 초록과 노랑색의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무기는 미사일에 명중했고, 미사일은 폭파됐다. 피코탄은 그 폭발음을 정확히 들을 수 있었고 그가 조브인의 함정으로 시야를 돌렸을 때에도 폭발음의 잔향은 귓속에서 여운을 남겼다. 아누가 말했다.
“제대로 작동했군요. 이제 마지막 시험입니다. 추진장치를 멈춰 보고, 다시 작동시켜 보세요. 함정 작동장치 메뉴를 열어 사용하셔야 합니다.”
피코탄은 추진장치를 생각해 보았으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다시 함정 작동장치에 대하여 생각해보았다. 그러자 함정 앞에 메뉴가 나타났다. 그는 생각으로 메뉴를 훑어 보다가 추진장치 해제명령을 찾아냈다. 그가 메뉴를 선택하자 메뉴는 사라져 버렸다. 피코탄은 이제 추진장치의 불빛이 꺼지고 작동음도 서서히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피코탄은 다시 메뉴를 열고 추진장치를 작동시켜 보았다.
“잘 했습니다, 피코탄 중위님,”
아누의 목소리가 들렸다.
“당신은 시험을 모두 마쳤습니다. 아무런 문제도 없이 말입니다.”
갑자기 피코탄의 시야에서 모든 것이 사라지고 그는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는 자신의 눈을 몇번 깜빡여 보았다. 오카리오니호의 잔영을 느낄 수 있었으나 그것도 점차 사라져갔다. 피코탄은 마치 자신이 엄청난 속도로 추락하는 느낌을 받았으나 그가 무엇을 해보기도 전에 정신을 잃고 말았다.
피코탄은 오랜 잠에서 깨어나듯 천천히 깨어났다. 그의 눈은 떠져 있는 채로 둔탁한 회색벽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주위를 돌아보려고 했지만 자신이 그렇게 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는 이상하게도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그의 뒤 어딘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는 것이 들렸다. 그는 그 목소리가 함장과 조브인 아누의 것임을 깨달았다. 그는 말을 해서 자신이 깨어났음을 그들에게 알리려고 노력해 봤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느 순간 그들이 하고 있는 대화의 내용이 귀에 들어왔다.
“그를 검사해 보았습니다, 그 증상이 나타나는군요.” 아누가 말했다.
“당신네들이 말하는 이 사고-잠김(mind lock) 현상은 영원한 겁니까?” 오우리예 함장이 물었다.
“유감스럽게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것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지만 아직까지 치료법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끄러운 일이지요.”
“하지만 당신네들은 이것을 어떻게 방지합니까? 제 말은 특정한 범위 내에서만 이런 증상이 일어나는 겁니까?”
“특정한 범위 내에서만, 네, 그렇습니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수년간의 집중적인 훈련을 거쳐야 합니다. 이 '수년간의 훈련 기간’이 당신네 상부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지요. 게다가 당신은 처음부터 이러한 일이 일어날 것을 알고 있었으니 이제 와서 저희에게 불평을 하셔도 소용이 없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어요,”
오우리예가 한숨을 쉬었다.
“저에게 거부권이 있다고 해도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었겠습니까? 저도 상부의 엄중한 지시를 받았을 뿐입니다.”
“이해합니다,” 아누가 대답했다. “중위의 능력은 탄복할만큼 뛰어났습니다. 당신은 그것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으실 겁니다.”
“네, 그렇습니다,” 오우리예가 대답했다.
침묵이 흘렀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거지?’ 피코탄은 생각했다. ‘그들은 지금 나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 사고-잠김현상이라고?’ 그리고는 함장과 두명의 조브인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 그들은 그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봐!’ 피코탄은 자신의 생각 속에서 소리질렀다. ‘도와줘!’
“그는 이렇게 누워 매우 평화로워 보이는군요. 그가 사고를 할 수는 있습니까?” 함장이 물었다.
“누가 알겠습니까? 아마 그럴지도, 또는 아닐지도,” 이것이 아누의 대답이었다.
“그를 잃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그는 매우 뛰어난 장교였거든요. 그리고 소중한 친구이기도 했죠,” 오우리예가 대답했다. “그는 이 일로 베일러 훈장을 받을테고, 그것은 그의 부모에게 전달되겠죠. 그의 아버지는 매우 자랑스러워 하실 겁니다.”
“그렇겠죠,”
아누가 말했다.
“사실 우리에게는 그의 상태에 도움이 될만한 치료법이 있기는 합니다만, 어떻게 관심이 있으십니까…?”
“당신의 제안에 감사 드리지만 괜찮습니다,”
오우리예가 잘라 말했다.
“우리도 그를 돌볼 수 있는 우수한 시설이 있으니까요. 그는 그곳에서 지낼 것입니다.”
피코탄은 소리 없는 욕을 퍼부어댔다. 그의 운명이 결정난 것이다. 그는 마치 거대한 기계의 소모품처럼 칼다리국의 이익을 위하여 희생당한 것이다. 그는 질척한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함장의 소맷자락에 새겨져 있는 칼다리 해군의 문구를 읽었다. ‘다수의 선을 위하여.’ 평생 자신의 정신 안에 갇혀 살아야 한다니, 대단한 보답을 받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