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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주의 인공적인 소음을 들으며 캡슐 내부에서 천천히 떠다니고 있었다. 나의 스타 프리깃인 ISD 바나나호는 이제 막 보우린의 카일 스테이션 대학의 도킹 지역을 벗어나고 있는 중이었는데, 아주 참을 수 없는 지루함이 나를 엄습했다. 잠시 후, 항성계로 들어오는 새 파일럿이 레이더에 포착되었다.
“흠, 이게 바로 그 자인가? 아하!”
파일럿의 신상정보가 스크린에 떠오르나 나는 승리의 함성을 질렀다.
“오늘 아침에 졸업했군. 빙고!”
그 다음 나는 함선의 콩코드 스캐너를 이용하여 목표를 파일럿의 캡슐에서 나오는 신호로 고정시킨 다음, 뇌파로 스위치를 켜자…공간이 왜곡되었고… 그리고 내 프리깃은 풋내기 파일럿이 타고 있는 벨라토르 프리깃과 함께 대학 훈련장 안을 비행하고 있었다. 화면에 얼빠진 표정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파일럿은 나의 출현에 굉장히 당황하고 있었다.
“아…안녕하세요?” - 파일럿이 웅얼거렸다.
“바라는 게 뭐죠? 그거 어떻게 한 겁니까?”
나는 미소를 지은 다음 내 머릿속의 응답을 소리로 변환시켰다.
“안녕하신가! 나는 콩코드의 항성간 서비스 부서의 레이가 대위이다. 나는 보조, 기술 및 자원 담당 부서인 이른바 스타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해당 부서는 방금 막 파일럿 자격증을 취득한 자들을 환영하고 그들에게 문제가 생겼을 경우 이를 해결해주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래, 혼자서 비행을 해본 소감은?”
풋내기 파일럿은 전과 달리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저는 당신이 대학 직원인 줄만 알았어요. 혹시 저를 실수로 졸업시켜서 찾아 온건가…라고까지 생각했다니까요”
그가 얼굴을 찌푸렸다.
“아직까지는 아무 문제도 없어요. 하지만 정식 훈련 과정에서 얻은 지식은 여기서 알아야 할 것의 절반도 안되네요…”
…
그리고 나는 오전 내내 이 일을 반복했다. 여러 대학교, 대학원 그리고 학교 밖에서 파일럿이 나타날 때까지 죽치고 앉아있다가, 그들이 제 발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지금부터 몇 달 전, 제국들이 파일럿들에게 제공하는 기본 훈련 프로그램이 뉴 에덴의 복잡한 일상에 적응하는 데에는 별로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콩코드는, 일종의 시민 상담 서비스를 맡고 있었던 STAR 부서를 활용하기로 결정하였다. 해당 부서에는 최첨단 장비들을 갖춘 우주선들이 제공되었고, 따라서 방금 막 졸업한 신입 파일럿들이 어디에 있든지 간에 은하계를 빠른 속도로 이동하여 그들을 맞이할 수 있었다.
오후가 되자 나는 폴라리스 항성계에 있는 스타 본부에서 비상 연락을 받았다.
“율라이 항성계의 점프게이트가 비정상이라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아마 동기화 실패 때문인지 그 어떤 우주선도 점프를 완료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점프 게이트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할 때마다, 점점 더 많은 수의 게이트들이 고장나 파일럿들을 일종의 동면 상태에 빠트리기 일쑤였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게이트를 완전히 재부팅한 다음 각각의 우주선에 다가가 그것의 항법 컴퓨터를 게이트와 동기화되도록 재프로그래밍 하는 것이었다. 이는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는 작업이었다. 다행히도 율라이 항성계에는 나 말고도 네 명의 멤버들이 도착하였고, 곧바로 수 십명의 파일럿을 “구출”하는 작업에 착수하였다.
스타 본부에 돌아왔을 때 나는 완전 녹초가 되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침대에 드러눕기 전 은하계 뉴스를 시청했다. 내일도 난 오늘처럼 은하계의 시민들을 도와야 하니까.