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루니아 타마리크에게는, 자신이 과연 여행 빼고 뭘 했는지 궁금해질 때가 있었다. 그녀는 쉴 틈도 없이 가능한 한 짧은 시간 내에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아주 불평만 할 수는 없었는데, 왜냐하면 그녀의 일은 아주 잘 돌아가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항성간 무역 분에 오랫 동안 종사하면서 얻은 인맥과 정보를 통해 그녀는 일반 상인들보다 더 높은 위치에 설 수 있었다. 그녀는 특히 칼다리 합중국과의 관계를 자랑스러워 했는데, 왜냐하면 칼다리는 그녀 개인 그리고 그녀의 모국인 카니드 왕국에게 아주 이득이 되었기 때문이다. 왕국에서 합중국으로 향하는 길은 멀고도 위험했으나,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소득은 그보다 훨씬 더 컸다.
지금 루니아는 예전에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칼다리 무역상을 만난다는 것에 들떠 있다. 이 사람은 칼다리 기업 구조의 상위에 위치해 있는 몇몇 인물들과 아주 가까운 관계라고 한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루니아는 이 만남을 통해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루니아는 약간의 두려움도 느꼈는데, 왜냐하면 그가 데테이스 혈통이었기 때문이다. 해당 혈통의 사람과 사업을 하는 것은 처음 겪는 일이었다. 지금까지 그녀는 오로지 시비레 출신의 사람들을 통해서만 칼다리 합중국과 접촉했다. 루니아는 그들의 완벽한 계획성과 직설적인 표현 방법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녀는 이들과 일하면서 단 한번도 시간 준수나 계약 위반을 경험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데테이스 사람들은 이보다 좀 더 교활하고 약삭빠르다. 최소한 그녀가 들은 소문에 의하면 그렇다. 하지만 이러한 소문들은 칼다리와 직접 접촉해본 적이 없는 검은 아마르인들(Dark Amarrians)이 하는 말이었다. 그녀와 안목이 있는 다른 무역상들의 말에 따르면, 비록 데테이스는 시비레와 많이 다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기본적인 칼다리인의 속성을 공유하고 있다고 한다 - 책임감, 자기 통제 그리고 솔직성.
루니아는 칼다리의 역사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녀가 아는 것은 단지 칼다리 프라임 - 칼다리 합중국의 옛 모성 - 이 몇몇 대륙들을 가지고 있었으며 각각의 대륙에서 서로 다른 가문들이 생겨났다는 사실 뿐이었다. 합중국이 아직 칼다리 프라임에 위치해 있었던 시절, 이 가문들은 신체적 특징 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큰 차이를 보였었다. 칼다리의 혈통들이 서로 간에 매우 다르다는 소문은 여기에서부터 비롯되었을 것이라고 루니아는 추측했다. 하지만 칼다리인들이 모성을 떠나고 갈렌테 연방과 오랜 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이러한 차이점들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수 십년의 전쟁을 경험하면서 칼다리인의 사고 방식은 완전히 변화했다. 절제와 충성심 같은 가치들이 칼다리 사회를 새롭게 재구성했고 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곧이어 기업 국가라는 거대 기계가 태어나 시민들을 먹이고 지배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가문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컸던 데테이스와 시비레도 이러한 변화에 영향을 받아 하나의 단일한 규범에 융합되었다.
그 결과로 칼다리인들은 자기 자신을 규정하는 데 있어서 가장 첫 번째로는 칼다리 합중국 국민, 둘째로는 자신이 속한 기업, 그리고 맨 마지막에야 혈통을 꼽게 되었다. 실제로 혈통에 기반하여 세워진 칼다리 기업은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기업들은 다양한 사회적 계층의 사람들과 얽혀 있다. 비록 가문 사람들은 자신의 혈통을 자랑스러워 하긴 하지만 그것을 삶의 중요한 부분으로 여기지는 않는다. 서로 다른 혈통 간의 결혼은 그렇게 일반적이지는 않으나, 이는 단순히 신체적 차이로 인한 것이다.
곧 루니아는 목적 정거장에 착륙하게 된다. 해당 정거장은 칼다리 영역 깊숙한 곳에 위치한 공업용 정거장으로서 빌코미 기업의 소유이다. 그녀는 착륙 과정이 완료될 때까지 침착하게 기다렸다. 착륙이 끝나자마자 그녀는 새 에이전트와 접촉한다. 기다릴 필요는 전혀 없었다 - 이미 이동하는 과정에서 준비를 마쳤기 때문이다.
한 시간이 지나자 루니아는 다시 이륙했다. 그녀의 새로운 데테이스 출신 에이전트는 아주 친절하고 명확하게 의사 전달을 했으며 꾀를 부리거나 뭔가를 감추지 않았다. 짧게 말해서 그는 그녀가 지금까지 만났었던 다른 칼다리인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약간의 차이는 있었는데, 굳이 예를 들자면 카니드 왕국에 위치한 그녀의 고향 및 검은 아마르인들과 관련된 모든 것들에 대해 진정한 관심을 보였다는 것이다. 보통 따분한 이야기만 늘어놓는 데다가 별 호기심도 없는 시비레 출신의 사람들과는 달랐다. 에이전트의 이러한 개인적인 호기심은 주인공을 놀라게 했다.
에이전트는 형식 같은 것은 뒤로 미룬 채 신속하게 그녀와 업무 관계를 정립했다. 그리고 그는 그녀에게 임무를 하나 주었다. 그녀가 일반적으로 수행하던 무역 관련 임무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것이었다. 다른 검은 아마르인이 소유한 어떤 함선을 추적하고 그 결과를 보고하는 임무이다. 루니아는 대체 왜 그 칼다리인이 해당 함선을 추적하려 애쓰는지 궁금해했다. 처음에는 질문을 하려고 했으나 이내 참았다 - 그것은 그녀의 일이 아니고, 만약 이유를 아는 것이 정말로 필요했다면 에이전트가 먼저 스스로 설명해줬을 터이다. 임무 수행에 따른 보상이 엄청나다는 점에서 꽤 시급한 일임이 분명했다. '자, 이제 어떻게 이 X자식을 찾아야 하나?'…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아무래도 왕국 우주군에 있는 내 친구한테 연락해야겠군'. 통화 링크가 연결되는 동안, 그녀는 어떻게 하면 가능한 한 자신의 몫을 적게 떼어주고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곰곰히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