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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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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이브 세계를 어느 정도 여행하여 본 사람이라면, 빠르든 늦든 십중팔구 적대적으로 행동하는 이상한 형태의 함선들과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공격적인 모습의 뾰족한 뿔들이 장착되어 있고 다양한 색조의 금속성 빛깔을 띈 이 우주선들은, 사실 세계 정복을 목표로 했던 한 정신 나간 계획에 의해 남겨진 그렇게-오래-되진-않은(not-so-old) 일종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때 영광을 누렸었던 이 우주 함대는, 지금은 단지 폐허로밖에 남지 않았으나 약 백년 전까지만 해도 인류의 경이로운 업적이라 불려졌던 어떤 옛 제국의 영토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사실, 타 제국들의 연합 작전으로 말미암아 붕괴되기 전까지 이 나라는 완벽한 유토피아로 칭송되고 있었다.

기술적 혹은 지리적 분야에서 도약이 일어날 때 몇몇 사람들이 스스로의 운과 선견지명을 이용, 새로운 지식을 기반으로 부를 축적하는 것은 매우 정상적인 일이다. 첫 접촉 이후 초기 수 십년 동안 지속된 우주 탐험 및 식민지화의 과정에서도 이와 똑같은 현상이 발생했는데, 당시 적절한 수단과 동기를 가진 자라면 그 누구든지 제국 영역 바깥에 있는 우주 공간을 차지한 다음 스스로를 해당 영역의 지배자로 선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칼다리 출생의 부유한 공업 재벌이었던 산샤 쿠바케이란 인물도 그 시대가 낳은 거물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의 가문은 칼다리 합중국이 갈렌테 연방과 전쟁하던 시기에 무기를 생산 및 판매함으로써 막대한 자금을 벌어들였다. 산샤는 이미 어릴 때부터 과대망상증에 걸린 괴짜 기질을 가지고 있었으며 세계 정복을 꿈꾸어 왔다고 한다. 그는 당시 제국들에 의해 지지되고 있었던 '만인에 의한 우주 식민지화(free-for-all colonizing of space)' 정책이 자신의 원대한 계획을 실현시켜 줄 이상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하였으며, 뒤이어 일반인의 소유가 허용된 항성계들을 대량으로 손에 넣기 시작했다. 스스로를 새로운 질서의 선구자로 보았던 산샤는 곧바로 수 천명에 이르는 추종자들을 모아들였고, 이들은 해당 인물이 지닌 매력과 그가 제시한 밝은 미래에 매료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산샤는 대규모의 영토를 소유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몇몇 항성계와 우주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소규모 지역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를 기반으로 하여 그는, 타 제국들의 영향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실행하기에 이른다. 프로그램의 성공을 위해 산샤는 지난 세월 동안 해당 분야에서 자신의 가문이 축적해온 기술과 지식들을 총동원하였다.

몇 년이 지나는 동안 산샤의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이와 더불어 명성과 부도 날로 증가해만 갔다. 우주 광산업과 무역업의 중심지로 떠오른 그의 영토는 발전을 거듭했으며, 곧 사람들 사이에는 “산샤의 나라(당시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쓰였던 명칭)“가 은하계 정치 체계에서 새로운 플레이어로 부상했다는 이야기가 확산되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을 잘 활용하여 자신이 새로운 구세주이며 자신의 왕국은 “약속된 땅”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내기에 이른다. 하지만 산샤가 스스로에 대한 과대망상에 빠져들기 시작하자 그의 가뜩이나 불안정했던 정신에서는 더욱더 괴기한 형태의 계획들이 나오게 된다.

그러한 계획들 중 하나는 바로 최근에 사용되기 시작한 조브인의 캡슐 기술과 현존하는 뇌 임플란트를 결합하여, (비록 대부분의 경우 불법이긴 하지만) 컴퓨터의 세밀함과 인간의 창의력을 동시에 지닌 신인류를 창조해내는 것이었다. 이들은 자신의 주인에게 완벽한 충성심을 보이면서도 여전히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창의적어야 한다. 이러한 비인간적인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실험 대상들이 필요한데, 산샤는 이를 아마르 제국으로부터 민마타 노예들의 형태로 공급받았다. 아마르인들은 자신들이 소유한 대규모의 노예 인구를 조종하는데 유용한 기술이라면 무엇이든지 배우려 했고, 따라서 그가 무엇을 요구하든지 간에 아낌없이 제공하여 주었다. 사실 산샤가 아마르 외에도 다른 국가들로부터 대규모의 지원을 받았다는 강한 의혹이 항상 존재했지만, 이것이 과연 사실인지 그리고 만약 사실이라면 과연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공공에게 알려진 바가 없다.

산샤는 자신이 제작한 이 좀비 상태의 생물들을 병사나 경비 요원으로 활용함으로써, 인간들이 좀 더 평화롭고 생산적인 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랬다. 그는 또한 우주선에서의 작업 같이 지루하고 위험한 분야에도 자신의 피조물들을 이용하는 편이 좋다고 여겼고, 따라서 함선의 함장과 그 승무원들에 대해서도 위와 언급된 것과 동일한 실험을 감행한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산샤의 나라에서 근무하는 모든 군사력과 우주선 담당 인원들은 쉽게 조종이 가능한 진정한 종들(True Slaves), 즉 산샤의 기술로 제작된 임플란트 장치를 이식한 자들로 대체되었다. 매우 황당하게도 산샤는 자신의 행위가 인류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 새로운 기술에 관한 진실이 대중에게 알려지는 것은 단지 시간 문제일 뿐이었다. 해당 뉴스는 곧바로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모든 제국들이 산샤를 비난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아마르 제국도 다른 나라들에게 배척당하기 싫었던 나머지 여기에 동참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방법이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저 제국들은 너무나도 생각이 좁고 단순해서 자기가 얼마나 위대한 천재인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전히 산샤는 계속해서 정신 조작 장치를 사람들에게 이식했을 뿐만 아니라, 이보다 더욱더 소름끼치는 프로젝트를 개시하기에 이른다. 결국 타 제국들은 갈렌테 연합을 선두로 서로 연합하여 산샤의 나라를 공격하기로 결정한다.

그의 해괴망측한 실험이 외부에 노출되면서 샨샤의 나라는 대부분의 거주자들을 잃었고, 오직 일부 광신도들과 진정한 종들만이 남게 된다. 전쟁 개시 이후 산샤의 작은 제국은 약 몇 달간을 버티다가 끝내 붕괴되고 말았으며, 그와 더불어 군사력도 사방팔방으로 흩어졌고 모든 공장들과 우주 시설들은 파괴되었다. 산샤 자신은 최후까지 자신의 요새에서 전투를 벌이다가 사망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함대가 파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중 적지 않은 수가 혼란을 틈타 도주한 상태이다. 현재까지도 산샤의 나라가 위치했던 영역의 변방에서는 이러한 함선들 몇몇이 조심성 없는 여행자들을 공격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진정한 종들에 의해 조종되고 있는 이 우주선들은 산샤의 예전 명령을 지금까지 그대로 수행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이는 저들의 주인을 향한 일종의 기분나쁜 찬사라고도 할 수 있다.

산샤의 패배 이후 제국들은 그가 소유했던 항성계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했고, 마침내 해당 영역은 각 참전국들에 의해 분할되었지만, 그가 끼친 영향력은 너무나도 지속적이었기 때문에 산샤의 나라가 붕괴된 이후 지난 십년 동안 거기에 거주하려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추가하자면, 산샤가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아 있다는 소문이 있다. 몇몇 음모론자들은 그가 죽기 전에 수많은 클론들을, 아직까지도 제국들이 찾아내지 못한 여러 비밀 장소에 숨겨 놓았으며, 전쟁에서 사망하자마자 이 중 하나로 다시 부활했다고 주장한다. 또한 그 뿐만 아니라, 산샤가 지금도 어디 저 멀리 자신의 옛 영역 깊숙한 구석에 있는 잔해 속에 숨어서 진정한 종들과 새로운 함선들을 제작 중이라고 한다. 저들은 이에 대한 증거로 최근 몇 년간 파괴된 진정한 종들의 함선 갯수가 산샤의 제국이 붕괴될 당시에 존재했던 함선의 수보다 훨씬 많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음모론이 그러한 것처럼, 해당 주장을 확실하게 긍정하거나 부정하기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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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안 번역 출처 : http://www.joysf.com/427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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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안 번역자 : 헥사크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