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phecy of Macaper 137)138)
담 토르사드, YC 105.
사치스럽게 장식된 방 안에서 황제와 추밀원의 의원 15명은 원형 탁자를 중심으로 둥그렇게 모여 앉아 있었다. 규정에 따라 의장은 회의 내내 큰 목소리로 상정된 안건을 읽어주었다. 몇몇 의원들은 여기에 귀를 기울였고 몇몇 의원들은 상관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황제 자신은 몸을 푹신한 의자에 파묻은 채 고개를 가슴까지 숙이고 있었다. 심지어 그가 지금 깨어 있는지 아니면 자고 있는지도 알아내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이론적으로 봤을 때, 의장을 제외한 본 의회의 모든 의원들과 황제는 오로지 중립적인 입장에서 제국에 봉사하는 귀족 혹은 공무원이라야만 했으나, 실제로는 각각의 의원이 특정 정치 세력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었다. 그러나 그 어떤 세력도 의회에 너무 많은 힘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제국 내부의 정치 세력들 간에는 권력이 어느 정도 균등하게 배분되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의회에서 어느 의원이 가장 설득을 잘 하느냐에 따라 힘이 크게 한 쪽으로 기울어질 수 있었다.
의회의 첫 시간은 국가의 일반적인 사무에 할애되었다. 의장이 제국 내 모든 지역들과 대사관들에서 올라온 각종 보고서를 읽으면 그 다음에 대외 협정 및 계약, 금융 및 사회 관련 정책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일단 형식상의 절차가 끝나면 대화가 개인적인 방향으로 흘러갔다. 예상대로 의회에서 가장 영향력이 센 의원들이 토론을 주도했는데, 그 중에는 황후의 사촌이자 목소리가 크고 열정적인 아프리드 사르콘, 내무부 소속이자 교활한 성격의 신 칼로르, 항상 확신에 차 있는 신학 위원회의 고위 부제 모리톡, 그리고 제국 수상 대리이자 눈치가 빠른 자크 도르모단이 있었다.
금번 논의 주제에는 세모우 성좌에서 블러드 레이더들의 활동이 증가했다는 보고가 포함되어 있었다. 해당 구역의 총독은 세모우가 블릭 랜드의 다른 소규모 거주지들처럼 점령되거나 파괴될 것을 우려하여 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우주군을 징집할 수 있도록 허가를 요청한 상태였다. 대다수의 의원들은 여기에 찬성 의사를 밝혔고, 이어서 카르소트 의장이 논의를 종결시키려고 하는 순간, 황제가 꿈에서 깨어나 모두를 놀라게 했다.
“안 된다”
그의 병약한 신체에도 불구하고 목소리는 여전히 강렬했다. “나는 제국군 이외에 그 누구에게도 우주군을 편성 혹은 운영하도록 허락치 아니할 것이다. 지역 총독들에게 우주군 편성의 권한을 주면 미래에 커다란 문제를 야기될 것이다.”
이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른 의원들은 불편한 심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황제가 이런 식으로 간섭하는 것은 여태껏 들어보지도 못한 일이었다. 물론 그에게 이렇게 할 수 있는 권위가 있었다. 하지만 이미 오랫 동안 국가의 일상적인 문제들을 다루어온 의원들로써는, 황제의 이러한 갑작스러운 간섭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지난 수 십년 동안 황제는 점점 더 자신만의 세계로 빠져들었고, 의원들은 그 과정에서 생겨난 권력의 공백을 메우고 있었다. 이제 남은 질문은 단 하나였다 : 바로 자신들이 지금까지 당연하게 휘둘러 왔던 권력이 황제에 의해 다시 폐지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마침내 카르소트 의장이 용감하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친애하는 황제 폐하, 세이모는 지금 매우 악화된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만약 이에 대해 확실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수 천명의 국민들이 블러드 레이더들에 의해 고통받을 것입니다”
“총독들은 지상군을 보유할 수 있지만, 난 그들이 우주로 진출하는 것을 절대로 허락치 않을 것이다. 아마르 우주군만으로도 이 문제는 제 때 해결될 수 있다. 거주민들의 생명 이전에 전체 제국의 이익이 우선임을 자네들은 모르는가? 아무래도 내가 자네들 중 어느 한 명을 예로 삼아 이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주어야겠군”
황제의 위협적인 어조에 얼굴이 새파래진 카르소트 의장은 아주 낮은 목소리로 더듬거리면서 변명을 늘어놓았다.
나머지 의원들은 은밀하게 눈빛을 주고 받았다. 황제가 제정신이 아닐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었으며, 거기 있는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서 엄청난 두려움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한 사람만 제외하고는 말이다. 신 칼로르는 손으로 미소를 가린 채 황제를 바라보고 있었다. 문득 몇 초 동안 그들의 시선이 서로 마주쳤고, 순간 칼로르는 자기가 예전에 들었던 소문이 사실임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