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천년 전, 그러니까 아마르인들이 우주로 진출한지 얼마 안 되었을 쯤, 어떤 황제가 권력을 잡는다.
오늘날 이 황제의 이름은 오직 극소수에게만 알려져 있으나, 그의 유산은 지금까지도 아마르 제국 곳곳에 남아 있다. 비록 그가 원래 의도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유산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 황제는 바로 자라그램 2세인데, 그의 이름은 아마르인들에게 있어서 저주의 말로 통하고 있다.
당시 아마르 황제의 지위는 지금과 약간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초창기에 황제들은 사도들의 리더로써 사도 위원회를 통해 자신의 권위를 행사했다. 하지만 자라그람은 좀 더 직접적인 권력을 원했다. 그는 스스로를 신성한 존재로 여겼으며 실제로 신적인 지위에 오르려고 했다. 권력을 잡은 자라그람은 종교적 활동과 관련하여 수많은 칙령들을 내린다. 그 중 대다수는 거룩한 책에 쓰여진 내용과 상충되는 것이었으며, 결국 아마르 사회의 신성한 관습들이 뿌리째 뽑혀나갈 지경에 이르렀다.
이후 자라그람은 하나의 야심찬 프로젝트를 실행에 옮기기 시작한다. 자신의 초자연적 자아와 접촉하기 위한 목적으로 신의 도시, 즉 신성이 거주하기에 적합한 장소를 만들려고 했던 것이다. 본 도시는 우주에 건설될 예정이었으며 자라그람 2세의 위대함을 영원히 기념하게 될 터였다. 그는 자신의 도시를 메자곰, 즉 신의 비전이라 명명했지만 일반적으로는 그저 신의 도시라는 이름으로 불려졌다.
하지만 상황은 자라그람이 바라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샤스탈 항성계에 위치한 그의 영광스러운 도시가 완성되자마자 황제는 암살을 당했다. 당시 너무나도 적들이 많았던 탓에 딱히 어느 집단이 살인을 저질렀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황제가 사망하고 나서 일시적으로 힘을 되찾은 사도 위원회는 그를 기억에서 지워버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자라그람이 내렸던 모든 칙령들은 폐기되었으며, 그의 모습이 담긴 모든 그림들과 초상화들은 파괴되거나 수정되었고, 그가 지은 도시는 버려진 채로 남겨졌다. 몇 세대가 지나면서 그의 이름은 완전히 잊혀지고 말았다. 자라그람의 웅대한 비전과는 달리 그의 통치는 사도들의 세력 강화와 앞으로 500년 후에 일어나게 될 도덕 개혁을 초래하게 된다.
지금도 자라그람의 도시는 폐허로 변한 채 깊은 우주 속에서 잠들어 있다. 한 때 번성했었던 이 도시의 잔해들은 몇 마일 밖에서도 눈에 띌 정도이다. 어떤 사람들은 자라그람의 영혼이 아직도 이 장소를 떠돌아다닌다고 이야기하지만, 다른 자들은 그저 도둑들이 주변을 탐색하고 있는 것 뿐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