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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니클:큰_물고기_작은_물고기 [2025/01/13 17:14] Muroju |
크로니클:큰_물고기_작은_물고기 [2025/01/13 17:24] (현재) Muroj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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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크는 입술에 맺힌 땀을 닦으며, 엘리베이터가 3C 격납고 진입로에 도착하기를 묵묵히 기다렸다. 이름도 없이 황량한 이 낡은 정거장 한가운데에 매달려 있는 그의 인생의 사랑, 캐패시터가 맹렬히 돌고 있는 배가 그곳에 있었다. ‘못된 아이크의 루머(Bad Ike’s Rumour)’. 이 후미진 지역에서 가장 빠른 프리깃이자, 그 너머까지도 최고 속도를 자랑하는 함선이다. 몽크는 다른 어떤 배보다도 이 ‘루머’를 오랫동안 소유해 왔고, 오래된 운명의 도움 덕분에 수많은 어려운 상황을 함께 헤쳐 나갔다. | 몽크는 입술에 맺힌 땀을 닦으며, 엘리베이터가 3C 격납고 진입로에 도착하기를 묵묵히 기다렸다. 이름도 없이 황량한 이 낡은 정거장 한가운데에 매달려 있는 그의 인생의 사랑, 캐패시터가 맹렬히 돌고 있는 배가 그곳에 있었다. ‘못된 아이크의 루머(Bad Ike’s Rumour)’. 이 후미진 지역에서 가장 빠른 프리깃이자, 그 너머까지도 최고 속도를 자랑하는 함선이다. 몽크는 다른 어떤 배보다도 이 ‘루머’를 오랫동안 소유해 왔고, 오래된 운명의 도움 덕분에 수많은 어려운 상황을 함께 헤쳐 나갔다. | ||
- | 도착 신호음이 울리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복도 너머가 시야에 들어오자마자, 몽크의 내부에는 공포가 뒤섞인 기대감이 섬뜩하게 퍼졌다. 방금 전까지도 생각을 애써 누르고 있던, 자신이 저지르려는 이 엄청난 짓과 그로 인해 피해자들이 느낄 증오가 한순간에 떠올랐지만, 그는 마음을 다잡고 복도를 가로질러 걸었다. 그를 지나쳐, ‘루머’가 있는 방향으로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 침묵 속에 터벅터벅 걸어가던 한 인타키 정비공이 있었다. 둘은 스치듯 마주쳤고, 아주 짧게 시선이 마주쳤지만 곧바로 서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그 짧은 순간 몽크는, 저 정비공이 자기 내면을 꿰뚫어 보는 것만 같다는 느낌에 사로잡혔다. | + | 도착 신호음이 울리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복도 너머가 시야에 들어오자마자, 몽크의 내부에는 공포가 뒤섞인 기대감이 섬뜩하게 퍼졌다. 방금 전까지도 생각을 애써 누르고 있던, 자신이 저지르려는 이 엄청난 짓과 그로 인해 피해자들이 느낄 증오가 한순간에 떠올랐지만, 그는 마음을 다잡고 복도를 가로질러 걸었다. 그를 지나쳐, ‘루머’가 있는 방향으로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 침묵 속에 터벅터벅 걸어가던 한 인타키 정비공이 있었다. 둘은 스치듯 마주쳤고, 아주 짧게 시선이 마주쳤지만 곧바로 서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그 짧은 순간 몽크는, 저 젊은 정비공이 자기 내면을 꿰뚫어 보는 것만 같다는 느낌에 사로잡혔다. |
걸음을 멈추지 않고 숨을 고르며, 몽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복도의 끝에 다다르자, 그는 3C 격납고에 진입하기 위한 시퀀스를 입력했고, 기다란 원통형으로 생긴 거대한 공간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몽크의 함선이 공중에 정박된 채 가만히 대기 중이었다. 격납고의 메인 제어 패널 쪽으로 다가간 그는 잠깐 멈춰서, 자기가 대체 언제까지 이런 짓을 계속하게 될지 생각했다. 지금까지 써온 온갖 가명들과 위조 신분들, 마치 극장 의상을 벗고 갈아입듯 손쉽게 쓰고 버렸던 그 모든 것. 그리고 결국 이 모든 게 여기로 귀결되었다. 몇 달간의 계획, 조직 내부로의 잠입, 완벽한 연기... 이제 단 몇 개의 버튼만 누르면, 또다시 최악의 악당이 되어서 조직을 배신할 수 있었다. | 걸음을 멈추지 않고 숨을 고르며, 몽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복도의 끝에 다다르자, 그는 3C 격납고에 진입하기 위한 시퀀스를 입력했고, 기다란 원통형으로 생긴 거대한 공간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몽크의 함선이 공중에 정박된 채 가만히 대기 중이었다. 격납고의 메인 제어 패널 쪽으로 다가간 그는 잠깐 멈춰서, 자기가 대체 언제까지 이런 짓을 계속하게 될지 생각했다. 지금까지 써온 온갖 가명들과 위조 신분들, 마치 극장 의상을 벗고 갈아입듯 손쉽게 쓰고 버렸던 그 모든 것. 그리고 결국 이 모든 게 여기로 귀결되었다. 몇 달간의 계획, 조직 내부로의 잠입, 완벽한 연기... 이제 단 몇 개의 버튼만 누르면, 또다시 최악의 악당이 되어서 조직을 배신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