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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진실이 조그마한 모래알 같은 것이라면 어떻게 될까?
닦여지고, 측정되고, 광이 나고, 매끄럽고, 하나의 빛나는 점으로 가공된 모래알 말이다.
만약 우리가 이러한 모래알들을 모아 책 속에 넣을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이를 마치 우리 자신의 생명처럼 소중히 다룰 것이다.
우리는 자발적으로 그것을 금고에 숨겨둔 다음 자물쇠로 잠글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가 진실을 필요로 할 때,
우리는 이 책을 열어 진실의 모래알들이 솟아나오도록 할 것이다.
우리는 그 심오한 깊음에 빠져들 것이며 그것에서 나오는 따뜻한 광채에 몸을 녹일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완벽하지 못하다.
우리는 스스로 획득한 것보다 더 많은 양의 진실을 이 책에서 얻으려 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텅 빈 페이지들을 넘기고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탐색이 시작된다.
진실에 대한 탐색 말이다.
우리가 그토록 간절히 원하는 진실,
이 무의미한 세계에서 유일하게 의미가 있는 진실.
탐색은 계속되고, 계속되며 계속된다.
궁극의 진실을 향한 이 탐색에서는 모든 것이 허용된다.
우리는 진보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거짓말을 하며 속임수를 쓴다.
우리는 실패를 거듭하며 아무런 해결책도 찾지 못한다.
우리는 스스로를 안심시키기 위하여 엄청난 수의 조작된 진실들을 만들어낸다.
더 이상 절대적인 진실은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더 크거나 더 작은 진실들만이 있을 뿐이다.
우리는 우리의 규범을 잃어버렸으며,
무엇이 진짜고 무엇이 속임수인지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도 잃어버렸다.
우리는 더 이상 옳은 진실과 옳지 않은 진실 간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알지 못한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진실의 형태를 하고 있고 진실로 가장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다.
그것이 타락했건 혹은 부패했건 간에, 우리는 그것들을 원하며, 필요로 한다.
아마도 이 진실은 다른 진실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들을 해방시켜 줄 것이다.
혹시 이 모조품 진실이라면 우리를 만족시켜 줄 수 있지 있을까?
어쩌면 그럴 수도.
그러나 우리가 이런 자유에 종속된다면, 이것은 더 이상 자유가 아니다.
오히려 이것은 가장 나쁜 형태의 감옥이다.
벽도 없고 쇠사슬도 없는 감옥 말이다.
무엇이 우리를 속박하고 있는지 알 수 없으니 밖으로 탈출할 수도 없다.
우리들은 자유롭게 되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나는 우리들에게 진정한 자유가 찾아오지 않기를 간절히 소원하는데,
만약 우리가 그것을 얻는다면 그것을 가지고 대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탐색을 계속한다.
탐색 자체가 우리 삶의 방식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른 방식을 알지 못한다.
바로 이것이 현재의 우리들을 만든 것이다.
자, 우리 모두 이 탐색이 언제나 계속되기를,
그리고 절대적인 진실이 영원히 밝혀지지 않기를 소망하자
.만약 탐색이 끝난다면, 우리들에게도 끝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 순간 우리는 전우주적 거짓말의 해변가에 놓여 있는 먼지, 모래알이 될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미 그렇게 되었을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