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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 방법 - 민마타

Methods of Torture - The Minmatar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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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모든 것이 끝났다. 혈흔은 깨끗이 치웠고 장비도 잘 닦아 제자리에 넣어두었고 그 희생량의 잔해물도 실어 내가고 나서 송(Song)은 스승에게 말했다.

“이런 일 못하겠어요.”

나이가 많이 든 노인 말라카이(Malachai)는 송을 쳐다보면서 말이 없었다. 두 사람은 심문용으로 쓰던 헛간 밖의 긴 의자에 앉아 있었다. 헛간의 안쪽은 지푸라기가 깔렸었고 바깥에는 각종 심문용 기구들이 매달려 있었다.

“이건… 이건 피 때문에 그러는게 아니에요. 고통 같은 것도 아니에요. 그런 건 상관없어요.” 송이 말했다.

말라카이는 여전히 조용했다.

“그때가 됐을 때 제가 상급 고문관의 역할을 충실히 해낼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요.” 송의 눈은 진흙더미에 나 있는 무늬를 따라다녔다. “이 생각 오랫동안 해봤지만 어떻게 해도 잘 되지가 않아요. 우리가 근본적인 수준에서부터 잘못돼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요. 필요한 일이기는 하겠지만 제가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말라카이는 일어서서 헛간 벽에 걸려 있는 나무로 된 날카로운 별 모양의 장비 하나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말했다.

“이 장비를 봐. 이것 나름의 용도가 있어. 제대로 사용한다면 묵묵히 제 기능을 다하지.”

말라카이는 한숨을 내쉬고는 제자리에 걸었다.

“우리는 죽음으로 이끄는 도구에 불과한 존재가 아닌 그 이상이야. 가끔 그 사실을 잊곤 하지. 우리가 여기서 하는 일이 나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데에는 동의해. 확실히 문명화된 인류가 할 만한 일은 아니지. 하지만 내 후계자가 주어진 임무를 마치고도 그 이상의 쾌락을 얻고자 작업을 계속하는 건 싫어.”

말라카이는 송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모든 사람은 각자의 길을 찾아야 하는 법. 그 어떤 이도 벽에 걸린 도구에 불과한 수준에 머무르도록 강요받을 수 없어.”

“그게 아니고요… 그러니까 제 말은요, 전 도움이 필요해요. 전 변화에 뛰어들고 싶어요.” 송이 말했다. “그리고 전 이미 이 일을 제가 잘한다는 것 정도는 알 만큼 후계자로서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전 그 어느 누구도 조금이라도 필요 이상으로 고통받는 일이 없었으면 해요. 적어도 제 능력이 닿는 한 제가 정말 이루고 싶은 부분이죠.”

“하지만 그 재능만으로는 충분치 않아.” 말라카이가 말했다.

송은 시무룩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족쇄를 찬 기분이에요. 우리가 여기서 하는 이 일이 마치 교도소에서 하는 것처럼 느껴져요. 우리 일이 저에게 얽매여 압박을 가하죠.”

말라카이는 송을 잠시 쳐다보다가 일어서서 말했다. “잠시 있어라.”

송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머리를 뒤로 젖혀 헛간에 기대어 햇살이 얼굴에 내리쬐도록 했다. 말라카이의 발소리가 들렸다가 잠시 조용하더니 곧 돌아왔다.

“여기 있다.” 말라카이가 말하면서 작은 배낭을 건네주었다. “여행에 필요한 게 다 들어 있다.”

“네? 이게 뭐죠? 무슨 여행이요?” 송이 말했다.

“너한테 지금 필요한 것이지. 걱정하지 마라 너 없는 동안에도 여긴 잘 돌아갈 테니까. 솔직히 이 단계까지 오를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지. 배낭에 든 식량들은 전부 바싹 마른 것들뿐이지만 활동에는 문제가 없을 거야. 물론 물병도 몇 개 들어있어. 식량 운용은 잘할 수 있을 거라 믿네.”

“왜죠? 어디로 가는 거죠?”

말라카이가 가리켰다. “저 산이 보여? 저 너머에 소바키(Sobaki) 사막이 있지. 그리로 가는 거야.”

“가서 뭘 하면 되죠?” 송이 말했다.

“영혼과 대화를 나눠봐. 그리고 스스로 고문관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건지 결정을 내려. 배낭 안에 상아로 만들어진 벨벳에 싸인 작은 상자가 있을 거야. 저 산을 넘어 소바키 모래벌판에 다다르면 오아시스 하나가 보일 거야. 지평선 끝쪽에 하나가 있지. 겨우 며칠 정도만 걸릴 뿐이니까 그 식량으로도 충분할 거야.”

“돌아오는 길은 어떻게 하고요? 무얼 먹죠?”

“그런 건 걱정할 필요 없어. 그 상아 상자가 다 해결해 줄 거야. 이제 가. 자네에 얽혀 있는 족쇄를 풀어내고 내게 답을 줄 준비가 되면 그때 여기서 다시 만나도록 하지.”

산은 예상했던 것만큼 오르기 어렵지는 않았지만 사막은 너무 건조했다. 송은 오아시스의 야자나무 아래에 앉아 물병 하나를 다 마셨다. 그곳에는 맑은 물이 담긴 연못이 있었고 그늘진 곳의 수풀에는 열매가 조금 열려 있었다.

송은 가방에 손을 넣어 벨벳에 싸인 상자를 꺼냈다. 겉감이 태양에 비친 기름처럼 반짝거렸다. 송은 벨벳을 벗겨내고 그 아래의 상자를 살펴봤다. 민마타의 우화 및 신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그림들이 복잡하게 새겨져 있었다. 윗면은 눈에 익숙한 쿠마크(Khumaak)의 표식이 있었다.

송은 뚜껑을 열었다. 그 안은 몇 개의 칸으로 나뉘어 있었고 송으로써는 알아볼 수 없는 거무스름한 뿌리가 세 개 있었다. 송은 그 중 가장 작은 것을 집어들었다. 그 뿌리는 무겁게 느껴졌지만 건조한 상태의 달콤한 냄새가 약하게 났다. 하지만 적어도 인생을 뒤바꿀 결정을 내리고 싶어할 만하게 생기지는 않았다.

송은 어깨를 한번 으쓱하더니 그 뿌리를 입에 넣었다. 송은 야자나무 아래 그늘에 누워 눈을 감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마침내 뱃속에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송은 상아 상자 안에서 나머지 두 개를 집어들어 입에 넣고는 드러누웠다. 구름이 머리 위로 흘러갔다. 오래된 신화에나 나오던 예타모(Yetamo) 도마뱀이 바위 아래에서 튀어나와 혀를 날름거리면서 그를 바라봤다.

“아무래도 곧 널 먹어치우게 생겼구나.” 송이 말했다.

“안 먹는 게 좋을걸. 난 독이 있거든.” 도마뱀 대답했다.

“그렇군.” 송은 팔뚝은 긁적이고는 하품을 했다. 그리고 그대로 굳었다. “너 방금-”

“그래 맞아.” 도마뱀이 말했다. “적어도 지금은 그게 제일 걱정일 거야. 배가 조금 아픈 것 같지, 그렇지?”

“너… 너… 무슨… 아아아악!” 송은 허리춤을 움켜쥐고 무릎을 꿇고는 얼굴을 찌푸렸다. 몇 번 트림을 하더니 곧 머리를 쳐들고 구토를 했다.

“음,” 도마뱀이 말했다. “말하려고 하지 마. 한동안 그 상태로 있게 될 거야. 끝날 때쯤 돌아올게.” 도마뱀은 바위 아래로 도로 기어들어갔다. 송은 구토를 하는 와중에도 숨을 쉬려고 헐떡이곤 했지만 끊임없이 게워내기만 하고 있었다.

마침내 복통이 조금 나아졌다. 막 피를 쏟아낼 무렵이었다.

“도마뱀, 거기 있어?” 송이 말했다.

도마뱀이 기어나왔다. “여기 있어.”

“이게 무슨 일이야?”

“넌 아직 준비가 덜 됐다는 뜻이야. 그래서 우리가 도와주려는 거지.”

송은 턱밑을 닦아냈다. “도움이라.” 송이 말했다. “넌… 니가 누구건 간에, 나한테 속임수를 써서 사막으로 데려오고 독을 먹인다고 해서 내가 그 영향을 받을 것 같아? 난 고문관이 될 것인지를 고민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도마뱀은 파충류의 냉정한 눈빛으로 송을 응시했다. 그리고는 송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와 이야기를 시작했다.

도마뱀은 송에게 민마타의 거부할 수 없는 운명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난날 치른 혹독한 대가, 그리고 앞으로의 결정에 따라 펼쳐질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도마뱀은 그 선택에 대해 그리고 그 이익과 가혹한 대가에 대해 장황하게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또한 피로 이룬 힘겨운 선택을 통해 얻은 것을 포함해 개인의 자유, 행복, 삶의 가치와, 반대로 그 모든 것을 잃을 경우의 위험성을 비교해 이야기했다.

송은 점점 말을 잃어갔다.

도마뱀이 이야기를 모두 마쳤을 때 송은 나무 아래 그늘에 조용히 입을 다물고 앉아 모랫바닥에 선을 그렸다가 문질러 없애버리고 있었다. 도마뱀은 무슨 말을 남기며 바위 아래로 기어들어갔지만 송은 고개를 저으며 계속해서 모랫바닥에 선을 그렸다 지웠다 했다.

“땅바닥에 무슨 보물이라도 숨겨 놓은 거니, 얘야.” 누군가의 음성이 들려왔다.

송은 고개를 들고 한 손을 이마에 갖다대어 햇빛을 가렸다. “… 아빠?” 송이 말했다.

“아무렴.” 한 남자가 이렇게 대답하며 송 옆에 앉았다.

“하지만 돌아가셨잖아요!” 송이 말했다.

송의 아버지인 아우버(Auber)는 송을 쳐다보았다. “그래, 맞아. 그러니까 우리 사랑하는 아들하고 같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잠깐뿐이라는 뜻이겠지?”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잖아요.” 송이 엷은 미소를 띠며 덧붙였다.

“그야 물론이지. 자 그럼, 이미 오래 지나서 다 잊어버린 것 같으니 옛날에 가르쳐줬던 것을 한번 다시 배워보자. 특히 발견하는 족족 다 먹어치워서는 안 된다는 교훈에 대해서 말이야. 하지만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아. 저쪽 멀리 지평선 부근에 있는 작은 구름 조각들이 보이니? 어두컴컴한 것?”

“네.”

“저건 구름이 아니야. 저게 이쪽으로 올 때까지 넌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해. 내가 옛날에 빵 한 덩어리를 훔치다가 스승님한테 들켰던 적이 있다고 얘기했었니?”

송은 아우버를 바라보았다. “아니요. 제가 아는 한 아버지의 스승님은 좋은 분이셨어요.”

“좋은 분이지. 그래.” 아우버는 돌멩이 한 줌을 집어들고 하나씩 멀리 던지기 시작했다. “이것저것 주워듣기 좋아하고 끊임없이 떠들고 다니는 어린 아이가 보기에는 좋은 게 맞지.”

“좋은 분이 아니었나요, 그럼?” 송이 말했다.

송의 아버지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는 그만두고 조용히 땅바닥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손에 들고 있던 돌멩이를 바닥에 우루루 떨어뜨리고는 손바닥으로 눈을 어루만지며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그래. 전혀 그렇지 않아. 다른 스승들도 마찬가지였어. 피비린내나는 고문관 수습생이 되지 않은 걸로 봐서 네가 그 이야기들을 들어봤을 거란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여기에 와서 이렇게 나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건 그걸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는 뜻이겠지. 그러니 들어보렴.” 그리고서 송의 아버지는 그의 옛 스승과 스승이 작업실 찬장에 넣고 항상 잠그고 다니던 작은 장비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노예들이 말썽을 일으킬 때만 꺼내 썼었던 물건이었다. 그리고 다른 스승들에 관한 이야기, 매일같이 아무도 모르게 했던 그들의 잔혹한 행동들, 그리고 송과 그의 어머니가 자유가 될 수 있었던 계기를 만들었던 수없는 작은 반란들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송의 아버지는 자유에 관한 이야기와 그 값어치에 대해 최대한 이야기했다.

송의 아버지가 이야기를 끝마쳤을 때 송은 울거나 소리를 내거나 하지 않았다.

아우버가 일어서서 말했다. “가야 할 시간이 됐다. 호들갑스럽게 작별 인사할 것 없다. 곧 다시 만나게 될 거다.”

송은 땅바닥을 쳐다보며 천천히 이를 갈면서 아버지의 멀어져 가는 발걸음 소리를 들었다. 고개를 들었을 때 아버지는 이미 떠나고 없었다.

송은 눈을 비비적거리며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구름이 가까이 몰려오고 있었다. 단지… 단지 아버지의 말씀이 옳았다는 점을 떠올려 본다면 그건 진짜 구름이 아니었다. 그 구름은 마치 지면을 가까이에서 끌어안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 구름은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점점 그날의 노획물을 등에 짊어진 채 밀림을 뭉갠 곤충 떼의 모습을 닮아갔다.

오후에 접어들어 가면서 송은 자신의 뼈에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뱃속은 감각이 전혀 없었다. 송은 나무줄기에 머리를 기댄 채 그대로 잠들었다.

송은 발걸음 소리에 잠이 깼다. 날은 어두워져 가고 있었다. 송은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켜 다가오는 것을 봤다. 그때 갑자기 목구멍에서 숨이 턱 막혔다.

한 사람이 그에게 다가왔고 송은 않은 자세 그대로 굳어버렸다. 형체는 불분명했지만 남자임은 틀림없었다. 몸 일부는 베이고 불에 데였으며 일부는 잘려나간 채였다. 한쪽 눈구멍은 비었고 양쪽 귀는 찢어졌으며 윗입술의 절반은 싹둑 잘려나가고 없었지만 그 얼굴에 남은 부분은 송 얼굴의 판박이에 다름없었다.

그 남자는 송을 향해 절뚝거리며 다가와서는 그의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 남자가 고개를 숙여 예를 차렸고 송은 그의 두피가 베인 상처에 감염된 것을 보았다.

“아버지.”

그 남자는 이렇게 말하고 일어서서 송을 지나쳐 걸어갔다. 그 뒤를 따르던 두 번째 남자도 마찬가지로 시종일관 고개를 숙인 채 무릎을 꿇고 비틀거리며 지나갔다. 송은 그의 얼굴을 흘끗 쳐다봤다. 확실히 닮은 모습이 두드러져 보이긴 하지만 무언가 조금 어렴풋했다. 그 행렬은 계속 이어졌지만 모두 흉 지고 어딘가 부러진 채 마치 바로 머리 위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났었던 듯 터벅터벅 걷고 있었다. 아버지와 아들, 또 다른 아버지와 아들이 송을 향해 무릎을 꿇고 있었고 먼 곳까지 슬쩍 시선을 돌려 송이 본 것은 땅끝까지 끊임없이 이어진 행렬과 그 행렬에 따라붙은 침체와 공포 그리고 이 세상의 종말이 올 때까지 엮일 속박과 잔혹함이 피와 고통에 이끌리고 있었다.

발걸음 소리가 났을 때 말라카이는 장비를 청소하고 있었다. 말라카이가 고개를 돌렸을 때 나타난 사람은 여행을 떠나보냈던 소년이 아닌 이방인이었다. 그 사람은 말라카이가 보기에는 얼마 동안 먹지 못한 것 같았지만 눈빛은 차가웠고 전혀 흔들림이 없는 이였다.

그 이방인이 말했다. “이제 준비 다 됐습니다. 속박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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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안 번역자 : piss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