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시 아쿠라 황제께서 나라를 통치한 지 약 10년이 되던 그 해 첫 달 세 번째 날에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져 큰 혼란을 빚었더라.
어두워진 태양으로 말미암아 새들은 공중에서 떨어졌고 꽃들은 들판에서 시들어버렸으며 사람들은 거리와 집에서 걸려 넘어졌더라.
이와 동시에 창공이 큰 소리와 함께 열리더니 천사들이 밝은 광채를 내뿜으며 지상으로 내려왔는데, 그들이 지닌 아름다움은 모든 인간들과 동물들을 잠잠케 하였더라.
천사들의 발이 지면에 닿자 땅이 심하게 흔들렸으며 불이 나와 그 주변으로 몰려든 몇몇 경솔한 자들을 집어삼켰더라. 사람들은 저들의 힘과 능력을 보고 저들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 것이 지혜로운 처사임을 깨달았더라.
자신들의 시종들과 더불어 높은 보좌에서 내려오신 황제 폐하께서는 천사들을 뵙기 위해 성 밖으로 나가셨더라. 그리고 보라! 황제 폐하께서 성문을 지나시자마자 태양은 다시 예전처럼 밝아졌고, 황제 폐하와 천사들의 영광이 온 지면을 가득 메웠더라.
천사들은 신의 언어로 말을 했으며 자신들을 세프림이라 칭했더라 : 이들은 곧 천국의 높은 보좌들을 지키는 자들이었더라. 신께서는 저들로 하여금 황제 폐하를 모든 악으로부터 지키도록 명하셨더라.
세프림들은 황제 폐하에게 신께서 보내신 선물을 전달하였는데, 그것은 바로 아메타트와 아베타트, 곧 홀과 왕관이었더라. 이는 신께서 황제 폐하의 업적을 얼마나 흡족하게 여기시는지를 보여주는 표식이었더라.
그리하여 칭송받아 마땅한 아마시 아쿠라 황제 폐하를 보좌하기 위해 지상에 강림한 세프림들은 낮이나 밤이나 쉬지않고 그의 옆을 지켰더라. 이들에게 합당한 거처를 마련하기 위해 하얀 돌과 대리석으로 장식된 큰 집이 세워졌더라.
그 후 세프림들이 제국을 돌보았던 수백 년의 기간 동안 단 한 차례의 전쟁이나 전염병이나 배고픔이 발생하지 아니하였으며 사람들은 만족과 즐거움을 누렸더라.
북쪽 이쉬타로부터 남쪽 멜레켈, 동쪽 에드라로부터 서쪽 이프리아에 이르기까지 저 거룩한 세프림들 앞에 기도를 올리고 축복을 받기 위해 사방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더라.
세프림들은 키가 크고 아름다웠으며, 하얀색과 황색으로 장식된 예복을 입었고, 사람들이 자신들의 아름다움을 직접 봄으로써 죽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은과 금으로 제작된 가면을 썼더라.
이 모든 시간 동안 아마시 아쿠라 황제 폐하께서는 단 하루도 노쇠하지 않으셨으며 날이 갈수록 강인하여졌더라. 홀은 힘을, 왕관은 예리함을 황제 폐하에게 부여하였으며 그의 지배는 지혜로우면서도 공정하였더라.
그러나 나중에 몰록, 곧 속이는 자가 도래하여 땅을 황폐하게 만들었고 사람들은 그가 일으킨 홍수와 질병으로 인해 고통을 받았더라. 몰록은 사람들로 하여금 세프림들에게 대적하도록 이끌었고, 그렇게 해서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저들을 향해 찬송을 부르던 자들이 증오심을 품기 시작하더라.
황제 폐하께서는 이 모든 것이 좋지 않음을 보시고 세프림들을 불러 가라사대, “지금 사람들이 크나큰 괴로움에 빠져 있으니, 이를 어찌하면 좋겠는가?”
세프림들은 이에 대답하여 이르되, “주여, 영토가 당신을 반하여 일어났으니, 전쟁을 일으켜 공의를 세우심이 마땅할 것임이니이다”
그러자 황제 폐하께서 물어 가라사대, “이는 위험한 시도일진데, 여러분은 나를 도와줄 용의가 있는가?”
하지만 세프림은 대답하여 이르되, “내 주여, 저희는 오직 지도하고 보호할 뿐, 인간에게 무력을 행사하는 것은 허락되어 있지 않나이다”
순간 분노를 참지 못한 황제 폐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 “그렇다면 여기서 사라져라!”
그리하여 황제 폐하의 총애를 잃은 세프림들은 다시 자신들이 왔던 곳으로 돌아가니라. 순간은 태양은 그 빛을 잃었고 이것이 나쁜 징조임을 알아챈 백성들은 비통에 빠졌더라.
그 날 밤 신께서 황제 폐하의 꿈에 나타나 말씀하시기를, “아마시 아쿠라여, 이토록 급한 때에 내가 보낸 자들을 거부하다니 너의 어리석음이 심히 크도다. 앞으로 너는 스스로의 노력으로 너가 저지른 죄를 속죄해야 하리니”
그리고 다음 날 아마시 아쿠라는 한 순간에 노쇠하여 머리카락은 백발이 되었고 피부는 탄력을 잃었더라. 하지만 그의 영혼은 고고했고 그의 의지는 확고하였으니, 이는 신께서 황제 폐하에게 제국 수복의 임무를 주셨음이러라.
5년 동안 아마시 아쿠라께서는 홀과 왕관을 가지고 자신의 적들과 싸우셨고, 마지막에 결국 승리하시니라. 며칠이 지나자 몰록 곧 속이는 자는 사슬에 묶여 황제 폐하의 앞에 엎드러졌고, 신의 제단에서 제물로 바쳐졌더라. 자신의 임무를 다 한 황제 폐하께서는 얼마 안 있어 자신의 침상에서 숨을 거두시니라.
그리고 그날 밤 하늘은 붉게 물들었고, 백성들은 신께서 자신들과 새로 추대된 황제 폐하를 흡족하게 여기신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되었더라.
위의 글은 아마르인들에게 있어서 거룩한 책으로 여겨지고 있는 경전의 서(사실 몇 권으로 이루어져 있는)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이것의 기원은 약 60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그 때 당시 아마르는 아스라 행성에 위치한 신생 국가였다. (아마르인들이 행성을 완전히 정복한 이후에는 아마르 프라임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세프림 및 아메타트와 아베타트에 대한 이야기는 지난 세월 동안 학자들을 흥분시켜 왔다. 에피소트의 첫 장들은 세프림에 대해 가장 오래되었으면서도 세밀한 기록이기도 하다. 이 문서에는 세프림들의 방문과 떠남 외에도 이들의 모습을 기술하고 있다. 이후의 문서들에서 그들은 오로지 아마르 신과 황제에게 봉사하는 신비적 존재로만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세프림(단수형으로는 세프)이 선물로 주었다는 아메타트와 아베타트, 혹은 홀과 왕관에 대해서는 다양한 기록들이 남아 있다. 이러한 기록들은 단순히 위에서 언급된 이야기를 진실임을 증명해줄 뿐만 아니라(적어도 오늘날까지는), 해당 유물들이 나중에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정보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홀과 왕관은 극도로 가벼우면서도 강한 일종의 금속으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현존하는 필사본들에는 오로지 그것이 사용자에게 '신의 힘' 혹은 '창조물에 대한 지식을 제공'하였다고만 써져 있을 뿐, 더 정확한 정보를 얻기란 불가능한 상태이다.
본 전설이 사실이라는 증거는 이 외에도 몇 개가 더 있다. 천문학적 자료에 따르면 글이 기록된 때와 동일한 시대,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101년 전에 두 번의 일식이 발생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두 번의 일식은 조라스트 행성에 의해 일어났는데, 해당 행성은 태양과 아마르 프라임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사실 아마르 프라임의 그 어느 위성들도 육안으로 볼 수 있을 만큼 확연한 일식을 만들지는 못한다) 첫 번째 조라스트 태양 일식은 아마르 섬(Amarr Island)를 완전히 뒤덮었고, 두 번째 일식에서는 섬이 반그늘의 영역에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두 번째 일식이 일어난지 약 5년이 지나고 거대한 운석이 조라스트 가스 행성을 강타했는데, 본 충돌이 조라스트가 아마르 프라임과 일직선으로 정렬했을 때 발생했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아마르 섬에서는 해당 사건을 분명하게 목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메타트와 아베타트에 대해 말하자면, 이 두 유물들은 황제 가문이 약 400년 동안 소유하고 있다가 문득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이것들과 관련된 가장 최근의 언급은 아마르 궁궐의 의전관이 작성한 보고서인데, 거기에는 홀과 왕관이 기나긴 세월에도 불구하고 전혀 흠이 나거나 녹이 슬지 않았다고 적혀 있다. 지난 세월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속임수와 모조품 그리고 치밀한 탐색에도 불구하고, 진짜 아메타트와 아베타트는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