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갈렌테의 프리깃 화물선이 무레탄드 항성계를 빠른 속도로 지나고 있었다. 우주선 조종사는 함선의 마지막 에너지 한 방울까지 워프 드라이프에 쏟아붓는 중이었다. 우라간 젤프의 모든 근육이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었다. 워프 비행이 끝나자 거대한 몸집의 마울루스가 심하게 요동쳤다. 그는 카메라 드론들을 조종하여 뒤에 누가 쫓아오고 있진 않는지 확인했다.
아무 것도 없다.
'마침내 숨을 좀 돌릴 수 있겠군…' 우라간이 생각했다. 무레탄드 항성계에서 숨바꼭질하느라 이미 두 시간을 소비해야 했고, 아직도 그 세 명의 칼다리 사냥꾼들은 자기를 찾아 돌아다니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는 본부와 연락을 취했다. 본부장 네스터 마크노의 얼굴이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화면에 나타난다. “자네는 이미 한 시간이나 늦었네, 젤프. 우린 자네와 두 번이나 통신하려고 시도했는데 말이지. 고객이 기다리고 있어” 네스터를 이렇게 속삭이면서 화면을 약간 기울였다.
“약간 문제가 있어요”
우라간의 목소리에서 그의 다급함을 읽을 수 있었다.
“제 뒤에 세 놈이 달라붙었거든요. 걔들이 뭘 원하는지는 아실 거고요. 전 지금 멜마니엘 게이트로 가고 있습니다만 지원이 필요해요 . 걔들을 영원히 따돌릴 수는 없어요.”
본부장의 표정이 두려움과 걱정으로 뒤바뀌었고, 우라간은 거의 소리치면서 말을 반복한다.
“대체 어느 멍청이가 뱀파이어 드론을 호위대 한 명 없이 운송하라고 한 겁니까? 젠장! 게다가 제가 고품질 클론을 살 수 있을 정도로 돈을 많이 주는 것도 아니고”
네스터는 여기에 반박하려 입을 열였지만, 그 순간 뒤에서 추적자들이 나타나자 우라간의 피는 마치 얼음처럼 얼어 붙었다. 그는 통신을 강제로 종료시킨 뒤 자신의 선박 주변을 둘러보았다. 세 척의 콘도르가 15 클릭 거리에서 빠르게 접근하고 있었다. 심지어 이렇게나 먼 거리에서도 주인공은 저들의 우주선 선체에 그려진 토끼-해골 그림을 알아볼 수 있었다. 바로 구리스타 해적들이었던 것이다.
현재 우라간은 게이트의 작동 범위에 있었다. 자신의 덩치 큰 프리깃이 게이트로 다가가자 그는 이빨을 꽉 문채 앞으로 있을 거친 비행에 대비했다. 주인공은 자기 바로 뒤에 따라붙은 해적들이 뭘 원하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 뱀파이어 드론의 설계도. 뱀파이어는 공격용 드론의 한 종류로서 이브 세계에서는 꿈의 무기로 취급되었는데, 주인공의 화물칸에는 그것의 설계도 외에도 유일하게 잘 작동하는 프로토타입 한 기가 실려 있었다. 해당 드론은 완전무장한 크루저들보다 값이 더 나갔고, 그것의 제조 과정은 비밀에 붙여져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이 드론이 생화학적 중앙처리장치를 가지고 있으며 거의 인공적으로 길러진 뇌와 그 구조가 비슷하다고 한다. 우라간의 유일한 희망은 뱀파이어 드론을 꺼내 해적들을 공격하는 것이었다.
마울루스가 웜홀을 벗어나자 그의 위장이 출렁거렸다. 우라간은 즉시 주변 행성과 정거장들을 스캔, 탈출 경로를 모색하려 했다. 그리고 그가 드라이브를 작동시키려 한 순간, 함선이 가볍게 뒤흔들리더니 어디선가 전기 스파크 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내 주인공은 절망에 빠져버렸다. 구리스타 해적들이 워프 방해기를 사용한 것이었다. 그는 이제 그들의 손아귀 안에 있었다.
테러리스트의 즐거운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갈렌테 억양이 심하게 섞인 말투를 쓰고 있었다.
“우리가 왜 쫓아왔는지는 알고 있겠지. 지금 즉시 화물을 내놓지 않으면 넌 끝장이다”
우라간은 빠르게 머리를 굴린 다음 마침내 이렇게 대답했다.
“그래, 알았어! 나한텐 별 필요없는 물건이야. 하지만 좀 기다려 줘. 이게 짐칸에 고정되서 나오질 않아!”
칼다리인이 잠시 생각에 잠긴다.
“딱 5분 준다. 그 안에 못 하면 우리가 직접 꺼내도록 하지”
패닉에 사로집힌 주인공은 프리깃의 화물칸으로 화면을 돌린 다음 내부에 있던 자동 크레인을 가동시켰다. 웅웅거리는 모터들과 함께 되살아난 그 기계는 마치 눈 먼 사람처럼 팔을 휘둘렀다. 영원과도 같았던 몇 초가 흐르자, 우라간은 마침내 그것을 볼 수 있었다. 밝은 빨강색 선체를 가진 드론이 화물칸의 부드러운 불빛에 모습을 드러냈다. 드론의 바로 옆에는 설계도를 담한 금속 가방이 놓여 있었다. 우라간은 그걸 구리스타에게 넘길 생각도 해보았으나, 이윽고 그의 관심은 근처의 드론 사출구로 향하고 있었다. 그는 속으로 웃었다.
'내가 말했잖아…나한텐 별 필요가 없다고'
작은 빨강색 드론이 마울루스에서 사출된다. 우라간은 구리스타 해적들의 저주와 위협을 들을 수 있었다. 저들의 미사일에 맞은 마울루스는 잠시 흔들렸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발사는 중지되었다. 왜냐하면 그것보다 더 큰 걱정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뱀파이어 드론의 눈이 진홍색으로 물들었다. 그것은 콘도르의 사격을 회피하면서 해적들에게 돌진했다. 화염 속에서 춤을 추던 뱀파이어 드론은 자기 자신만의 방식으로 대응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콘도르 한 척이 박살났고, 다른 한 척은 뱀파이어 드론의 사격에 벌집이 되어버렸다. 이제 드론은 마지막 남은 단 한 명의 테러리스트를 뒤쫓고 있었는데, 그는 막 도망가려고 하던 찰나였다. 우주선 주변에 워프 터널이 형성되면서 더 이상 목표 설정이 불가능해진 뱀파이어 드론은 사격을 멈췄다. 대신 그것은 도망가는 콘도르를 빠른 속도로 따라잡더니 자폭했다. 분명히 테러리스트는 저 작은 빨강색 드론과 함께 어둠 속으로 사라졌을 것이다.
그는 전리품들을 수거했다. 주변에 널린 잔해들이야말로 뱀피이어의 효율성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벌써 그는 본부장의 함선이 먼 곳에서 다가오는 것을 발견했다. 얼마 안 있어 귀싸대기를 맞을 것이 분명했다. 아마 운반원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그보다 더 나쁜 일은 피했지 않은가. 지금 이 순간 우라간 젤프는 살아남은 것에 만족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