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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안 번역자 : 헥사크론 | Crystal Boulevard |
“그래, '인타키에서 한 번도 외출한 적이 없는 사람' 씨,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발, 그 빠진 턱 좀 도로 끼우세요. 카펫에서 침 지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아십니까. 헤헤. 정말 수정 대로는 아름다운 곳입니다. 하지만 거리 전체 - 건물, 도로, 가로등 및 기타 등등 - 가 순수한 수정으로 만들어진 것을 보신다면 아마 기절하실 겁니다. 계속해서 봐도 질리지 않는 광경이죠.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끊임없는 증축과 개보수 때문에, 여전히 태양빛을 반사하면서도 가격이 아주 싼 뭔가를 고안해내야만 했어요. 그래서 보통은 유리를 사용하는데, 최근 들어 좀 가난한 곳에서는 투명 플라스틱을 사용하기 시작했더군요. 제가 생각하기에 그건 완전히 자살 행위입니다. 플라스틱은 수정처럼 빛나지 않잖아요.
하지만 일부 부자 동네의 경우 순수 크리스탈을 쓰고 있죠. 나이트클럽 '반짝이는 꿈(Glittering Dream)'을 예로 들어 봅시다. 그 건물은 안팎이 극도로 순수한 수정들로 이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아예 나이트클럽 자체가 성장하는 하나의 거대 수정체이기도 합니다. 이게 최첨단 수정체 성장 기술인데, 덕분에 건물이 삼중 나선형의 모양이 되었죠. 건물 소유주가 이른바 '살아 있는 건축 자재를 이용한 디자인'을 강조했으니까요. 왜 삼중 나선형이냐고요? 아마 튀어 보이려고 그랬을 겁니다.
사실 이 “튀어 보인다는 것”은 연방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입니다. 연방 소속 행성의 그 어떤 도시에 가도 수 천개의 다양한 패션들을 볼 수 있습니다. 어떤 것은 점잖고, 어떤 것은 요란하고, 어떤 것은 아예 변태적이기도 하지요. (혹시 소비코에 있는 카두세우스라고 들어 보셨습니까? 우욱, 차라리 모르는 편이 나을 겁니다) 우리들은 가능한한 자기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를 쓰고 노력합니다. 연방이 지금처럼 문화적 용광로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죠.
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우리가 우주에서 가장 강대한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다양성 덕분입니다. 그게 무슨 뜻이냐고요?
이 대로를 좀 다른 관점에서 보도록 하죠. 건물들은 무시하시고, 도로를 보세요. 예쁘지 않습니까? 비록 수정 자갈들로 포장되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주변 빌딩들보다 훨씬 아름답게 빛나고 있죠? 마치 바닥이 없는 듯한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이렇게 한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도로에 깔린 자갈들은 그저 표면 장식용에 불과합니다. 바닥이 없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지하 20미터 지점에서 끝나요. 대로 자체 - 도로와 주변에 있는 모든 건물들의 기반 - 가 실은 하나의 단단한 다이아몬드 덩어리입니다. 비록 인공 다이아몬드긴 하지만 천연 못지 않게 튼튼하죠. 넓이 100평방미터에 두께가 20미터인, 그것도 우주에서 가장 단단한 재료로 만들어진 다섯 개의 블록이 일렬로 죽 늘어서 있는 겁니다. 그리고 그 밑에는 약 80미터 두께의 수정-탄소-나노섬유층이 있는데, 최고의 군용 우주선들이 쓰는 것과 같은 재료를 쓰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사실 이 수정 대로는, 행성 폭격이 있을 경우 정부 및 군 사령부의 비밀 벙커를 보호하는 방어막인 셈이죠. 당신이 만일 여기에 지름 수 천미리짜리 질량 무기를 발사한다 해도 블록을 뚫기란 불가능합니다. 만약 표면의 다이아몬드 방어막이 뚫린다 해도, 탄소-나노섬유층과 그 밑에 있는 또 다른 다이아몬드 덩어리를 지나야 합니다. 핵무기가 터져도 표면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으며(이미 극도의 높은 온도와 압력을 거쳐서 탄생한 재료들이니까요), 굴곡이 수도 없이 많기 때문에 궤도에서 레이저를 쏴도 별 소용이 없습니다. 폐열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 다이아몬드 층이 폐열을 주변 지역으로 발산시켜주기 때문에, 수정 대로의 절반을 융해시킬 수 있을 정도의 화력이 필요할 테니까요. 직접 접촉식 반물질 폭탄이라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그래도 벙커를 없애려면 카일레 시 구역의 대부분을 날려보낼 수 있을 정도의 규모여야 할 겁니다. 일반적으로 영토 정복을 원하는 침략자들은 도시 중심부를 가능한한 보존하려 하는데, 이 경우 본 도시를 완전히 파괴하지 않고서는 벙커를 제거할 방법이 없단 말입니다.
벙커 건설 계획은 칼다리 전쟁 초창기에 극우주의자들에 의해 제안되었습니다.(그 자들 말고 이런 생각을 할 사람이 또 있겠습니까?) 그들은 칼다리가 토빌-토바의 행동을 따라할까봐 두려워했고, 따라서 우주에서 제일 안전한 사령부 벙커를 짓기 위해 엄청난 예산을 투입했죠. 그런데 계획 제안자들 중 한 명이, 다이아몬드 방어막 위에 민간인 시설을 설치함으로써 예산을 절약하자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심지어 극우주의자들이 정부에서 쫓겨난 뒤에도, 토빌-토바의 사례는 우리 모두에게 행성 집중 포격에 대비한 정부 대피용 벙커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일깨워 주었죠. 따라서 벙커는 결국 완성되었고, 정부는 지상 구역을 민간인에게 임대하기 시작했습니다. 건설 비용을 회수하는데 약 20년이 걸렸고, 지금은 엄청난 이익을 보고 있지요.
허. 아무래도 당신은 빙빙 돌려 말하는 데 익숙치 않은 같으니,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연방은, 그 모든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보기보다 훨씬 강합니다. 뇌가 반쪽밖에 없는 시민이라도, 투명한 옷을 입을 수 있는 자유가 모든 장소에서 환영받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물론, 이를 깨닫지 못할 정도로 뇌용량이 부족한 자들이 일부 있긴 합니다… 이것은 소비코우를 방문하시면 확실하게 보실 수…아니, 그냥 방문하지 않으시는 편이 낫겠네요)
우리 모두는, 우리가 얼마나 서로 다르든지 간에, 공동의 이익을 위하여 싸우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갈렌테인은 자기 자신 또는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의 자유가 훼손될 경우 목숨을 걸고 싸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물론 아마르 노예 제도의 부당성에 대해 말로만 떠들고 행동은 전혀 하지 않는 자들이 있긴 합니다만, 이는 논외로 하죠. 사실 민마타인은 '우리' 사람이 아닙니다…최소한 민마타 공화국 국민의 경우에는 그렇죠. 또 여기서 몇 광년쯤 떨어진 곳에서 일어나는 부조리에 반대한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아마르인들은 연방을 공격한 적이 없습니다 - 몇몇 소규모 전투를 제외한다면 말이지요. 왜냐고요? 왜냐하면 그들은 우리를 죽이지 않고서는 노예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죠. 만약 그들이 루미나리에, 인타키, 다아사, 혹은 소비코에서 우리를 쫓아낸다 하더라도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겁니다. 엄청난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모든 갈렌테인들은 자유에 대한 사랑으로 뭉쳐져 있으니까요.
아, 참고로 당신이 갈렌테-아마르간 관계에 대한 카타프락투르의 발언에 관하여 저의 반응을 보기 위해 찾아오셨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기자가 여기에 올 것이라고 듣긴 했습니다만, 그게 당신이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네요. 제가 당신을 여기에 데려온 것은, 해당 주제에 대해 답변하기 전에 먼저 그렇게 답변한 이유를 이해시키려 함입니다.
그에 대한 저의 대답은 이렇습니다.
전 거기에 동의합니다. 언젠가 연방과 제국 간에는 엄청난 충돌이 있을 것이고, 마지막에는 오로지 한 명이 살아남을 것입니다. 한 쪽은 하나의 보편적인 목적을 위해 개인의 자유를 희생시키고 있으며, 다른 한 쪽은 각자가 자신의 목적을 결정하는 것을 허락하고 있습니다. 이 둘은 서로 공존할 수가 없습니다. 이 둘은 극단의 양쪽에 서로 위치하고 있으며, 결국에는 충돌할 것입니다. 누가 승리할 것인가에 관해서 저는 소유주(Holder)분과 의견을 달리 합니다마는, 어쨌든 그 분에게는 그렇게 말할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가 평화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든지 간에, 피를 흘리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입니다. 전 신이 우리 편에 있기 간절히 빕니다. 만약 아마르인들이 은하계를 지배한다면 우리는 암흑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겠지요.
어쨌든, 아마르인들을 걱정하는 건 이제 그만 하죠, 예? '반짝이는 꿈'의 전망대 바에서 술 한잔 어째요? 거기 가보시면 거리의 환상적인 야경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응? 왜 그러시죠? 이상하군, 대체 왜 사람들은 수정 대로의 정체를 알고 나면 여기를 걷지 않으려 하는 거지? 뭐, 어떻게 보면 당연하죠. 만약 당신이 침략군이라면, 행성을 정복하기 위해 시민들이 살고 있는 이 아름다운 도시를 통째로 날려버리고 싶겠어요?
이제 그만하고 음료수 한 잔 하러 갑시다. 그 뭐시기…퀘이프라고 하던가…”
이 내용은 지금으로부터 60년 전, 6번째 아마르 제국 주재 갈렌테 연방 대사인 듀란 리카드가, 지금은 이름이 잊혀진 인타키 태생의 어떤 기자에게 한 독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