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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안 번역자 : babel2501 | The Ray of Matar |
“…그리고 그 거만한 바위는 자부심에 흡족해하며 새로운 산의 정상에 자리를 잡았다.
‘이보게, 산이여,’ 바위는 말했다. ‘내가 쌓은 산과 그 정상에 올라 있는 나를 보라.’ 그러나 산은 대답했다: ‘어리석은 바위여, 그대의 아래를 보라. 너의 산은 약하고, 너를 지탱할 수 없다.’
바위는 아래를 내려다보고 그것이 사실임을 알았다. 그의 산은 허약해서 무너질 것 같았다. 바위는 산의 모든 작은 바위들이 자신의 무게에 신음하는 소리를 들었다.
‘어쩌면 나의 산은 무너질지도 모르지. 그러나 나는 내가 원했던 대로 정상에 섰고, 나의 꿈은 이루어졌어.’ 바위는 산에게 당당하게 말했다.
‘그래서, 그 다음은 뭐지?’ 산이 물었다. ‘자네는 나의 곁에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잖는가. 따듯한 햇빛이 내리쬐고, 산들 바람이 부는, 그리고 부드러운 이끼로 뒤 덮인 자리 말이야.’
갑자기 바위가 올라선 산이 무너져 내렸다. 바위는 자신이 바닥으로 끌려 내려가는 느낌을 받았다; 바위는 다른 작은 바위들과 함께 산의 곁으로 굴러 떨어졌다. 바위는 바닥까지 굴러 떨어졌고 작은 바위덩어리들의 틈에 파묻히고 말았다. 바위는 갑갑해서 숨이 막혔다.
‘산이여!’ 바위는 약하게 신음했다. ‘나를 도와주게나!’
‘내가 무얼 할 수 있겠는가?’ 산이 대답했다. ‘자네 자신이 자초한 일일세. 자네는 내가 자네에게 내준 자리에 만족하지 못했지; 정상에 오르고 싶어한 결과를 보게, 이제 자네는 자네의 산 밑에 갇혀 평생을 보내겠지.’
‘그러나 그것은 나의 꿈이었다네,’ 바위는 흐느꼈다, ‘모두들 꿈을 갖고 살지 않는가.’
‘그것은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환상에 불과했던 것이네.’ 산은 현자처럼 대답하고는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
보마는 목례와 함께 이야기를 마쳤고, 카린은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이야기 내내 숨을 참았던 것은 아니지만(사실 그것은 인간으로서 불가능하고)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 바위가 자신의 산 밑에 깔려 숨막혀 하는 장면에 이르면 언제나 숨을 참게 되었다. 아마도 그것은 그녀가 바위에 감정을 이입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린 카린은 언제나 바위에게 동질감을 느꼈고 못된 산의 태도를 미워했다. 그것은 그녀가 이 이야기의 은유적인 의미를 이해하기 전이었고, 후에 그녀는 바위의 행동의 어리석음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카린은 언제나 이 이야기를 가장 좋아했고 보마 같은 능숙한 이야기꾼으로부터 들을 때면 그녀는 한층 더 매혹되고 마는 것이었다.
커다란 천막은 희미하게 밝혀져 있었으며 사람들로 가득 찼다. 천막은 작은 캠프의 꼭지점 부근에 위치해 있었고 가까이에는 신성한 땅이 있었다. 천막의 연기 때문에 카린은 눈물이 났고, 그녀가 앉은 불편한 의자로 엉덩이가 쑤셨다. 그러나 천막만이 신성한 땅에서 몇마일 이내에 있는 유일한 거처였다. 독립혁명 이후에 전통의식도 좀더 사람들에게 위화감을 덜 주는 쪽으로 바뀌었다. 카린도 그날 밤 의식들 중 하나를 치르는 참이었다. 이것은 보루발(또는 운명의 시험)이라고 불리는, 민마타인의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의식이었다. 보루발을 행하는 중에 민마타인들은 진실된 자아를 마주하게 되며, 더욱 중요하게도, 이러한 대면은 몸에 영원한 표식을 남겨 모두가 볼 수 있게 된다. 카린은 그날 밤 이러한 의식을 치르게 되는 것이었다.
보마는 그녀의 영적인 지도자였다. 그의 책임은 이 의식 절차와 어떠한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지를 가르치는 것이었다.
카린은 보마가 바위와 산의 이야기를 해준 것에 감사했다. 그 이야기는 자시 후에 있을 의식으로부터 그녀의 마음을 안정시켜 주었다. 그녀는 천막 뒤쪽에서 낡고 닳아버린 민마타 설화집을 치우는 보마에게 다가갔다. 그는 실제로 책을 읽은 것은 아니지만 늙은 나이로 인해 기억력이 떨어질 것을 대비해 책을 가지고 있는 것이 마음이 편했다.
“아, 카린,” 그녀를 보고 보마가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지?”
“그게, 저의 표식에 대해서 말이죠…” 카린은 말을 멈추었다.
“그래, 너의 표식.” 노인이 말했다. “어떠한 것을 원하는지 모르겠단 말이지?”
“네, 그래요.” 카린이 대답했다. “음, 저는 노예출신일 뿐이고, 저 자신의 부족도 모르고요…”
“걱정 말거라. 너는 시비에스터 민마타인이란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지.” 보마는 말하고 확신을 주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어느 부족의 문양을 사용해야 할까요? 사람들은 제가 그들의 문양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기분이 상할지도 몰라요…”
“모든 부족이 문양을 가진 것도 아니고 모든 문양이 특정 부족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란다.” 보마가 대답했다. “여기, 보여줄게 인단다.” 늙은 현자는 자신의 짐을 뒤지기 시작했다. 잠시 후에 그는 가죽으로 덮개를 만든 커다란 책을 꺼냈다.
“내가 너만할 무렵, 아버지께서 이 책을 주셨지.” 그는 말했다. “이 책에는 모든 표식과 그에 따른 설명이 적혀 있단다. 한번 읽어보렴, 이 책이 네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다.”
보마는 카린에게 책을 건네주었다. 그녀는 그것을 받아 이곳저곳을 펴보았다. 거기에는 표식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각각의 표식에 관한 설명이 붙어 있었다.
“이 책은 독립혁명이 있은 직후에 출판되었단다.” 보마는 이어 말했다. “우리가 아직 아마리안들의 지배 아래 있었을 때 그들은 우리의 신성한 전통을 말살시키려고 했었지; 특히 그 중에서도 이 표식을 말이야. 이 책은 사람들에게 전통 의식을 다시 일깨워 주기 위해서 만들어진 거란다. 최근에 생긴 문양들 중에는 빠진 것도 있지만 예전의 중요한 것들은 빠짐없이 들어 있단다. 나는 이 책을 너와 같은 아이들을 가르칠 때 사용해 왔단다. 며칠동안 빌려가도록 하렴.”
카린은 낡은 책을 뒤적여 피부 위에 나타난 표식들을 보았다. 그녀는 이미 이 표식 전통에 대해서 대략적인 것을 알고 있었다. 얼굴에는 부족을 나타내는 표식, 어깨에는 지위를 나타내는 표식. 그녀는 또한 나노기술을 수반한 얼굴에 나타내는 전쟁 표식이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이러한 특별한 종류의 표식은 그 사람의 감정적인 변화에 따라 드러나거나 사라지게 할 수도 있었다. 모든 민마타 공화국의 아이들처럼 카린 또한 어려서부터 이러한 표식에 관한 지식을 쌓았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어떤 종류의 표식을 선택할지 몰랐고, 보루발을 치러야 할 시간은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표식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그저 그들이 어떠한 표식을 가지게 되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카린에게 있어서 이 선택이란 것은 그녀의 몸에 새기는 장식 같은 것이 아니었다. 표식이 드러남으로써 노예출신인 자신의 자아는 나아갈 길을 알게 될 것이었다.
카린은 천막의 구석에 앉아서 보마가 그녀에게 준 책을 자세히 읽었다. 반시간 안에 보마는 지도자로써 보루발에 관한 마지막 교육을 할 것이며 그 전에 그녀는 표식에 관해서 좀더 공부해두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가 막 시작했을 무렵 다른 쪽 구석에서 싸움이 일어나 그녀를 방해했다. 맷마르 그라우어와 그의 친구들이 여자 아이들과 말다툼을 했다. 카린이 맷마르를 쳐다보자, 그는 그녀에게 미소 지으며 윙크를 했다. 그녀는 재빨리 고개를 떨궈 책을 보았다. ‘멍청한 자식’ 그녀는 생각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카린은 그라우어 천막동의 평평한 지붕에 앉아 있었다. 트로인 그라우어는 카린이 사는 미더리스 마을에서 제일가는 부자 상인이었다. 그의 아들 맷마르 그라우어가 그녀의 옆에 앉아 있었다. 그들은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으나 맷마르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그들은 거리가 멀어졌다. 맷마르는 거들먹거리기 시작했으며 허영심이 강하고 천박하게 변했다. 카린은 이러한 성격들을 모두 싫어했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내일 밤에 시작될 의식으로 인해 동요하고 있었기에 의지가 될만한 상대를 찾고 있었다.
“무슨 생각하고 있지, 카린?” 맷마르는 밤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그녀에게 물었다.
“너도 알고 있잖아.” 카린은 잠시 침묵하고 있다 대답했다.
“어떻게 알겠어?” 맷마르는 웃었다. “난 남의 마음을 읽는 능력 같은 거 없다고.”
“그래? 나는 네가 무슨 생각 하는지 알고 있어.” 그녀는 몸을 뒤로 젖혀 밤하늘을 더욱 뚫어지게 쳐다보며 대답했다.
“그것은 내가 마음속으로 오직 한가지 생각만을 가져왔기 때문이지.” 맷마르는 눈을 반짝이며 카린에게 바싹 다가왔다. 카린은 그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내일 의식이 끝나면 무엇을 할 생각이지?” 그녀가 그에게 물었다.
“모르겠는데, 나의 표식을 따라 다르겠지 아마도.” 그가 별로 이 문제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지 않다는 투로 대답했다. 카린은 그를 쳐다보았다.
“너 혹시 너의 표식에 대해서 생각 안해본거 아니야?”
“응, 왜 그래야 하지? 무의식 속의 자아가 알아서 할 일이지,” 맷마르는 덧붙여 말했다: “거기에다가, 우리 부족의 모든 남자들은 똑같고 평범한 표식을 가지게 돼: 뒤집힌 삼각 위에 구개의 막대기; 황소 표식이지. 나도 아마 똑 같은 것을 갖게 될거야.”
카린은 그가 그녀에게 말하는 것만큼 자기 자신에게도 확신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지만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그녀 또한 자신의 표식에 관한 일로 초조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이 소용돌이치는 원이나 허수아비, 보라색 십자모양의 표식을 얻을 까봐 걱정되었다. 그것들은 불길한 표식들을 얻으면 민마타 사회에서 영원히 추방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러한 일은 자주 일어나는 것은 아니었다. 카린도 이런 일을 직접 본 것은 단 한번뿐이었는데 그녀가 여섯 살 때의 일이었다. 한 십대의 소년이 가장 안좋은 표식 중 하나였던 ‘창백한 눈’을 받았다. 그 불쌍한 소년은 마을에서 쫓겨났을 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들조차 그를 도와주려고 하지 않았다. 그 기억은 아직도 카린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기에, 그녀는 맷마르쪽으로 가깝게 붙었다. 그는 이러한 행동을 잘못 이해하고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으려고 했으나 그녀는 그것을 뿌리쳤다.
“왜?” 맷마르는 무안해져서 소리쳤다. 그에게 있어서 추근대다가 실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갑자기 카린의 내면에 있던 불확실함과 걱정들이 터져 나왔다.
“왜냐고!? 그렇다면 말해주지, 맷마르 그라우어. 내일 너는 시험을 받게 될 것이며, 네 앞에 어떠한 미래가 놓여 있는지 알게 될 거야. 그런데 너는 이러한 모든 일이 별 것 아니라는 듯 말하고 있지. 나는 우리가 미래에 대해서 서로 얘기할 수 있었던 때를 기억하고 있어. 우리의 꿈들에 대해서 말이지, 하지만 지금은… 지금은 봐. 너가 원하는 거라고는 패거리로 몰려다니면서 여자애들을 희롱하는 것뿐이지. 어쩌다 이렇게 변해버린 거지?” 카린은 혐오감을 떨쳐버리려는 듯 검고 치렁치렁한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어이, 진정해. 나도 미래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어. 나는 그저 이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 미래 속에 빠져 있는 것보다 현명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뿐이야.” 맷마르가 카린에게 기대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가 갑자기 진지해졌다. “사실을 말하자면 나도 고급 검사관이 되기를 원한단 말이야.”
“그렇다면 어울려 다니기 보다는 학교에서 배우는 책에 좀더 신경을 써야 할 거야. 너의 성적으로는 베로키어에서 웨이터가 되는 것도 벅찰 테니까 말이야.” 카린이 짓궂게 말했다.
“어이, 이봐. 나도 머리가 있다고.” 맷마르가 대답했다. “거기에다가 아버지는 고급 관리직에 아는 친구들이 많지. 그들이 나를 검사국에 인턴으로 넣어줄 수 있단 말이야. 내가 일단 거기에 발만 들여놓으면…” 그가 두 손을 앞으로 들어올렸다. “바로 단숨에 별을 쏴 잡는 거지.” 그는 웃음으로 말을 끝맺었다.
“그래서, 너는 어떤 길을 갈지 다 계획해 놓은 것 같군.” 카린이 말했다.
“그럼, 나는 항상 그래왔고, 또 언제나 그럴거야. 너는? 너라면 미래를 위해서 분명 멋진 꿈을 꾸고 있을텐데.” 맷마르가 말했다.
“음..” 카린은 맷마르에게 이러한 사실을 말하는 것이 달갑지 않은 투로 말을 이었다. “내 것도 얘기를 해줘야 공평하겠지. 나는 현재 민마타인들이 겪고 있는 끔찍한 상황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고 있어.”
“어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맷마르가 물었다. “우리는 아마르인들을 쫓아냈잖아, 우리는 자유라고.”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우리는 여전이 여러 분파로 찢어져 있단 말이야. 공화제라고 해 봤자 서로 으르렁거리는 분파들을 간신히 규합시켜놓은 껍데기에 불과하단 말이야. 우리는 부족단위 이상으로 정치적인 융합을 할 수 없고, 결국 이런게 다시 우리를 갈라놓고 있지. 그래서 결과적으로 우리 민마타인들이 이브세계에 모두 흩어져 있는 거야. 수십억의 사람들이 여전히 아마르 제국의 노예로 속박당하고 있는데도 우리는 힘을 합쳐서 그들을 자유롭게 해주려는 지혜를 발휘하지 않고 있지.” 카린은 숨을 쉬기 위해 잠시 멈췄다.
“그래 우리는 모두 아마르 제국을 증오하지.” 맷마르가 덧붙였다. “그 예쁜 머리로 너무 커다란 문제에 골치아파 하지 말라고.”
“나는 걱정하고 있다고, 나는 노예출신이야. 잊었어? 나의 부모님은 아마르 영토에서 나를 탈출시키려고 자신들을 희생했어. 부모님은 아직도 그 끔찍한 아마르인들의 노예로 살고 있겠지.” 카린은 거의 소리치듯 말했다. 그녀의 분노와 좌절감이 그녀를 지배하고 있었다.
“우리는 지금 아마르인들과 싸우고 있다고, 우리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거야.” 맷마르는 누그러진 투로 말했다.
“우리는 아마르인들과 싸우고 있는 게 아니야, 우리는 암마타인들과 싸우고 있는 거야, 우리의 형제들과 말이야.”
“그 쓰레기들은 죽어도 싸. 우리는 먼저 그 놈들을 죽이고 나서 아마르인들을 끝장낼 거야.” 맷마르가 대답했다.
“아니, 그게 내가 너한테 말하려고 하는 거야. 암마타인들은 우리의 진정한 적이 아니라고. 그들은 아마르인들로부터 우리를 상대하게 하기 위해서 농락당하고 있는 거라고. 우리 둘 다 바쁘게 만들어 준거지. 하지만 만약 우리가 힘을 합쳐서 아마르인들을 몰아낼 수 있다면.” 그녀는 열띠게 말했다.
“그건 불가능해, 우리는 절대 암마타놈들과 힘을 합칠 수 없을거야.” 맷마르가 말했다. “많은 이들이 시도해 봤지만 실패했지. 너도 실패자가 되고 싶은건 아니겠지?”
“상관 없어, 내가 확신하는 것은 민마타인들이 단결하는 것을 위해 나는 싸울 것이라는 것뿐, 목숨을 잃어도 상관없어.”
“너 말이지, 그런 광신적인 모습이 우리 전체를 나쁘게 보이게 만든단 말이야.” 맷마르는 눈에 띄게 지루함을 나타내며 말했다. 그는 이 모든 것이 한심한 헛소리라고 생각했다.
“아니야!” 카린은 소리를 지르며 발을 굴렀다. “너 같은 놈들이 우리 민마타족을 숨막히게 만드는 거야. 너의 편협한 시야 덕분에 이 순간에도 수십억의 동족들이 노예로 억압받고 있다고!” 카린은 폭풍처럼 화가 난 채로 그 자리를 떴다.
맷마르와 그의 친구들과 함께 이 어두침침한 텐트 안에 앉아 있는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카린은 어제 자신이 그에게 한 말들이 모두 후회되었다. 그녀의 믿음이 수치스러운 것이 아니라 맷마르 같은 녀석에게 자신의 진심을 얘기한 것이 말이다. 그녀는 또한 자신이 자제심을 잃은 것 또한 후회되었다. 그러한 행동이 맷마르에게 그녀의 견해를 이해시키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그가 이 모든 것을 잊어버리기를 원했다.
“이것이 의식이 시작하기 전 우리가 가지는 마지막 토론이란다. 우리는 이미 대부분의 것에 대해서 배웠고, 나는 너희들이 시험에 대해서 모두 준비가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마음을 가라앉히고 정신을 그 마음에 집중하도록 하렴. 지금 너희들 중에는 늦게 도착한 엘리자가 있구나. 그녀는 그녀의 가족들과 이 의식을 위해 지난 몇 주 동안 크루저를 타고 먼 길을 왔단다. 다행히 의식에 맞춰서 올 수 있었지. 그래서 너네 들이 상관 없다면 엘리자와 짧게 복습을 해보려고 하는데, 나머지도 남아 있고 싶다면 그렇게 하도록 하렴.”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보마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모두 마음이 안정되었다. 보마가 시작했다:
“엘리자야, 아마도 너가 마음에 떠오르는 것들을 물어보는 것이 나을 것 같구나.”
“네, 그래서 어떻게 표식이 나타난다는 거죠?” 똑똑하고 밝아 보이는 이 소녀는 즉시 자신이 가장 궁금해 하던 것을 묻기 시작했다.
보마는 헛기침을 한 뒤에 대답했다: “그래, 바로 핵심을 물어봐 줘서 고맙구나. 전에 보루발을 봤을 테니 알겠지만 의식에 참여하는 이들은 주관자인 영혼의 안내사제로부터 특별한 처방을 받는단다. 이 처방은 심장에 직접 주입되는데…”
“무엇이 주입되는 것이죠?” 엘리자가 끼어들었다.
“음, 다량의 티로사인이 심장에 주입되지, 그리고는 신진대사로 인해 색소가 몸 위에 나타나는 거야. 솔직히는 나도 정확히 어떠한 물질이 주입되는 것인지 잘 모른단다. 그 물질은 그것을 준비하는 이들 사이에 비밀로 지켜지고 있지. 오직 몇 가지 물질만이 잘 알려져 있는 것이야. 에세티코라인, 옥시토신, 칼시토닌, 그리고 장 수축 폴리펩타이드 같은 것들 말이다.” 그 이름들은 모두에게 낯선 것들이었지만 적어도 어떤 ‘물질’이기는 했다.
“그러면 그들이 무엇을 하나요?” 엘리자는 계속해서 물었다. 보마는 그녀의 무례한 질문들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아마도 그는 보루발을 준비하면서 수많은 이상하고 무례한 질문들을 받아왔을 것이다.
“마법이지!” 보마는 말하고 나서 미소 지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확실한 것을 말해줄 수는 없구나. 색소가 혈관을 타고 몸 전체를 돌지만 오직 소량의 물질들만이 사용된단다. 나머지는 몸에서 빠져나가 없어져 버리지. 이제, 진짜 신기한 것은 복부 주입에서 일어나지. 화학자들이 말한 것에 따르면 그것이 무의식과 연결되어서 몸에 색소를 새겨 넣는 다는 거야. 이 표식은 피부에 새겨져 영원히 다른 이들이 볼 수 있게 남아 있지. 그 표식들은 사람들의 내면의 자아를 묘사해 놓은 거란다. 내면 깊숙이 에서 그가 어떠한 사람인지 말이야.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여기까지 뿐이란다. 아마도 너는 이미 이러한 얘기들을 수없이 들어왔겠지.”
엘리자는 계속해서 보마에게 주입으로 나타나는 효과나 현상에 대해서 물었으나 카린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가 전에 모두 들었던 내용들이기 때문이었다. 보마가 그 이상으로 알고 있는 게 없던지 아니면 가르쳐주기를 원치 않는 게 확실했다.
다른 민마타 남자들처럼 보마도 상체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표식들은 다른 이들에게 제대로 드러나 보이는 것이다. 그녀는 보마의 문양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원모양의 점이 그의 배위에 그려져 있고 그 주위를 복잡한 문양들이 구불거리며 감고 있었으나 원 위에 덧그려진 것은 없었다. 표식 위에 문신을 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다. 카린은 보마와 같이 자신의 표식도 배위에 나타나기를 바랬다. 다리나, 팔, 등에 표식을 가진다는 것은 굴욕스러운 일이었다. 카린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표식을 얼굴에 가지길 원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얻는 즉시 다른 사람들로부터 최고의 영광과 명성을 얻는 일이었다. 그러나 백만 명에 한 명 정도만이 그런 표식을 얻었다. 그리고 그것을 얻음으로써 지워지는 사회적인 부담은 카린의 어린 나이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가르침이 끝나자 카린은 학교에서 알던 한 무리의 아이들 속에 끼어들었다. 그들 중에 카린이 친구라고 부를만한 이는 없었다. 노예출신으로 그녀는 외부인에 불과했다. 그들은 그들의 꿈에 대해서, 학교에 대해서, 그리고 날씨에 대해서 떠들었다. 모두들 몇 시간 후에 치러질 의식에 관해서 생각하는 것은 원치 않았다. 의식이 그다지 끔찍하다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이 자신들의 일생을 영원히 바꿔놓는다는 사실은 그랬다. 갑자기 맷마르가 그의 시끄럽고 거친 친구들과 무리 속으로 끼어들었다.
“왜 모두들 풀이 죽어 있는거야?” 그가 소리쳤다. 우리는 몇 시간 후에 어른이 되는 표를 받게 되는 거라고, 그런데 너희는 모두 겁먹은 계집애들 같아 보이는군. 기운들 내라고. 우리는 밤새 파티를 할거고 내일이면 우리의 표식을 달고 다닐 거라고.” 맷마르는 과장되게 손을 흔들며 말을 마쳤다. 주위의 모든 아이들이 환호했다. 그러나 전날 밤처럼 카린은 맷마르의 행동이 설사 다른 이들의 기분을 전환시켜 주었다 해도 그다지 의젓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모든 것에 대해서 마치 게임이라도 하고 있듯 너무나 가볍게 여기고 있었다. 그 때 맷마르가 그녀의 못마땅한 얼굴을 보고 소리쳤다.
“여어, 카린, 무슨 일이야? 순교자 표식을 받지 못할까 봐 겁이 나나 보지?” 그리고 그는 다른 이들에게 몸을 돌려 계속 떠들었다:
“카린은 암마타놈들 친구가 되고 싶다는군, 그들과 함께 성전을 치루고 싶다던걸.” 모든 아이들이 웃고 그녀를 조롱했다.
‘망할 자식.’ 그녀는 눈물이 나려는 걸 참으며 생각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카린은 마침내 맷마르가 어떤 종류의 인간인지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그에게 있어서 우정이라는 것은 아무 의미 없는 것이었다. 그는 그의 이기적인 목적에 부합할 때만 다른 이들을 ‘친구’라고 불렀다. ‘어떻게 저런 놈을 믿을 수가 있었지?’ 그녀는 생각했다. 조롱은 계속되었다. 아이들은 계속해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멍청한 암마타 계집년 같으니라고 …”
“빌어먹을 노예 자식…”
“너네 엄마는 아마르 놈들에게 강간당했지, 멍청한 새끼..”
카린은 그들에게서 떨어져나와 달리기 시작했다. 조롱과 야유가 그녀를 따라왔다. 그녀의 볼을 따라 소리 없이 눈물이 흘렀다. 그녀도 그녀의 꿈이 다른 이들에게는 부조리한 것이라는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열정을 가지고 자신의 꿈을 믿었으며, 절대 다른 사람들로 인해 그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었다. ‘아마도 나는 그 이야기에 나오는 바위 같은 존재겠지.’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마도 나는 나의 산을 짓고 싶은 것이겠지, 돌 위에 돌을 쌓아 올려서 말이야. 그리고 그것이 무너질 때 나도 끝나는 거야.’
신성한 대지는 가로, 세로가 250미터 정도 되는 평평한 땅이었다. 그곳은 우주선의 엔진에서 나온 엄청난 열로 인해 결정화된 바위로 이루어져 있으며 작은 무대처럼 보였다. 그것은 수 천년 전 민마타족의 조상들이 거대한 식민지 함선으로 이 땅에 처음으로 도착할 때 만들어진 것이었다.
의식장소를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불이 붙여졌다, 불빛의 일렁거림이 안과 바깥을 차단시켰다. 수천이 넘는 사람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지켜보고 있었으나 정작 의식장소는 비어 있었다. 그러는 동안에 원과 문양들이 잠시 후에 있을 의식을 준비하기 위해 그려졌다.
의식은 곧 시작될 참이었다. 영혼의 안내사제가 의식장소로 들어왔다; 그의 등장이 관중들을 침묵시켰다. 그의 뒤로는 시종들이 각각 자리를 잡고 서 있었다. 음악, 리드미컬한 박자가 울려퍼졌고 집전장소 위의 남자가 음악에 따라 성가를 읊조렸다; 보루발이 시작된 것이었다.
의식 집전장소에서 2킬로가량 떨어진 자갈바위 위에서 외로워 보이는 그림자 하나가 올라서는 것이 보였다. 카린은 의식이 시작된 것을 생기 없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그녀는 자신이 앉아 있는 바위 밑으로 기어들어가서, 영원히 사라져 버리기를 바랬다. 그러나 그녀는 그럴 수 없었다. 만나보지도 못했던 부모님을 생각하면 그녀는 다시 그 장소로 돌아가 시험을 받아야만 했다. 그녀는 작은 자갈을 하나 발로 차고 그것이 다른 자갈들과 함께 언덕 밑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굳혔다. 만약 그녀가 자신의 친구들과 동족들 사이에서 두려움을 마주할 수 없다면 언제 그러한 기회가 있을 것인가? 만약 그녀가 자신의 동족들 사이에서 그들에 반하는 믿음을 관철시키지 못한다면 어떻게 암마타인들과 아마르인들을 상대할 수 있겠는가? 그녀는 일어서서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 몇몇의 참가자들이 이미 표식을 받았다. 힘든 시간은 지나갔고 여럿이 그들의 존경받을 만한 표식을 자랑스럽게 과시했다. 카린은 줄 뒤에 가서 섰으며 그녀를 향해 쏟아지는 어리둥절해 하는 시선들을 무시했다. 다음 차례는 맷마르였다.
그는 성큼성큼 사제 앞으로 다가갔다. 그의 안정된 모습이 빛을 발했다. 그는 사제 앞에 무릎을 꿇었고 사제는 그의 머리위에 영혼을 씻어준다는 의미로 향기가 나는 액체를 뿌렸다. 그리곤 맷마르가 그의 머리를 들자 한 명의 보조원이 사제에게 은빛 주사기를 건네주었다. 사제는 날렵한 몸놀림으로 한 번에 주사기를 맷마르의 가슴에, 그의 심장에 꽂았다. 맷마르의 몸이 긴장했으나, 그는 많은 다른 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울지는 않았다. 사제는 주사바늘을 뽑았고 보조원이 그의 가슴에 난 작은 상처를 천으로 눌러주었다.
사제는 계속해서 의식에 관계되는 말을 중얼거리면서 맷마르의 뒤로 가서 섰다. 소년의 뒤에 무릎을 꿇고 보조원이 건넨 또 다른 주사기를 받아쥐었다. 그는 왼손으로 소년의 등을 잡고 잠시 후에 척추에 주사를 놓았다. 또다시 맷마르의 몸이 긴장됐으나 울지는 않았다.
사제는 일어서서 다시 맷마르의 앞으로 갔다. 이제 맷마르가 말을 할 차례였다. 오직 이 순간에만 소년은 말을 할 수 있도록 허락 받았다. 약이 온몸으로 퍼지는 동안 잠시간 말을 할 기회를 얻는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인생, 자아, 환경에 내리는 선언 같은 것이다. 몇 세기를 거쳐오는 동안 그 선언은 일반화 되어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신들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했던 선언을 똑같이 되풀이했다. 카린은 오랫동안 열심히 무엇을 말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왔고 마침내 한투르 구트레렌의 시에서 두 구절을 선택했다:
‘너 자신을 마음 속 가족 사이에 두면 / 무엇도 너를 그들로부터 갈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 구절이 그녀의 배경과 미래에 대해서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맷마르는 아무런 새로운 것도 이야기 하지 않았다. 그의 아버지가 했던 말을 되풀이했을 뿐이다:
‘나의 사람들과 명예를 지키겠습니다.’
맷마르는 일어섰고 사제는 그의 머리와 어깨부터 시작해서 전신에 검은 망또를 둘러 가려주었다. 그것은 표식이 생겨나면 치워지고 모두는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기다린다. 시간이 흘렀다. 마침내 사제는 표식이 생겼음을 선언했고 망또를 벗겨 주었다. 맷마르는 자신을 내려다 보고는 관중을 향해 돌아섰다. 황소 표식, 뿔모양의 삼각형이 그의 가슴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었다. 그곳은 표식을 위해 멋진 자리였다. 관중이 환호하자 맷마르의 눈이 자부심으로 빛났다. 그는 이미 시험을 거친이들 쪽으로 가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의 거만한 태도가 카린을 매스껍게 만들었다.
의식은 한 명, 한 명을 거쳐 계속되었다. 카린은 그 과정에 대해서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긴장된 마음과 맷마르가 던지는 건방진 눈빛 사이에서 그녀의 머릿속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듯 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의 차례가 왔다. 그녀는 사제 앞으로 걸어나가며 다른 이들 눈에 떨고 있는 것을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녀는 거의 자동적으로 의식을 치러나갔으며 그녀가 울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도, 주삿바늘이 자신의 몸을 관통했는지도 알지 못했다. 갑자기 사제의 목소리가 그녀의 의식을 깨웠으며, 그녀가 선언을 할 차례였다. 그녀는 눈을 떴다. 사제의 어깨 뒤로 그녀는 맷마르의 신랄한 얼굴을 보았다. 그녀는 입을 열었으며 자신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말을 들었다:
‘자만은 빠르게 타오르지만 그 위력은 가볍고 / 겸손은 늦게 타오르지만 뼛속까지 태워버린다.’
카린은 그 말이 흘러나올 때까지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깨닫지 못했으며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놀랐다. 그녀는 맷마르의 비아냥거리던 표정이 굳어지는 것을 보았다. 그는 그녀가 무엇을 의미한 것인지 알았기 때문이다.
카린은 그녀의 척추와 피부 속이 쑤시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그 느낌이 불편한 것인지, 혹은 기분 나쁜 것인지 잘 알 수 없었다. 사제가 망또를 그녀의 얼굴 위에 씌워 주위 사람들로부터 그녀의 눈을 가려버렸다. 그녀의 마음 속이 온통 흐려졌으나 내면 깊숙이 에서 보마의 목소리를 들었다: ‘너의 의식에 마음을 집중하렴.’ 그녀는 자신의 의식에 집중했고 그녀의 피부가 차갑고 끈적거림을 느꼈다. 그리곤 한 순간 망또가 자신의 몸에서 벗겨졌다. 한 두 번 눈을 깜빡여 제단 위에 일렁거리는 불빛에 적응했다. 그녀는 주위를 돌아보았고 모두의 얼굴이 마치 허공에서 물체가 갑자기 튀어나온 듯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침묵,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고, 그녀가 들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자신의 얕은 숨소리뿐이었다. 갑자기 오래 전 ‘창백한 눈’ 표식을 받았던 소년에 대한 기억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없다, 그녀의 상체나, 배, 다리, 팔 어디에도. 그리곤 사제가 거울을 들어 주었으며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거기서 그녀는 왼쪽 눈으로부터 시작되어 그려진 1에서 3센티미터 가량의 검은 줄들을 보았다. 그것은 ‘마타의 광명’ 이었다, 표식들 중에서 가장 희귀하고 가장 경외 받는 표식.
카린은 기절할 것만 같은 어지럼증을 느꼈다. 그녀의 마음은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은 덤덤했으며 고요했다. 그녀는 사제의 눈을 쳐다보았다. 그는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으며 충격에 사로잡혀 있었다. 카린이 마지막으로 시험을 받는 이였기 때문에 사제는 그녀를 끝으로 의식을 마치려고 했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우뚝 선채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군중의 표정을 살펴보다가 마침내 친근한 얼굴, 보마를 발견했다. 그는 그녀의 시선 속에 담긴 호소를 놓치지 않고 그녀에게로 다가왔다. 보마는 그녀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말했다:
“나의 사랑하는 제자야, 너는 분명 거대한 꿈을 가지고 있구나.”
“네.” 카린이 분명하게 대답했다. “네, 저는 제 자신이 그렇다고 확신합니다.”
그녀의 마음 속에서 돌들이 하나하나 쌓아 올려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