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옛날, 모든 국가들이 신경 강화제 즉 뉴럴 부스터에 큰 기대를 걸던 시대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해당 기술이 인류를 다음 단계로 진보시켜줄 것이라고 믿었다. 각 제국들은 자신만의 독자적인 강화제 연구를 시작했고, 자국에 영광을 가져다줄 어떤 획기적인 해결책이 나오기를 꿈꿨다. 하지만 약의 사용으로 인한 각종 부작용들이 속속 발견되면서 희망에 부풀었던 꿈은 이내 사라져버렸고, 마침내 부스터는 인간의 건강에 유해한 요소로 취급되기에 이른다.
사르파티스라는 회사도 강화제 분야에서는 그런대로 유명했던 기업들 중 하나였는데, 해당 회사는 갈렌테 소속의 과학자인 이길 사르파티라는 자에 의해 소유되고 운영되었으며, 부스터 연구 개발과 관련하여 갈렌테 연방과 계약을 맺은 적이 있다. 이후 약품에서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견되자 연방은 곧바로 이를 금지시켰고, 그와 동시에 사르파티스는 강화제 제작에 종사하던 다른 모든 회사들과 같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설립자 이길 사르파티는 회사가 폐쇄되고 몇 년이 지난 후 사망하였으며, 이렇게 해서 사르파티 가문은 역사 속에서 잊혀지는 듯 보였다.
그 후 이길의 수양아들이자 칼다리 태생인 벌지 살바도르 사르파티가 가주의 자리에 오른다. 아버지의 실패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던 그는 이 경험을 마음 속 깊은 곳에 새기게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르파티 2세는 회사를 하나 설립한 다음 이를 서펜티스라고 명명했는데, 해당 명칭은 가문의 옛 이름인 동시에 양아버지가 세웠던 기업을 추모하여 지어진 것이다. 주인공이 가진 유일한 자산이라고는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구식 부스터의 화학적 방정식이었는데, 이마저도 신경 강화제가 금지되는 바람에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따라서 제약 산업에 종사했던 사르파티 1세와는 달리 그는 대신 첨단기술 연구개발에 초점을 맞추기에 이른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펜티스사는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힘을 키우게 된다. 공식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본 기업은 갈렌테 연방 소속으로 출발했으나, 사실은 초창기부터 매우 범세계주의적인 성격을 띄고 있었으며, 스스로가 어느 특정 국가에 속해있다고 여긴 적도 없다. 자신의 예전 경험 때문에 살바도르는 점점 더 갈렌테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게 되었으며, 나중에는 오로지 칼다리 합중국의 회사 및 공무원들만이 조직의 상층부와 접촉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부터 30년 전 사르파티 2세는 피닉스 성운에 위치한 한 항성계를 구입, 이를 서펜티스라 명명한다. 그는 거기에 이른바 “서펜티스 프라임”을 공전하는 대규모 우주 정거장을 건설했고, 현재까지도 이 시설에서 기업을 운영 중이다. 권력과 부가 세월이 지남에 따라 늘어나면서 살바도르는 자신의 영토를 확장시켜 나갔고, 지금은 이브 세계 곳곳에 약 수십 개에 달하는 우주 시설들을 소유하고 있다. 비록 공식적으로는 모든 서펜티스의 시설들이 단순한 기술개발용 정거장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악명높은 해적들의 소굴로 변모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사르파티 스스로가 이러한 사태를 조장하고 있는데, 이는 곧 그의 기업이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것보다 훨씬 더 사악한, 일종의 장기계획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또한 주변에서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최근 사르파티가 자기 아버지의 구식 화합물을 다시 연구하기 시작했다고도 한다.
자사의 정거장들을 범죄자들과 해적들에게 개방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양날의 칼과 같은 조치라고 할 수 있으나, 살바도르는 자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똑똑했다. 그는 엔젤 카르텔과 합의하여 이들이 서펜티스의 모든 정거장들을 지키도록 한 것이다. 대신 카르텔은 사르파티가 소유한 모든 시설들에서 나오는 거래 수수료 및 해당 기업에서 개발되는 모든 최신 기술들을 이용할 권리를 가지게 되었다. 본 계약은 양측에게 너무나도 이득이 되었기 때문에, 엔젤 해적단은 서펜티스 영토를 보호하기 위해 산하에 소속된 가디언 엔젤 조직 전체를 여기에 투입시켰고, 이렇게 해서 사르파티 가문은 역사상 전례가 없는 번영을 누리게 되었다. 물론 DED도 본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고 실제로 살바도르가 소유한 몇몇 정거장들을 폐쇄하려고 수없이 시도했으나, 전부 실패로 돌아갔다.
현재 V. 살바도르 사르파티는 자신을 따르는 소수의 수행원들과 함께 서펜티스 항성계에서 거주하고 있다. 거기에서 그들은 세상의 모든 걱정근심에서 단절된 채 즐거운 게임과 놀이에만 열중하고 있다. 이 중에서 사르파티는 가장 적극적인 참가자라고 할 수 있지만, 자신이 가진 끝없는 열정과 야망으로 인해 종종 게임을 중단하고 제국 보살피기에 전념하기 일쑤이다. 수행원들 중에서 경솔하고 하찮은 자들은 살바도르와 함께 살고 있으며, 좀 더 머리가 똑똑한 자들은 다른 여러 서펜티스 정거장들에 흩어져서 업무를 보고 있다. 입양된 가족 구성원 중에서는 오직 산티모나라는 이름을 가진 사르파티의 여동생 한 명만이 서펜티스 프라임에서의 나태한 삶과 지하세계와의 긴밀한 유대관계를 전적으로 거부하고 있다. 현재 그녀는 “이브의 자매들(Sisters of EVE)“에서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틈만 나면 자신의 오빠와 그의 생활양식을 비난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사르파티를 “독사의 왕(King Serpent)”, 서펜티스 프라임을 그의 “궁정(Royal Court)“으로 비꼬아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