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wiki:틀#크로니클}} |< - 64px>| | @#2b73b7: ||| | @#333333:{{:neocom:trs.png?48x48}} |@#333333:이 문서는 공식 문서를 번역한 문서입니다. 원문의 의미가 변하지 않게 주의해 주시고 임의로 문장을 추가하거나 삭제하지 마세요. 주석추가는 가능합니다. 초안 번역자(들)는 이 틀에 서명을 할 수 있습니다.((인게임 닉네임 권장)) || | ::: | **초안 번역자 :** Muroju|[[https://universe.eveonline.com/chronicles/big-fish-little-fish|Big Fish, Little Fish]]| ====== 큰 물고기, 작은 물고기(Big Fish, Little Fish)====== {{https://web.ccpgamescdn.com/communityassets/img/chronicles/chronicleImage/bigfish.jpg}} 그의 윗입술에서는 또다시 땀방울이 맺혀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카데미 시절 내내, 군단에서 복무할 때도, 온갖 수상쩍은 만남과 교묘한 이중 거래를 치를 때도, 몽크 뒤부아(Monk Dubois)는 언제나 자기 신경계가 빚어내는 변덕에 시달려 왔다. 그는 목소리만으로 모든 세상의 확신을 억지로 끄집어내 보일 수 있었고, 어떤 역할이든 카멜레온처럼 소화할 수 있었으며, 매력적인 웃음으로 사람을 속이고 일류급 언변으로 음모를 꾸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의 몸만은 언제나 화학적 아우성을 질렀고, 억눌린 양심의 작은 촉수들이 그의 작업을 방해해왔다. 사소한 경련이나 엉뚱한 말더듬이란 함정에 거래를 망칠 뻔한 일이 여러 번 있었고, 목숨이 위태로웠던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도 운이 따라준 덕분에 지금까지는 버텨왔고, 운이 그의 편인 한은 이 지독하게 정직한 육체도 그를 아직 완전히 무너뜨리지 못하리라고 여겼다. 몽크는 입술에 맺힌 땀을 닦으며, 엘리베이터가 3C 격납고 진입로에 도착하기를 묵묵히 기다렸다. 이름도 없이 황량한 이 낡은 정거장 한가운데에 매달려 있는 그의 인생의 사랑, 캐패시터가 맹렬히 돌고 있는 배가 그곳에 있었다. ‘못된 아이크의 루머(Bad Ike’s Rumour)’. 이 후미진 지역에서 가장 빠른 프리깃이자, 그 너머까지도 최고 속도를 자랑하는 함선이다. 몽크는 다른 어떤 배보다도 이 ‘루머’를 오랫동안 소유해 왔고, 오래된 운명의 도움 덕분에 수많은 어려운 상황을 함께 헤쳐 나갔다. 도착 신호음이 울리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복도 너머가 시야에 들어오자마자, 몽크의 내부에는 공포가 뒤섞인 기대감이 섬뜩하게 퍼졌다. 방금 전까지도 생각을 애써 누르고 있던, 자신이 저지르려는 이 엄청난 짓과 그로 인해 피해자들이 느낄 증오가 한순간에 떠올랐지만, 그는 마음을 다잡고 복도를 가로질러 걸었다. 그를 지나쳐, ‘루머’가 있는 방향으로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 침묵 속에 터벅터벅 걸어가던 한 인타키 정비공이 있었다. 둘은 스치듯 마주쳤고, 아주 짧게 시선이 마주쳤지만 곧바로 서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그 짧은 순간 몽크는, 저 젊은 정비공이 자기 내면을 꿰뚫어 보는 것만 같다는 느낌에 사로잡혔다. 걸음을 멈추지 않고 숨을 고르며, 몽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복도의 끝에 다다르자, 그는 3C 격납고에 진입하기 위한 시퀀스를 입력했고, 기다란 원통형으로 생긴 거대한 공간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몽크의 함선이 공중에 정박된 채 가만히 대기 중이었다. 격납고의 메인 제어 패널 쪽으로 다가간 그는 잠깐 멈춰서, 자기가 대체 언제까지 이런 짓을 계속하게 될지 생각했다. 지금까지 써온 온갖 가명들과 위조 신분들, 마치 극장 의상을 벗고 갈아입듯 손쉽게 쓰고 버렸던 그 모든 것. 그리고 결국 이 모든 게 여기로 귀결되었다. 몇 달간의 계획, 조직 내부로의 잠입, 완벽한 연기... 이제 단 몇 개의 버튼만 누르면, 또다시 최악의 악당이 되어서 조직을 배신할 수 있었다. 몽크는 매번 바로 이 순간을 만족스럽게 음미하곤 했다. 수치심에 가까운 혐오감에 들뜬 기쁨이 뒤섞여, 눈앞에서 숫자가 현기증 날 정도로 치솟고, 예전 동료들이 애써 모은 자금이 순식간에 자신의 계좌로 빨려 들어오는 그 한순간 말이다. 그 때, 진입로 쪽 복도에서 들려온 소리가 몽크를 몽상에서 깨워냈다. 그는 문 쪽으로 빠르게 다가가 몸을 내밀어 보았고, 곧 한 실루엣이 격납고로 다시 돌아오는 것을 확인했다. 점프슈트를 입은 그 작은 인타키인이 틀림없었다. ‘어서 서둘러야겠군.’ 몽크는 그렇게 생각하며 곧장 제어 패널 쪽으로 달려갔다. 불과 몇 초 뒤, 아찔한 숫자 변동과 함께 엄청난 금액이 피스톤처럼 밀리며, 자기가 속한 이 기업의 자금이 깡그리 바닥났다. 이제 남은 일은 단 하나, 여기를 빠져나가는 것뿐이었다. 가짜 신분 증명서를 버리고, 등록 기록을 해킹하고, 중개인에게 몫을 넘겨준 다음, 1~2년 정도는 파라다이스 같은 세상 어딘가에 숨어 지내다 보면 되는 일이었다. 그 뒤엔 다시 또 같은 수법을 반복하면 되니까. 몽크는 캡슐이 있는 플랫폼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절반쯤 올랐을 무렵, 터무니없이 쉬웠던 이번 일에 대해 잠시 생각에 잠겼다. 바로 그때, 아래 메인 플랫폼에서 걸음소리가 들렸다. 그는 뒤를 돌아보았고, 조금 전 그 정비공이 방 안으로 들어와 망설임도 없이 격납고 패널로 성큼성큼 걸어가 번개 같은 속도로 시퀀스를 입력하는 것이 보였다. 낮은 웅얼거림과 함께, 몽크의 포드가 플랫폼에서 분리되기 시작했다. 격납고 안을 밝히던 불빛들은 금속성의 어스름으로 바뀌었다. 정거장 전체에 깔려 있던 인터컴의 거의 초저음대 역에서 울리던 소리도 갑자기 사라지면서, 무거운 정적이 몽크를 짓누르듯 내리깔렸다. 몽크는 계단 위에서 돌아서서, 이제는 희미한 그림자로만 보이는 정비공을 향해 자신이 아주 분개한 척 표정을 짓고 연기할 준비를 했다. 하지만 곧, 저 작은 인타키인이 내 얼굴을 볼 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훨씬 낫군요. 일하기에 더 수월한 환경이 됐습니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몽크는 낮고 무딘 파열음 같은 소리를 듣는 동시에, 다리가 흐물거려 주저앉았다. 계단에서 굴러 플랫폼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 몽크의 머릿속에는 마침내 운명이라는 것이 자기에게 불리하게 기울었다는 광적인 생각이 스쳤다. 그는 몸이 구겨진 채로 플랫폼에 처박혔고, 한쪽 다리가 기괴하게 꺾여 있었다. 인타키 정비공은 이미 메인 제어 패널 쪽에 가 있었고, 거의 초인적으로 보일 정도로 빠르게 손가락을 움직이며 무언가를 입력하고 있었다. “누, 누구….” 몽크가 힘겹게 입을 떼자, “조용.” 인타키인은 아주 무덤덤한 어조로 말하며 마지막 키 입력을 마쳤다. 그는 점프슈트 주머니에서 파라피스톨((Parapistol, 작은 권총으로, 사지의 통제력을 상실시켜 목표물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탄약을 발사할 수 있으며 치명적인 용도로도 사용 가능하다. 출처: [[https://universe.eveonline.com/lore/parapistol|Parapistol]]))을 꺼내 몽크를 향해 돌아섰다. 그리고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겁에 질린 몽크의 얼굴 몇 센티미터 앞에서 총을 겨누고, 차분하고 정확한 어조로 말하기 시작했다. “뒤부아 씨, 당신이 옮긴 자금은 아주 추적하기 쉬운 경로를 통해, 당신과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다른 기업에게 넘어갔습니다. 당신은 여기에서 발각되는 즉시 그 기업의 첩자라고 자백하게 될 겁니다. 당신이 몸담고 있던 조직의 입지를 약화시키려는 진짜 고용주의 의도를 따른 셈이 되겠죠.”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 담긴 암묵적 협박이 몽크의 속을 뒤틀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틀 안에, 당신이 지금 이렇게 배신해 버린 동료들로부터 도망칠 기회가 생길 겁니다. 물론 그들이 어떤 처벌을 내린 뒤겠지만요.” 그의 얇은 입술 위로 희미한 미소가 지나갔다. “왜… 왜 이런 짓을?” 몇 초간의 침묵이 흐른 뒤, 몽크는 어안이 벙벙한 채 물었다. “당신이 치러야 할 대가라 생각하세요, 뒤부아 씨. 업보라고 불러도 좋고요. 그리고 당신 자신을 넘어서는 무언가에, 비록 하찮은 역할일지라도 기여하게 된 걸 감사하게 여기세요. 한 달 뒤에, 당신이 아직 살아있다면, 당신이 역사에 남긴 작은 흔적을 되돌아볼 수 있을 겁니다. 솔직히 말해, 난 당신에게 호의를 베푸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정도면 ‘기업 좀도둑’에게는 과분하다고 봐야겠죠.” 이 말을 마칠 때쯤, 작은 체구의 남자는 다시 일어서서 총을 주머니에 도로 넣었다. 그리고 재빠른 손놀림으로 키를 입력하여 격납고를 원래 상태로 복구했다. 그가 입을 꾹 다문 채 다시 진입로 쪽 문을 지나 나가려던 찰나, 몽크는 그의 명찰을 힐끗 볼 수 있었다. N. 르트르(N LEUTRE). 그 순간, 몽크의 신경계가 미친 듯이 소용돌이쳤다. 밀수업자 소굴의 자욱한 연기 속에서 소문으로만 전해지던 전설 같은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하나로 합쳐졌다. 니크 르트르(Niques Leutre). 에이론 아시스(Aeron Assis). 브로커(The Broker). 그저 차가운 땀이라곤 차마 표현할 수 없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