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ience of Never Again 1)2)
폭발이 너무나도 강력했던 나머지 가슴 속이 울리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그의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뛰어가면서 소리를 지르거나 쓰러진 사람들을 돕고 있었다. 곳곳에서는 건물들의 잔해가 불타고 있었으며, 하늘에서는 파괴와 불이 비오듯 떨어졌다. 주인공은 최대한 빨리 도망가려고 애를 썼지만, 마치 두 발이 물 속에라도 잠긴 것 마냥 제대로 움직여지지가 않았다. 한 발자국을 내딛을 때마다 몇 발자국씩 뒤로 밀려나는 듯한 기분이었다. 전 우주가 비웃음을 흘리며 그를 공격하고 있었다. 앞으로 나아가려 시도할 때마다 주인공의 절망감은 점점 커져만 갔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지옥의 불에 집어 삼켜졌고, 그것이 부모님을 삼키기 전에 주인공은 가능한한 빨리 집으로 돌아가야만 헀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뜨거운 열에도 불구하고 소년은 무작정 앞으로 내달렸다. 마침내 그는 계단을 올라 자신의 행복한 유년기를 보냈던 집으로 들어간 다음 모든 아이들에게 있어서 우주의 중심, 즉 사랑하는 부모님을 향해 나아갔다. 너무나도 공포에 질린 이 소년은 그들에게 앞으로 닥칠 재앙에 관해 경고하려 하였으나, 무슨 이유에선지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이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늘 그랬던 것처럼 행복한 모습으로 현관에 서 있었고, 마치 바깥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또 불길이 벌서 자신들의 발 밑을 핥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부모님들을 향해 뛰어가려 했으나 힘이 부족했다. 발이 자기 의지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렇게 이 아이는 자신의 부모님들이 불타면서 비명을 지르는 광경을 바라보아야만 했다.
“트레버 씨…”
불에 집어삼켜진 검은 실루엣 저 너머에서 어떤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순간 그는 위를 바라보았고, 동시에 주변을 감싸고 있는 화재도 사라져버렸다. 이제 주인공은 루미나리에 항성계를 평화롭게 맴돌고 있는 칼다리 프라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몇몇 사람들과 모성을 탈출하면서 마지막으로 고향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트레버 씨, 제발 일어나세요…”
주인공이 탄 우주선이 워프를 하는 순간 칼다리 프라임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순간 신음 소리와 함께 잠에서 깨어난 트레버는 새빨개진 눈으로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오 이런, 대체 얼마나 오랫 동안 이런 꿈을 꿔 오신 거에요?”
갈렌테 연방의 대기업 크레오드론의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오르세타 렉스모로가 물었다. 사실 트레버는 아트룰레 III에 위치한 크레오드론 공장의 연구실에서 깜빡 잠이 들었던 것이다. 여기에 도착하기 전, 그는 꼬박 48시간 동안이나 쉬지 않고 이동해야 했다. 그는 자신의 목 뒤를 손으로 문질렀다. 잠을 이상한 자세로 잔 탓에 근육이 아팠기 때문이다. 몇 번을 눈을 깜빡이고 난 주인공은 말을 꺼내기 전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잠들어 있었지?”
그는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오르세타를 전혀 바라보지 않았다. 단지 앞에 있는 수 십개의 스크린과 데이트시트들을 이리저리 훝어 볼 뿐이었다.
“제가 40분 전에 왔을 때 이미 잠들어 계셨어요. 정확히는 모릅니다”
문득 그녀가 주인공의 바로 옆에 앉더니 자신의 손을 부드럽게 그의 어깨 위에 올려놓는다. 순간 트레버의 근육이 팽팽하게 긴장한다.
“트레버, 대체 무슨 일이에요? 당신은 잠을 잘 때마다 끔찍한 비명을 지르고, 그럴 때마다 난 소스라치게 놀래요!
대체 당신을 그토록 괴롭히는 게 뭐죠?” 주인공은 잠시 오르세타의 눈을 바라보는 듯 싶었으나 곧바로 예전과 같은 매서운 눈빛이 되돌아왔다. 그는 얼굴을 살짝 오른쪽으로 돌려 그녀의 매력적인 모습이 눈가에 들어오도록 했다.
“연구실로 돌아가, 지금 당장”
그가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탁자 곳곳에 흩어진 데이터시트에 주의를 집중하기 시작했다.
오르세타는 그를 잠시 바라본 다음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떠났다. 트레버는 그녀의 발자국이 출구 쪽을 향해 빠르게 멀어지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마침내 문 닫히는 소리가 나자, 그는 팔꿈치를 탁자에다가 대고 몸을 앞으로 숙인 다음 눈을 감았다. 오르세타한테 이렇게까지 하지는 말았어야 했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그는 이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는 자신이 고용한 모든 사람들, 최소한 자기가 지금 겪고 있는 고통과 관련된 모든 자들에 대해서는 어떤 친근감이나 호의도 보이지 않기로 결심했다.
서류상으로 봤을 때, 트레버 케코넨은 모범적인 CONCORD 시민이었다. 그는 다른 수많은 사람들처럼 갈렌테-칼다리 전쟁 전까지 경제적 기회를 붙잡아 부를 축적한 사람처럼 보였다. 두 국가 모두, 이제 옛날의 어두운 기억을 저버리고 상호 번영과 평화를 향해 나아가려 노력하고 있었다. 트레버는 토다키에 위치한 응용과학대학(School of Applied Science)을 수석으로 졸업하였으며, 연구와 과학 분야에 있어서 뛰어난 재능을 보여왔다. 그는 사이버 임플란트를 사용함으로써 효율적인 우주선 지휘에 걸림돌이 되었던 뇌의 결함을 극복하였고, 마침내 갈렌테와 칼다리 양측에서 크루저급 함선 조종사로 발탁받을 수 있었다. 구리스타와 서펜티스 해적 집단과 싸워 이긴 주인공의 화려한 전력 때문에, 칼다리와 갈렌테 정부 둘 다 그에 대해 높은 평가를 주고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트레버가 양국의 몇몇 거대 기업 임원들과 넓은 인간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이슈코네, 칼라키오타, 크레오드론, 그리고 듀볼 연구소가 있다.
흠잡을 데 없는 그의 신상정보에서 빠진 것이 하나 있다면, 갈렌테 연방의 칼다리 프라임 폭격 당시 트레버 케코넨은 직접 부모님의 죽음을 목격했다는 사실이다. 당시 그는 겨우 11살에 불과했다. 청년기에 주인공은 계속해서 부모님의 죽음을 떠올리며 “왜”라는 대답하지 못할 질문에 해답을 찾으려 했다. 나중에 절망이 분노로 바뀌자 그는 거의 미칠 지경에 이르렀다. 다행스럽게도 주인공이 광기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어떻게”라는 질문을 추구하게 되면서였다. 질문의 방향을 틀자 해답은 완벽히 명확해졌다. 트레버의 관점에서 봤을 때, 외교적 실패로 인해 전쟁의 발발 및 부모님의 죽음이 야기되었다는 논리는 헛소리에 불과했다. 여기서 정치는 조금도 관련이 없었다. 대신 그는 칼다리의 기술적 열세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갈렌테 전투함들은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궤도에서 칼다리 프라임의 도시들을 폭격했다. 만일 당시에 칼다리 합중국이 행성 방어기술에 있어서 우위를 점하고 있었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합중국이 가지고 있던 기술은 반격용이었기 때문에, 기술적 발전에 있어서는 일방적으로 밀릴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선견지명의 부재로 인해, 칼다리는 트레버의 부모 및 몇 십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목숨을 대가로 지불해야만 했던 것이다. 합중국은 일인용 전투기로 연방의 궤도 폭격기와 맞서 싸웠고, 곧바로 갈렌테는 드론을 장착한 전투기들을 내보냈다. 만약 조브인들이 캡슐 기술을 제공하지 않았더라면, 칼다리는 제대로 반격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트레버가 젊었을 당시 그는 전쟁과 기술적 발전이 교착 상태로 접어드는 것을 지켜보면서 분노를 감출 수 없었으며, 마침내 한 사건이 주인공의 영혼을 영원히 절망의 나락으로 빠트린다. 한때 수 백만명에 달하는 칼다리인들의 고향이었던 칼다리 프라임이 휴전과 동시에 갈렌테 연방의 손에 넘어간 것이다. 순간 트레버는 자신이 다시 한번 고아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지만, 자신의 부모님과 달리 이것은 다시 부활할 가능성이 있었다. 만약 그가 칼다리 기술을 죽음에서 다시 살려낼 수만 있다면 말이다.
이렇게 해서 트레버의 삶은 구원과 죽음이라는 두 가지 목적으로 양분되었다. 즉 한 종족의 “선”을 위해 다른 종족의 멸망을 추구하게 된 것이다. 복수를 향한 그의 길에는 두 개의 장애물이 놓여 있었다. 첫번째, 양국의 기술이 가진 장단점, 특히 우주선 설계와 관련하여 좀 더 자세한 파악이 필요했다. 두 번째, 힘의 저울이 칼다리 합중국으로 기울기 위해서는 아주 커다란 과학적 도약이 필요했다. 첫 번째 문제는 이미 트레버가 해결한 상태였다. 하지만 두 번째 문제의 경우에는, 크리에레르 연구소가 모르파이트(Morphite) 광물과 그것의 특이한 화학적 성질을 밝혀낸 후에야 비로소 답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실 이는 칼다리 측이 외부의 도움 없이는 자신의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다시 트레버는 눈을 뜨고 작업의 진행 상황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데이터시트 화면에는 각종 실험들의 결과 및 아직 증명되지 않은 이론적 가설들이 떠 있었다. 며칠 동안 밤을 샌 그는 이것들을 읽다가 깜빡 잠이 들었던 것이다. 주인공은 자신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몇몇 기업에 도움을 요청했는데, 오르세타는 그 기업들에서 보낸 연구원들 중 한 명이었다. 그가 고용한 다른 연구원들과 마찬가지로, 그녀도 트레버의 이론을 테스트하는데 필수적인 수많은 실험들과 연구를 수행했다. 이들은 모두 자기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각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자들이었지만, 자신들에게 주어진 임무를 제대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주인공의 재정적 및 물질적 뒷받침을 필요로 했다. 비록 트레버는 과학이 철저한 방법론적 과정을 거쳐야 하며 재촉은 금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갈렌테 출신 직원들에 대해서는 특히 가혹한 부담을 지우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다리를 쭈욱 편 다음, 연구실 컴퓨터 화면 및 입체 프로젝터 반대쪽에 있는 창으로 걸어가더니, 정거장 바깥에 있는 접근 경고 표지를 바라보았다. 불빛이 켜졌다가… 다시 꺼졌다. 생명… 그리고 죽음. 트레버가 어디를 보든지 간에 악몽이 엄습했다. 이 악마들에게서 피할 수 있는 유일한 피난처는 바로 과학을 향한 집념 뿐이었다. 여기에서 벗어나는 순간, 주인공의 영혼은 칼다리 프라임의 유령들에게 속해 있었다.
절대로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거야…라고 그는 생각했다. 언젠가는, 패배한 갈렌테 연방의 피난민들을 향해 이렇게 말해줄 수 있으리라. 그리고 과학은 트레버의 이러한 소원을 이루어줄 수 있는 도구였다. 이것은 단지 시간 문제일 뿐이었고, 비로소 그 날이 올 때까지 주인공은 계속해서 밤을 샐 각오를 하고 있었다.
문득 전화기에서 나오는 벨소리가 명상에 잠긴 그를 깨운다.
“트레버 씨, 이것 좀 보세요. 빨리요!”
오르세타의 흥분한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뒤숭숭해졌던 그는, 이내 방 안이 어둡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자칫 욕설을 할 뻔했다. 창에서 고개를 돌린 그는 입체 프로젝트가 켜진 것을 발견했다. 거기에는 일련의 입체 이미지가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었다. 수학 공식에서 시작해서, 아원자 다이어그램, 분자 화합물 모델, 기계 부품의 형상, 그리고 그것들이 하나로 합쳐져 완성품을 이루는 장면까지. 이미지의 한 구석에서는 해당 완성품에 대한 성능 및 제원이 펼쳐지는 중이었다. 트레버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이게…생산 설계도인가?”
그가 물었다.
“네, 트레버 씨”
“그럼 뭘 꾸물거리나? 당장 내가 말한 다음 프로젝트를 시행해”
트레버는 공중에 떠다니는 입체 이미지를 지나 연구실 탁자로 다가간 다음 홀로프로젝터를 꺼버렸다. 동시에 설계도 청사진을 담은 디스크 한 개가 탁자 콘솔에서 나왔다. 그는 그것을 자신의 재킷 안에서 넣은 다음 각종 물품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다른 연구원들의 프로젝트도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확인해야했기 때문이다.
갑자기 연구실 문이 열리더니 오르세타가 걸어 들어왔다. 그녀는 팔짱을 낀 자세로 가만히 서서 트레버를 주의깊게 바라보았다. 그는 그녀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은채 채비를 서둘렀다.
“당신한테 지금 처리해야 할 일이 많을텐데”
주인공이 중얼거렸다.
“하나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만,”
그녀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대체 이 청사진으로 무엇을 하실 계획이신지?”
이 질문에 대답하기 전 트레버는 잠시 머뭇거렸다.
“곧 있으면 알게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